이번 주에 제일 머리를 싸매고 들여다본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외교였어요. 10월 16일에 트럼프가 의회가 만든 강력한 러시아 제재법을 시행 직전에 사실상 멈춰 세웠고, 닷새 뒤에는 러시아 감옥에 4년 넘게 갇혀 있던 미국인이 풀려났거든요. 그리고 같은 날 푸틴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3자 회담을 11월에 다시 하겠다고 원칙적으로 동의했어요. 트럼프는 “지금이 종전에 가장 가까이 온 때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새벽 키이우에는 탄도미사일이 쏟아졌고요. 저도 정치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이번에도 한쪽 얘기만 듣지 말고 여러 시선을 나란히 놓고 정리해봤어요.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미 국방부, Benjamin D. Applebaum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핵심 숫자 한눈에
| 항목 | 내용 |
|---|---|
| 그레이엄 제재법 통과 | 상원 86:11, 하원 262:159 (9월 18일 서명) |
| 법에 들어 있던 관세 | 러시아산 최대 500%, 러시아 원유·가스 큰손 5개국 최대 100% |
| 트럼프의 유예 (10월 16일) | 새 관세·제재 적용 보류, 기존 대러 제재는 유지 |
| 러시아 디젤 거래 (10월 9일) | 즉시 30만 톤, 11월 50만 톤 등 총 400만 톤 이상 |
| 디젤 제재 예외 | 2027년 4월까지 한시 허용 (미 재무부) |
| 미국 디젤 평균가격 (10월 19일) | 갤런당 6.28달러, 1년 전보다 +2.66달러 (+73%) |
| 석방된 미국인 | 스티븐 허버드(74세), 4년 넘게 수감 |
| 3자 회담 재개 | 11월 10일 이후, 올해 2월 이후 처음 |
| 회담 다음 날 키이우 공격 | 탄도미사일 21발 (우크라이나 발표) |
| 미국 중간선거 | 11월 3일 |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시작은 9월이에요. 미국 의회가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상원 86 대 11, 하원 262 대 159라는 큰 표차로 통과시켰고, 트럼프가 9월 18일에 서명했어요. 이 법은 세상을 떠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오래 밀어온 법이라 그 이름이 붙었어요. 핵심은 러시아산 물건에 최대 500% 관세를 매기고, 러시아 원유와 가스를 제일 많이 사는 5개 나라 물건에도 최대 100%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리고 대통령은 서명 후 30일 안에 이 조치들을 시행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 사이 10월 9일에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깜짝 발표를 했어요. 푸틴과 통화해서 러시아가 디젤을 당장 30만 톤 넘게, 11월에 50만 톤, 그 뒤에 100만 톤을 내놓고, 정유 시설 상태를 봐서 300만 톤을 더 공급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2027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어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정유소를 계속 때리면서 러시아가 디젤 수출을 막았고, 이란 전쟁까지 겹쳐서 전 세계 디젤값이 크게 뛴 상황이었거든요.
그리고 시행 기한 이틀 전인 10월 16일, 트럼프는 그레이엄법을 시행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같은 명령 안에서 관세와 새 제재를 전부 유예해버렸어요. 서류상으로는 500%와 100% 관세가 정해졌지만, “미국의 국익”을 이유로 적용을 멈춘 거예요. 다만 이 법 이전부터 있던 기존 대러 제재는 그대로 둔다고 명시했어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에너지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 이 조치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60일 동안 분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번 주에는 외교 일정이 몰아쳤어요. 10월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젤렌스키 대통령, 노르웨이 총리, 핀란드 대통령을 만났고,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화상으로 참여했어요. 바로 다음 날인 21일에는 윗코프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푸틴을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러시아는 4년 넘게 수감돼 있던 74세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를 풀어줬고, 푸틴 쪽은 11월 10일 이후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3자 회담을 다시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어요.

10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는 스티브 윗코프 특사. 화면: CBS Detroit 유튜브 채널, “Trump speaks on Stephen Hubbard’s release from Russian prison”
지지하는 쪽: 협상 중에 제재는 독이다
트럼프 쪽 논리는 꽤 분명해요. 트럼프는 허버드가 풀려난 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협상 중인데 왜 러시아에 제재를 안 거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제재를 했다면 허버드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처음엔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대가로 준 게 하나도 없고 “맞교환도 필요 없었다”고 썼다가, 나중에는 제재 유예와 석방을 직접 연결한 거예요. 허버드는 미국 정부가 ‘부당 구금’으로 공식 지정한 사람 중 러시아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국인이었어요. 미국인을 집에 데려왔다는 건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확실한 성과예요.
또 하나는 기름값이에요.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보면 10월 19일 기준 미국 디젤 평균가격은 갤런당 6.28달러로, 1년 전 3.62달러보다 73%나 올랐어요. 디젤은 트럭이랑 농기계를 움직이는 연료라서 물류비와 장바구니 물가에 바로 번져요. CNBC는 아이오와처럼 공화당 텃밭인 곳에서도 농민들이 디젤값 때문에 힘들어하고,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름값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짚었어요. 지지하는 쪽은 러시아 디젤이 시장에 풀리면 미국 서민 부담이 줄어든다고 봐요.

평화 협상 쪽에서도 트럼프는 자신감을 보였어요. 트럼프는 21일 기자들에게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아마 가장 가까이 온 때일 것”이라고 말했어요. 윗코프 특사도 푸틴과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면서도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고 했고요. JD 밴스 부통령은 윗코프가 푸틴을 ‘인도주의자’라고 부른 걸 두고 “미국인 인질을 풀어준 사람한테 좋은 말 한마디 한 것”이라며 감쌌어요. 지지하는 쪽에서 보면 일단 대화의 문을 다시 연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에요.
비판하는 쪽: 푸틴에게 준 선물이다
비판은 민주당만이 아니라 공화당 안에서도 크게 나왔어요.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제재 유예를 두고 “상원에서 86 대 11로 통과된 법을 집행하라는 게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냐”고 했고, 기름값을 잡고 싶으면 이란 문제를 풀어야지 푸틴 편의를 봐줄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실수”라고 했고,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늘리고 있다”고 썼어요.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푸틴에게 아부하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었어요. 윗코프는 푸틴에게 “당신은 우리 대통령이 인도주의자라고 자주 말하는데, 당신도 인도주의자다”라고 말했거든요. 틸리스는 X에 “WTF, 스티브? 인도주의자라는 단어 뜻부터 찾아봐라”라고 올렸고, 존 코닌 상원의원은 “아니다, 푸틴은 냉혹한 살인자”라고 짧게 받아쳤어요. 트럼프 본인은 이 표현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말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어요.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을 비판한 공화당 존 코닌, 톰 틸리스 상원의원의 X 게시물. 화면: CBS Detroit 유튜브 채널, “Trump speaks on Stephen Hubbard’s release from Russian prison”
이게 선거 쟁점이 됐다는 것도 눈에 띄어요. 박빙 지역구의 공화당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은 기름값을 내려야 하는 건 알지만 그 돈이 푸틴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안 된다고 했고,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도 유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오빠의 이름을 딴 이 법을 공동 발의한 달린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인데도 “푸틴도 러시아도 믿지 않는다, 나라면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했어요. 중간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같은 당 안에서도 목소리가 갈리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은 어떻게 봤나
우크라이나는 대놓고 불만이에요. 젤렌스키는 제재 유예를 두고 “푸틴에게 주는 금전적 보상”이라고 했고, 연료 다음엔 은행, 특정 인물, 화학 산업 쪽 제재까지 줄줄이 풀릴 거라고 걱정했어요. 게다가 이번 달엔 미국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정보가 끊겼다는 주장까지 나왔어요. 젤렌스키는 NBC 인터뷰에서 “탄도미사일 공격 때 사흘 동안 받지 못했다”고 했고, 루비오 장관은 일부러 끊은 적은 없고 “소프트웨어 문제”였다고 반박했어요. 오슬로 회담 뒤에 젤렌스키는 “이제는 작동한다, 미국 측에 감사하다”고 했어요.
러시아는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반겼어요. 푸틴의 경제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제재 유예를 “중요하고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깐깐했어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보좌관은 오슬로에서 나온 우크라이나·유럽 제안에 “새로운 뉘앙스는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다”고 했고, 회담은 종전 뒤 안보 체제를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어요.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정치적 양보는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어요.
유럽은 조심스러운 낙관과 걱정이 섞여 있어요. 핀란드 스투브 대통령은 오슬로에서 “진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고, 노르웨이 스퇴레 총리는 종전 논의에 유럽이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독일 메르츠 총리는 미국에서 “엇갈린 그림과 메시지”가 나온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미국은 2025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방어 비용을 내지 않고 있고, 그 부담을 유럽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시장과 다른 나라들 시선
시장 쪽에서 제일 직접적인 건 기름이에요. 러시아 디젤이 다시 풀리면 공급이 늘어나니까 가격을 누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위 그래프처럼 디젤 거래 발표 뒤에도 10월 19일 주간 가격은 6.28달러로 오히려 한 주 전보다 올랐어요. 약속된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지, 이란 쪽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가 함께 움직이니까 효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인도 같은 나라들도 이번 결정의 숨은 수혜자예요. 법무법인 킹앤스폴딩 분석을 보면, 100% 관세 대상이 될 러시아 에너지 큰손 5개국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지만 무역 통계상 중국, 인도, 튀르키예가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유예가 계속되는 동안은 이 나라들이 러시아 원유를 사도 미국 관세 폭탄을 맞지 않는 거죠.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가 계속 감시하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어서, 언제든 유예를 거둘 수 있는 카드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전쟁은 회담 합의와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어요. 푸틴이 회담 재개에 동의한 바로 그날 밤부터 러시아는 키이우에 탄도미사일 21발을 세 차례에 나눠 쐈고, 젤렌스키는 X에 “러시아 ‘인도주의자’들이 쏜 미사일”이라고 비꼬았어요. 우크라이나도 모스크바 쪽으로 드론 630대를 날렸다고 모스크바 시장이 밝혔어요. 협상 테이블과 전장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이에요.
제 생각
솔직히 저는 트럼프가 미국인을 데려온 건 진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74세 전직 교사가 4년 넘게 러시아 감옥에 있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는 건 정치 성향을 떠나 반가운 일이에요. 기름값 때문에 힘든 미국 사람들 사정을 챙기려는 것도 이해가 가요. 트럼프 스타일이 원래 압박 카드를 쥐고 거래하는 방식이라, 제재를 없앤 게 아니라 ‘유예’로 남겨둔 것도 나중에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걸리는 부분은 있어요. 의회가 86 대 11이라는 압도적인 표로 만든 법을 시행 직전에 멈춘 건, 트럼프를 좋아하는 제가 봐도 공화당 의원들이 화날 만하다 싶어요. 그리고 회담 동의 몇 시간 만에 키이우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걸 보면, 러시아가 실제로 양보할 생각이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예요.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도 협상용 립서비스였다고 해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고요.
결국 이번 제재 유예가 ‘평화를 위한 지렛대’였는지 ‘그냥 푸틴에게 준 선물’이었는지는 11월 3자 회담에서 판가름 날 것 같아요. 회담에서 휴전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같은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트럼프 방식이 맞았다는 말이 나올 거고, 아무것도 안 나오면 비판이 훨씬 커질 거예요. 저는 일단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고 해요. 트럼프가 “하루 만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벌써 4년 반을 넘겼으니, 이번만큼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볼 것
첫째는 11월 3일 중간선거예요. 기름값과 러시아 정책이 실제로 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보일 거예요. 둘째는 11월 10일 이후로 잡힌 3자 회담이에요. 올해 2월 아부다비·제네바 회담 이후 처음이라,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는지부터 봐야 해요. 셋째는 루비오 장관이 말한 60일 분석 결과와, 러시아 디젤이 약속대로 시장에 들어오는지예요. 이 세 가지가 이번 트럼프 러시아 외교의 성적표가 될 것 같아서, 새 소식이 나오면 또 정리해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