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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토시 나카모토는 누구일까? 2009년 첫 블록에 새긴 신문 제목부터 100만 개 비트코인, 애덤 백·크레이그 라이트 소문까지 사실과 추측을 가려봤어요

    사토시 나카모토는 누구일까? 2009년 첫 블록에 새긴 신문 제목부터 100만 개 비트코인, 애덤 백·크레이그 라이트 소문까지 사실과 추측을 가려봤어요

    이번 주 토요일인 10월 31일은 비트코인 백서가 세상에 나온 지 꼭 18년 되는 날이에요. 그런데 이 백서를 쓴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지금도 아무도 몰라요. 그러다 보니 “사토시는 미국 정보기관이다”, “이름이 삼성·도시바 같은 회사 이름을 합친 거다”, “사토시가 숨겨둔 100만 개가 풀리면 비트코인은 끝난다” 같은 소문이 끊이지 않아요. 올해만 해도 4월에 미국 뉴욕타임스가 영국 암호학자 애덤 백을 사토시로 지목했고, 같은 달 할 피니라는 사람을 지목한 다큐멘터리도 나왔어요. 오늘은 2009년 1월 3일 첫 블록에 새겨진 신문 제목부터 지금 비트코인 값까지, 기록으로 확인되는 사실과 그냥 추측인 것을 하나씩 나눠서 정리해봤어요.

    핵심 내용 한눈에

    항목내용
    백서 공개2008년 10월 31일, 암호 기술 이메일 모임에 9쪽짜리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 현금 시스템”
    첫 블록2009년 1월 3일 18:15(세계 표준시) = 한국 시간 1월 4일 새벽 3:15, 보상 50개는 규칙상 못 씀
    첫 블록 문장“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더타임스 그날 1면 제목)
    첫 송금2009년 1월 12일 170번 블록, 사토시 → 할 피니 10개
    사토시 마지막 활동게시판 2010년 12월, 개발자에게 보낸 이메일 2011년 4월 “다른 일로 옮겨갔다”
    사토시 몫 코인약 100만~117만 개 추정(채굴 패턴 분석), 공개 목록의 99.86%는 한 번도 안 움직임
    지금 값으로100만 개 ≈ 798억 달러 ≈ 106조 원, 전체 2,100만 개의 약 5%
    비트코인 값7만 9,822달러(10월 25일 0시 5분, 한국 시간), 최고 종가 12만 4,753달러(2025.10.6)보다 약 36% 낮음
    크레이그 라이트2024년 3월 14일 영국 고등법원 “사토시 아님”, 문서 위조 47건 인정, 12월 법정모독 집행유예
    2026년 새 주장4월 8일 뉴욕타임스 “애덤 백”(본인 부인), 4월 22일 다큐 “할 피니·렌 사새먼”(둘 다 고인)
    정보기관 설NSA 1996년 전자 현금 논문, CIA “확인도 부인도 못 함” 답변 → 사토시와 연결된 증거는 없음
    자료: blockstream.info, bitcoin.org, 사토시 나카모토 연구소, 영국 고등법원 판결 [2024] EWHC 1198 (Ch), Bitquery, 뉴욕타임스·BBC·Decrypt, 야후 파이낸스 (10월 25일 확인)

    첫 블록 내용과 지금 블록 번호는 블록 탐색 사이트 blockstream.info에서 직접 확인했어요. 사토시가 보낸 글은 사토시 나카모토 연구소(nakamotoinstitute.org)가 모아둔 원문을, 크레이그 라이트 재판은 영국 고등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했고요. 사토시 몫 코인 개수는 공식 숫자가 아니라 채굴 패턴으로 짐작한 추정치라 100만~117만 개로 범위가 있어요. 비트코인 값은 야후 파이낸스 기준 10월 25일 0시 5분(한국 시간) 7만 9,822달러이고, 원화는 1달러=1,325.4원으로 바꿨어요.

    2009년 1월 3일, 첫 블록에 신문 제목을 새겼어요

    비트코인 첫 블록 거래 데이터 16진수와 그 안에 들어 있는 더타임스 신문 제목 문장

    비트코인 첫 블록(제네시스 블록) 거래 데이터. 주황색 부분을 글자로 바꾸면 영국 더타임스 그날 1면 제목이 나와요. 자료: blockstream.info, 직접 만든 그림

    비트코인의 맨 첫 블록을 ‘제네시스 블록’, 우리말로 하면 ‘창세기 블록’이라고 불러요. 기록된 시간은 2009년 1월 3일 18시 15분(세계 표준시), 우리 시간으로는 1월 4일 새벽 3시 15분이에요. 이 블록 안에 컴퓨터 숫자 말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장이 하나 들어 있어요.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우리말로 “더타임스 2009년 1월 3일, 재무장관 은행 2차 구제금융 직전”이라는 뜻이에요.

    이건 실제로 그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1면 기사 제목이에요. 원래 기사 제목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 은행 2차 구제금융 직전”이었어요. 2008년 금융위기로 영국 정부가 세금으로 은행을 한 번 살려줬는데, 또 한 번 돈을 넣어야 할 처지라는 기사였죠. 이 문장은 지금도 누구나 블록 탐색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완전한 사실이에요.

    그럼 사토시는 왜 이 제목을 골랐을까요? 첫째, 이 블록이 2009년 1월 3일 이전에 미리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날짜 도장’ 역할을 해요. 둘째는 은행을 꼬집는 뜻이라는 해석인데, 사토시가 직접 “그런 뜻이었다”고 말한 적은 없어요. 다만 한 달 뒤인 2009년 2월 11일 사토시는 인터넷 게시판에 “중앙은행이 돈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돈의 역사는 그 믿음을 깬 일로 가득하다”고 썼어요. 그래서 은행 비판이라는 해석은 근거가 꽤 있는 편이에요.

    재미있는 건 첫 블록 보상으로 생긴 50개의 비트코인은 규칙상 아무도 쓸 수 없게 돼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뒤로 사람들이 기념 삼아 이 주소로 조금씩 보내서, 지금은 약 57.7개가 쌓여 있어요. 이것도 한 번도 꺼내 쓴 적이 없어요. 금과 달러가 어떻게 연결됐다가 끊어졌는지는 아래 글에 따로 정리해뒀어요.

    포트녹스 금은 정말 그대로 있을까? 브레턴우즈부터 닉슨 쇼크까지

    그보다 두 달 전, 9쪽짜리 백서가 나왔어요

    비트코인 백서 첫 페이지, 제목과 사토시 나카모토 이름이 보이는 부분

    2008년 10월 31일 공개된 비트코인 백서 첫 페이지. 자료: bitcoin.org 원문 PDF (MIT 라이선스)

    사토시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10월 31일이에요. 암호 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이메일 모임에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 현금 시스템”이라는 9쪽짜리 글을 올렸어요. 은행 같은 중간 관리자 없이 사람끼리 직접 돈을 주고받는 방법을 설명한 글이에요. 그보다 앞선 2008년 8월 18일에 이미 bitcoin.org라는 인터넷 주소가 등록돼 있었어요.

    백서를 쓰기 직전인 2008년 8월 20일, 사토시는 영국 암호학자 애덤 백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애덤 백이 1997년에 만든 ‘해시캐시’라는 기술을 백서에 인용하려고 물어본 거예요. 애덤 백은 비슷한 생각을 한 웨이 다이의 ‘b-머니’를 알려줬다고 영국 법정에서 직접 증언했어요. 이 이메일 때문에 나중에 애덤 백이 사토시 후보로 계속 거론돼요.

    그리고 2009년 1월 9일, 사토시는 비트코인 프로그램 첫 판(0.1)을 공개했어요. 혼자 쓰는 돈은 의미가 없으니 같이 프로그램을 돌려줄 사람이 필요했죠. 그때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이 할 피니예요.

    비트코인을 처음 받은 사람, 할 피니

    1972년 신문에 실린 고등학생 시절 할 피니 사진과 2009년 1월 11일 Running bitcoin 트윗 화면

    할 피니(1956~2014). 위는 1972년 신문 사진, 아래는 2009년 1월 11일 “비트코인 실행 중” 트윗. 사진: Daily News-Post (퍼블릭 도메인) / 트윗 화면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할 피니는 미국 암호 프로그램 회사(PGP)에서 일한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였어요. 2009년 1월 11일 트위터에 “Running bitcoin(비트코인 실행 중)”이라고 올렸는데, 이게 비트코인 관련 첫 트윗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음 날인 1월 12일, 사토시가 할 피니에게 10개를 보낸 게 비트코인 역사상 첫 송금이에요. 이 기록도 170번 블록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할 피니는 루게릭병을 앓다가 2014년 8월 28일 세상을 떠났어요. 살아 있을 때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고, 자신과 사토시가 주고받은 이메일도 공개했어요. 그런데 올해 4월 22일 나온 다큐멘터리 ‘파인딩 사토시’는 할 피니와 2011년 세상을 떠난 암호학자 렌 사새먼 두 사람이 사토시였다고 주장했어요. 반대쪽에서는 할 피니가 달리기 대회에 나간 시간에 사토시가 이메일을 보낸 기록이 있다며 반박해요. 두 사람 다 이미 고인이라 확인할 길이 없는 추측이에요.

    2010년 12월 사라진 사토시와 ‘100만 개’

    사토시는 2010년 12월까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다가 조용히 사라졌어요. 2011년 4월 다른 개발자에게 “다른 일로 옮겨갔다”는 이메일을 보낸 게 마지막으로 알려진 연락이에요. 그 뒤 15년 가까이 아무 소식이 없어요. 남은 건 사토시가 초기에 직접 채굴한 것으로 보이는 막대한 비트코인이에요.

    사토시 몫 비트코인 추정치 100만에서 117만 개와 지금 값으로 환산한 금액 그래프

    사토시 몫 비트코인 추정치와 지금 값. 자료: 세르지오 레르너(2013·2019), Bitquery(2026년 9월), blockstream.info, 야후 파이낸스, 직접 만든 그래프

    2013년 아르헨티나 보안 전문가 세르지오 레르너가 초기 블록에 남은 특이한 채굴 습관을 찾아냈어요. 이걸 ‘파토시 패턴’이라고 부르는데, 이 패턴의 블록이 약 100만 개, 2019년 다시 계산하니 약 110만 개였어요. 올해 9월 블록체인 분석 회사 Bitquery는 엄격하게 따지면 약 102만 3천 개, 가장 넓게 잡으면 117만 개로 봤어요. 중요한 건 이게 사토시 본인이 밝힌 숫자가 아니라 패턴으로 짐작한 추정치라는 점이에요.

    이 코인들은 정말 거의 안 움직였어요. Bitquery가 정리한 공개 목록 109만 6천여 개 중 99.86%가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고, 2017년 12월 이후로는 하나도 안 움직였다고 해요. 지금 값으로 치면 100만 개만 해도 약 798억 달러, 우리 돈 약 106조 원이에요. 비트코인은 모두 2,100만 개까지만 나오게 돼 있어서, 110만 개면 전체의 약 5%예요.

    그래서 “사토시 코인이 움직였다”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이 깜짝 놀라요. 올해 9월 5일에도 2010년 3월에 채굴된 블록 12개에서 600개가 움직여서 시끄러웠어요. 그런데 Bitquery와 고래 알림 서비스(Whale Alert) 분석으로는 이건 사토시 패턴 코인이 아니었어요. 이런 뉴스가 나오면 제목만 보고 놀라기보다 “누가 확인했는지”부터 보는 게 좋아요.

    1개 0원에서 12만 달러까지, 지금은 7만 9천 달러대

    2014년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 1개 가격 로그 그래프, 2025년 10월 최고 종가와 지금 가격 표시

    비트코인 1개 값 흐름(로그 눈금). 자료: 야후 파이낸스 BTC-USD 종가, 10월 25일 0시 5분(한국 시간) 기준, 직접 만든 그래프

    사토시가 처음 블록을 만들던 2009년 1월에는 비트코인 값이 아예 없었어요. 사고파는 거래소가 없었거든요. 2010년 5월 22일 미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1만 개로 피자 2판을 산 게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산 첫 기록으로 유명해요. 지금 값으로 치면 그 피자 두 판이 약 8억 달러짜리였던 셈이에요.

    그 뒤로 2017년 12월 약 1만 9천 달러, 2021년 11월 약 6만 8천 달러까지 올랐다가 크게 떨어지기를 되풀이했어요. 최고 종가는 2025년 10월 6일의 12만 4,753달러예요. 지금은 7만 9,822달러로 그 최고가보다 약 36% 낮고, 1년 전 이맘때(약 11만 1천 달러)보다 약 28% 낮아요. 우리 돈으로 1개에 약 1억 600만 원 정도예요.

    비트코인을 두고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가 어떤 말을 해왔는지, 그리고 각 나라가 만들려는 디지털 화폐(CBDC)는 비트코인과 뭐가 다른지는 아래 글에 정리해뒀어요.

    피터 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어떻게 볼까
    머스크와 코인 6년, 도지코인부터 비트코인까지
    세계단일화폐 음모론과 디지털 유로, CBDC 팩트 정리

    사토시 후보로 거론된 사람들

    가장 먼저 크게 소동이 난 건 2014년 3월이에요. 미국 잡지 뉴스위크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일본계 미국인 ‘도리언 나카모토’를 사토시로 지목했어요. 본명에 실제로 ‘사토시’가 들어 있고 같은 동네에 할 피니가 살았다는 게 이유였지만, 본인은 비트코인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어요. 기자 질문을 다른 일로 잘못 알아듣고 대답한 게 오해를 키웠고, 그 직후 사토시가 쓰던 게시판 계정에 “나는 도리언 나카모토가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 계정이 그해 해킹당한 적이 있어서 진짜 사토시가 쓴 글인지는 지금도 논란이에요.

    미국 법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닉 사보도 단골 후보예요. 비트코인보다 먼저 ‘비트 골드’라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냈고, 2013년에는 글버릇을 비교한 분석에서 사보가 가장 비슷하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하지만 사보 본인은 “나를 사토시로 지목한 건 틀렸다”고 부인했어요.

    2014년에 찍은 영국 암호학자 애덤 백 사진

    2026년 4월 뉴욕타임스가 사토시로 지목한 영국 암호학자 애덤 백(2014년). 사진: Joi Ito (CC BY 2.0, Wikimedia Commons)

    올해 가장 큰 뉴스는 애덤 백이에요. 4월 8일 뉴욕타임스의 존 캐리루 기자가 글에 붙임표(-)를 쓰는 버릇 같은 글버릇, 사토시가 활동하던 시기에 애덤 백이 암호 게시판에서 이상하게 조용했던 점 등을 근거로 애덤 백이 사토시라고 보도했어요. 애덤 백은 지금 비트코인 회사 블록스트림의 대표예요. 하지만 본인은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 “확증 편향이고 우연과 비슷한 표현이 겹친 것”이라고 바로 부인했어요. 정황은 있어도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어요.

    2024년 10월에는 미국 HBO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 비트코인 미스터리’가 캐나다 개발자 피터 토드를 지목했어요. 2010년 12월 게시판 글 하나를 사토시가 쓴 글을 이어받은 것처럼 해석한 건데, 피터 토드는 “말도 안 된다”,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같은 달 영국에서 스티븐 몰라라는 사람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자기가 사토시라고 주장했지만, 증거를 내놓지 못해 금세 잊혔어요.

    “내가 사토시다” 주장, 영국 법원은 “아니다”

    영국 런던 롤스 빌딩 입구와 고등법원 안내 표지판

    크레이그 라이트 재판이 열린 영국 런던 롤스 빌딩(고등법원). 사진: Roger Gree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스스로 사토시라고 가장 오래, 가장 시끄럽게 주장한 사람은 호주 출신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예요. 2016년부터 “내가 사토시”라며 다른 개발자들에게 소송까지 걸었어요. 그러자 암호화폐 회사들이 만든 단체(COPA)가 “라이트는 사토시가 아니다”라는 걸 법원에서 가려달라고 소송을 냈어요.

    2024년 3월 14일 영국 고등법원 멜러 판사는 재판 마지막 날 바로 결론을 냈어요. 라이트는 백서를 쓴 사람도,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도, 2008~2011년의 사토시도 아니라는 거예요. 5월 20일 나온 판결문에는 라이트가 낸 문서 위조 혐의 47건이 모두 사실로 인정됐고, “법정에서 광범위하게,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적혔어요. 판사는 7월에 이 사건을 영국 검찰에 넘겼고, 항소도 2024년 11월 “전혀 근거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라이트는 그 뒤로도 법원 명령을 어겨서 2024년 12월 법정모독죄로 징역 1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어요. 2025년 5월에는 2028년 3월까지 법원 허락 없이 소송을 못 내게 하는 명령도 받았어요. 다만 검찰이 재판에 넘길지는 지금까지 공개된 결정이 없어요. 이 사건으로 분명해진 건, 사토시라고 말만 하는 건 아무 증거가 안 된다는 점이에요.

    “NSA·CIA가 만들었다”는 소문은?

    음모론 쪽에서 가장 유명한 건 “비트코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나 중앙정보국(CIA)이 만들었다”는 얘기예요. 근거로 드는 게 몇 가지 있어요. 미국 NSA 연구원들이 1996년에 “전자 현금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논문을 쓴 건 사실이에요. 비트코인이 쓰는 암호 방식(SHA-256)도 원래 NSA가 설계해서 2001년 미국 표준이 된 거예요.

    2018년에는 미국 매체 바이스(Vice) 기자가 CIA에 사토시 관련 문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는데, CIA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답했어요. 이걸 두고 “역시 뭔가 있다”는 말이 돌았지만, 이건 CIA가 민감한 질문에 늘 쓰는 정해진 답변이에요. 2016년에는 “NSA가 글버릇 분석으로 사토시를 찾아냈다”는 블로그 글도 퍼졌는데, 출처가 확인된 적은 없어요.

    반대로 사토시는 미국 표준 기관이 추천한 암호 곡선이 아니라 잘 안 쓰이던 다른 곡선(secp256k1)을 골랐어요. 정부 쪽 방식을 일부러 피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을 정도예요. 결국 정보기관 설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일 뿐 증거는 없어요. 세계 돈을 쥐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다른 기관 이야기는 아래 글에 정리해뒀어요.

    국제결제은행(BIS)은 정말 세계 돈을 쥐고 있을까?

    이름과 생일에 숨은 뜻이 있다는 소문

    얼굴이 금빛 거울처럼 반사되게 만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사토시 나카모토 흉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사토시 나카모토 흉상(2021년 9월 공개). 얼굴이 거울처럼 반사돼서 보는 사람 얼굴이 비치도록 만들었어요. 사진: Fekist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인터넷에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삼성(SAmsung)·도시바(TOSHIba)·나카미치(NAKAmichi)·모토로라(MOTOrola)의 앞글자를 합친 이름”이라는 말이 돌아요. 글자를 맞춰보면 그럴듯하지만, 누가 처음 주장했는지 출처가 전혀 없는 말놀이예요. “나카모토를 한자로 풀면 ‘중앙 정보’라는 뜻”이라는 말도 있는데, 사토시는 이름 한자를 밝힌 적이 없어서 이것도 짜맞춘 해석이에요.

    생일 이야기는 조금 더 흥미로워요. 사토시가 쓴 게시판 프로필에는 일본에 사는 1975년 4월 5일생으로 적혀 있었어요. 1933년 4월 5일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민의 금 보유를 금지한 날이고, 1975년은 미국에서 개인이 금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된 해예요. 그래서 “금을 빼앗긴 날과 되찾은 해를 합친 생일”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사토시 본인이 설명한 적은 없어요. 영국식 영어 철자를 쓰고 글 올린 시간이 일본 생활 시간과 안 맞아서, 실제로 일본 사람이 아닐 거라는 분석이 많아요.

    스위스 루가노 호숫가 공원에 세워진, 철판 조각을 이어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 동상

    2024년 10월 25일 스위스 루가노 공원에 세워진 사토시 동상. 정면에서 보면 몸이 사라져 보이게 만들었어요. 사진: Valentina Picozzi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토시를 기리는 동상도 있어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는 2021년 9월 얼굴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흉상이 세워졌는데, “우리 모두가 사토시”라는 뜻이래요. 스위스 루가노에는 마침 딱 2년 전 오늘인 2024년 10월 25일, 정면에서 보면 몸이 사라져 보이는 동상이 세워졌어요. 정체를 모르는 사람을 기리는 방법도 참 독특하죠.

    소문과 사실, 한 장으로 정리했어요

    사토시 관련 소문 11가지를 사실, 추측, 근거 없음으로 나눈 표

    사토시 관련 소문 11가지 확인 결과. 자료: blockstream.info, 영국 고등법원 판결 [2024] EWHC 1198 (Ch), 뉴욕타임스·BBC·CNN·Decrypt·Vice·Bitquery 보도, 직접 만든 표

    정리해보면 확실한 사실은 생각보다 적어요. 첫 블록에 더타임스 제목이 있다는 것, 사토시가 약 100만 개 안팎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게 거의 안 움직였다는 것 정도예요. 크레이그 라이트는 법원이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고요. 애덤 백, 할 피니, 피터 토드는 정황을 근거로 한 추측이고, 도리언 나카모토와 정보기관 설, 회사 이름 설은 근거가 없어요.

    내 생각 정리

    저는 사토시가 누구인지 밝혀질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블록 코인을 실제로 움직이거나, 그 열쇠로 서명을 보여주는 거예요. 크레이그 라이트 재판에서 보듯 “내가 사토시”라는 말이나 서류는 얼마든지 꾸밀 수 있어요. 반대로 진짜 사토시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은 아무리 그럴듯한 기사와 다큐가 나와도 추측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투자 쪽으로 보면, “사토시 100만 개가 한꺼번에 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이해가 가요. 전체의 5% 정도니 실제로 움직이면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코인은 15년 넘게 한 번도 안 움직였고, 사토시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열쇠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많아요. 저는 이걸 당장 일어날 일로 보기보다 “가끔 나오는 놀랄 뉴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조심할 것도 있어요. “사토시가 직접 추천한 코인”, “사토시 코인 나눠준다” 같은 광고나 문자는 전부 사기라고 보시면 돼요. 사토시는 2011년 이후 본인이라고 확인된 채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비트코인은 최고가보다 36%나 내려와 있을 정도로 출렁임이 큰 자산이라, 저는 전체 돈의 작은 부분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주에는 10월 29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미국 연준 금리 발표가 있고, 다음 주 11월 3일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어요. 둘 다 비트코인 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정이라 차분히 지켜보려고 해요. 그리고 10월 31일 백서 18주년이 지나도 사토시는 아마 조용하겠죠.

    이 글은 공개된 기록과 보도를 정리한 개인 의견이며, 특정 코인이나 종목을 사고팔라는 권유가 아니에요.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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