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알래스카 LNG”라는 말을 자주 보셨을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가스 사업에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6조 원을 넣는다고 여러 번 말했어요. 그런데 우리 산업통상부는 바로 다음 날 “투자 여부나 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거든요. 같은 일을 두고 두 나라 정부 말이 이렇게 다르니,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실 수밖에 없어요. 오늘은 두 나라가 실제로 서명한 문서와 공식 발표, 현지 보도를 하나씩 맞춰보면서 확인된 사실과 주장을 나눠봤어요.
핵심 내용 한눈에
| 항목 | 내용 |
|---|---|
| 미국 발표 | 9.30(한국 시간 10.1) 러트닉 “알래스카에 500억 달러 조금 넘게”, 백악관 대변인 10.13 “540억 달러”, 트럼프 트루스소셜 10.14 “500억 달러” |
| 공동 팩트시트 문구 | 상업적 합리성·국내법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작업 시작”에 합의, 금액 없음 |
| 우리 정부 | 산업통상부 “투자 여부·규모 정해진 바 없다”, 김정관 장관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간 이야기” (10.1) |
| 대미 투자 약속 전체 | 3,500억 달러(약 464조 원) = 조선 협력 1,500억 + 현금 전략 투자 2,000억(1년 최대 200억) |
| 확정된 사업 | 텍사스 가스발전소 223억 달러, 10.1 첫 24억 달러 송금 / 원전 8기 1,200억 달러는 협의 중 |
| 알래스카 사업 상태 | 지분 글렌파른 75%·알래스카 주 25%, 최종 투자 결정 없음, 장기 판매 계약 없음 |
| 사업비 추정 | 개발사 445억~545억 달러, 주 상원 다수파 650억~700억, 라피단 에너지 최대 1,000억 달러 |
| 대만·일본 | 대만 1년 600만 톤 구매 의향서·최대 44억 달러 투자 검토 / 일본은 기업 구매 의향서 단계 |
문서 기준은 미국 상무부가 9월 30일(미국 시간) 낸 한미 공동 팩트시트, 우리 산업통상부 발표, 2025년 11월 14일 서명한 한미 투자 양해각서(MOU)예요. 여기에 미국 대통령 기록 사이트에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 알래스카 현지 매체와 연합뉴스·뉴시스 보도, 대만 경제부 발표를 같이 봤어요. 원화 환산은 1달러=1,325.4원(10월 24일 환율)으로 했고, 자료는 10월 25일 새벽 6시(한국 시간)까지 나온 것만 썼어요. LNG는 ‘액화천연가스’의 줄임말로,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차갑게 식혀 액체로 만든 거예요.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서 배에 싣고 먼 나라까지 나를 수 있어요.
9월 30일 백악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5년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만찬. 이 회담 무렵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의 세부 조건이 정리됐어요. 사진: 백악관 Molly Riley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미국 시간 9월 30일, 우리 시간으로는 10월 1일 아침이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을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했어요. 텍사스 가스발전소, 대형 원전 8기, 그리고 “드디어 알래스카 LNG 가스관”을 차례로 꼽았고요. 옆에 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를 조금 넘게 투자한다”고 덧붙였어요. 이 자리에는 다음 달 선거를 앞둔 알래스카 댄 설리번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 서 있었어요.
그런데 같은 날 미국 상무부가 올린 공동 팩트시트를 보면 말투가 꽤 달라요. 알래스카 부분은 “한국과 미국은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모든 국내법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이어서 미국이 한국 업체 참여를 돕고, 경제성 있는 가격의 구매 계약과 한국의 우선 구매권을 가능한 범위에서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예요. 금액은 한 줄도 없어요. 텍사스 발전소는 223억 달러, 원전은 1,200억 달러라고 숫자가 적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실히 보여요.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실 텐데, 쉽게 말하면 “넣은 돈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을 수 있느냐”예요. 한미 투자 MOU와 우리 특별법에 따르면, 사업 기간 동안 한국에 돌아오는 수입이 투자 원금과 이자를 다 갚을 수 있어야 해요. 이때 이자는 미국 20년 만기 국채 금리에 두 나라가 정한 가산 금리를 더해서 계산하고요. 이 기준을 못 넘는데도 안보 같은 이유로 꼭 해야 한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김정관 장관 설명이에요.
우리 정부 입장: “합의는 세 문장뿐”
발표 다음 날인 10월 1일, 산업통상부는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다는 것이고, 투자 여부나 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어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은 팩트시트에 있는 세 문장이 전부”라고 했어요. 그리고 “숫자나 단정 짓는 듯한 표현은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간 이야기”라며 러트닉 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어요.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고 사업이 제대로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해요.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X(옛 트위터)에 비슷한 글을 올렸어요. 알래스카 LNG는 “먼저 상업성이 확인되고, 다음으로 우리 법 절차에 맞을 때” 시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김 장관은 미국이 처음엔 사업비를 670억 달러라고 했다가 540억, 500억으로 바꿔온 것도 짚었어요. “숫자가 많이 바뀌었다는 건 프로젝트가 아직 단단하지 않다는 증거”라는 거예요.
그 뒤에도 정부 말은 그대로예요. 알래스카 공영방송 보도를 보면, 우리 당국자들은 10월 7일 앵커리지에서 알래스카 주의원들과 만나 개발사가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뒤에야 한국 투자를 따져볼 수 있다는 뜻을 전했어요.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박종원 한미전략투자공사 사장이 “알래스카는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이 투자를 관리하려고 올해 6월 18일 새로 만든 공기업이에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3,500억 달러, 구조부터 보면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구조. 자료: 한미 MOU, 한미전략투자특별법, 미 상무부 팩트시트(9.30), 산업통상부, 국정감사(10.20). 직접 만든 그림
알래스카 얘기가 이렇게 커진 건 3,500억 달러라는 큰 약속 때문이에요. 지난해 7월 30일 한미 무역 합의에서 미국이 우리 상품에 매기는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64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어요.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마스가’라고 부르는 조선 협력 몫이라 우리 조선사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이 섞여 있어요. 나머지 2,000억 달러가 정부가 현금으로 넣는 전략 투자인데, 1년에 200억 달러까지만 내보낼 수 있게 한도를 정해놨어요.
이 2,000억 달러 안에서 지금까지 나온 사업이 세 가지예요. 첫째, 텍사스 엔시날의 223억 달러짜리 가스발전소 ‘프로젝트 스타’는 유일하게 확정됐고, 10월 1일 24억 달러가 실제로 송금됐어요. 둘째, 원전 8기 ‘프로젝트 파워’는 1,200억 달러 규모인데, 부지와 조건이 정해지는 대로 하나씩 따로 발표하기로 했어요. 셋째가 알래스카 ‘프로젝트 노스’인데, 앞에서 본 것처럼 ‘검토 시작’만 합의된 상태예요.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정해져 있어요. 한국이 넣은 원금과 이자를 다 돌려받을 때까지는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5대 5로 나누고, 다 돌려받은 뒤에는 한국 1, 미국 9로 바뀌어요. 그리고 여러 사업을 한 바구니에 묶어서 관리하기 때문에, 한 사업에서 손해가 나면 다른 사업 이익으로 메우는 구조예요. 재미있는 건 텍사스 223억과 원전 1,200억에 미국이 말하는 알래스카 540억을 더하면 1,963억 달러로, 2,000억 달러와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에요. 미국 쪽이 왜 굳이 알래스카를 2,000억 달러 안에 넣어 말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에요.
미국 쪽 주장: “500억 달러, 이제 연방정부 사업”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이미 있는 원유 송유관이고, 계획 중인 가스관은 이와 비슷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요. 사진: 미 토지관리국(BLM) Tim Craig (퍼블릭 도메인)
미국 쪽 발표는 그 뒤로 더 커졌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 한국이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말도 했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13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알래스카에 540억 달러를 넣는다고 다시 말했어요. 같은 날(한국 시간 10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와실라 유세에 직접 가서 “필요한 인허가는 다 났고, 오늘 밤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어요. 러트닉 장관은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이 사업을 연방화했다”며 한국 501억 달러, 대만 44억 달러를 말했고요.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썼어요. “한국의 500억 달러 투자는 나와 맺은 무역·투자 합의의 일부다. 대만은 20년 동안 가스관 물량의 30%, 700억~800억 달러어치를 사기로 했고, 지분으로 44억 달러도 투자한다. 이제 미국 연방정부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이 글은 미국 동부 시간 10월 14일 낮 12시 29분, 우리 시간으로 10월 15일 새벽 1시 29분에 올라왔어요.
그런데 ‘연방정부 사업’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어요. 알래스카 현지 매체 알래스카뉴스는 백악관이나 상무부에서 그 뜻을 밝힌 문서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어요. 10월 2일 알래스카 주에 낸 서류에도 소유 구조는 그대로 민간 회사 글렌파른 75%, 알래스카 주(가스라인개발공사, AGDC) 25%예요. 앵커리지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설리번 상원의원은 연방정부 지분 참여 여부를 묻자 “지금 다 협상 중”이라고만 답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 논리도 들어볼 만해요. 개발사 설명으로는 알래스카에서 아시아까지 가는 뱃길이 미국 멕시코만 가스를 파나마 운하로 실어 오는 것보다 8~10일 짧아요.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를 지나지 않으니 중동 전쟁 같은 일에 덜 흔들리고, 미국 가스를 사면 무역 흑자 문제로 관세 압박을 받을 일도 줄어요. 글렌파른은 건설 일자리 1만 2천 개를 내세우고, 최종 투자 결정에 필요한 1년 1,600만 톤 가운데 1,300만 톤어치 상업 약정을 맺었다고 해요. 이란 전쟁 때 우리 원유·가스 뱃길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는 아래 글에 정리해뒀어요.
트럼프 “이란이 유가 띄우려 거짓말” vs 이란 “유조선 7척 타격”, 브렌트 114달러 찍은 호르무즈 한 주 정리
같은 사업, 숫자는 왜 이렇게 다를까

알래스카 LNG를 두고 나온 숫자들. 자료: 미 상무부·백악관, 트루스소셜(10.14), 알래스카뉴스(10.16), 알래스카퍼블릭(6.4), 한국일보·헤럴드경제(10.1), 연합뉴스(10.24). 직접 만든 그래프
그래프로 모아보면 숫자가 정말 제각각이에요. 개발사 글렌파른은 올해 6월 알래스카 주 상원에 전체 사업비를 445억~545억 달러로 처음 공개했어요. 그중 1단계인 알래스카 주 안 가스관만 132억~169억 달러예요. 반면 알래스카 주 상원 다수파는 650억~700억 달러를 말해왔고, 미국 에너지 컨설팅 회사 라피단 에너지의 알렉스 먼튼 이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대 1,000억 달러, 어쩌면 그 이상”까지 갈 수 있다고 봤어요.
여기서 조심해서 보셔야 할 점이 있어요. 미국 쪽이 말하는 500억~540억 달러는 사실상 사업 전체 비용과 비슷한 크기예요. 그러니까 미국 발표대로라면 한국이 사업비 거의 전부를 대는 셈인데, 정작 지분 구조나 수익 배분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한국 정부가 문서로 약속한 금액은 지금까지 0원이에요.
비판하는 쪽과 전문가들의 경고

가스를 뽑아낼 북쪽 프루도베이의 가스 처리 시설(2010년). 사진: FairbanksMike (CC BY 2.0, Wikimedia Commons)
비판의 핵심은 결국 값이에요. 가스관은 북쪽 프루도베이에서 남쪽 니키스키까지 807마일(약 1,300km)을 얼어붙은 땅을 가로질러 이어져야 해요. 에너지 분석 회사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의 잭 와이크셀 이사는 연합뉴스에 “한국이 540억 달러에 동의한다면 알래스카 가스에 시장 가격의 두 배를 내는 셈”이라고 지적했어요. 알래스카 주 세입국 경제학자도 세금을 깎아줘도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평가했어요.
공사 기간과 환경 문제도 걸려요. 먼튼 이사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LNG 생산은 2030년대 후반에야 가능할 거라고 봤어요.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교수는 영구동토층(1년 내내 얼어 있는 땅) 훼손 위험을 경고했고요. 전 연방 가스관 조정관 래리 퍼실리는 가격과 일정, 공사비가 늘면 누가 떠안는지를 한국이 미리 따져둬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알래스카 안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주의회가 다룬 가스관 세금 감면 법안은 7월 16일 주 하원에서 19대 19 동수로 무산됐어요. 알래스카 민주당 빌 비엘레호프스키 주 상원의원은 한국 당국자들에게서 개발사 최종 결정이 먼저라는 말을 들었다고 확인했어요. 우리 국회에서도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면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박종원 사장은 “이면합의는 아니다”라고 답했어요.

LNG 수출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니키스키 부근 해변의 옛 석유 부두. 사진: Just Step Sideway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현장 분위기도 아직은 조용해요. 연합뉴스 특파원이 10월 22일(현지 시간) 찾아간 니키스키 LNG 수출 공장 예정지는 나무 말뚝 하나만 박힌 자갈밭과 잡목 숲이었다고 해요. 근처에는 1969년부터 일본에 LNG를 수출하다 2017년부터 멈춰 선 옛 키나이 LNG 공장이 있고요. 주민 반응도 “일자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쪽과 “세부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쪽으로 갈렸다고 해요.
대만·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나라 LNG 나라별 수입량(2025년). 자료: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너지경제신문 2026.1.28 보도), 글렌파른·대만 경제부. 직접 만든 그래프
대만도 비슷한 모습이에요. 대만 경제부는 10월 14일 국영 석유회사 중유(CPC)가 알래스카 LNG를 1년에 600만 톤 사고, 최대 44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지분, 조건은 앞으로 협상과 상업 계약으로 정한다”고 덧붙였어요. 600만 톤 구매도 지난해 3월 서명한 구매 의향서 기준이라, 법적으로 꼭 사야 하는 계약은 아니에요.
일본은 5,500억 달러를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약 1,090억 달러어치 사업이 발표됐어요. 첫 발표 뒤 실제 자금 계약까지 10주쯤 걸렸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4일 미국 반도체 회사 글로벌파운드리의 210억 달러 사업에 “일본이 돈을 댄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알래스카 쪽은 일본 전력회사 JERA와 도쿄가스가 구매 의향서를 낸 단계이고, 제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일본 정부가 알래스카에 얼마를 넣는다고 발표한 건 없었어요.
우리나라 사정도 같이 보면 이해가 쉬워요. 지난해 우리나라는 LNG를 4,672만 톤 들여와 역대 최대였고, 그중 미국산은 439만 톤으로 9.4%였어요. 알래스카 사업이 계획대로 1년에 2,000만 톤을 수출하면 우리 1년 수입량의 43% 정도 되는 큰 물량이에요. 가스를 싸고 안정적으로 사 올 수만 있다면 분명 반가운 선택지예요. 다만 그 ‘싸고’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예요.
새 변수: 러시아 회사 자금 의혹

우리 조선소(옛 대우조선해양, 지금의 한화오션)가 2009년에 만든 LNG 운반선. 사진: devopstom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10월 23일(미국 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제재를 받는 러시아 가스 회사 노바텍이 알래스카의 다른 LNG 사업에 몰래 초기 자금을 댔다고 보도했어요. 미국 스타트업 ‘폴라 LNG’의 사업인데, 가스관 없이 북쪽 바닷가에서 바로 가스를 얼려 쇄빙 운반선으로 나르는 방식이에요. 여기에 한화오션이 원래 러시아용으로 만들던 쇄빙 LNG 운반선을 쓰는 방안까지 거론됐다고 해요. 이 의혹은 회사 전 대표가 제기한 것이고 폴라 LNG는 부인하고 있어요. 미국 재무부도 이 사업에 “잠재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고 해요.
중요한 건 이게 우리에게 투자를 요청한 글렌파른 가스관 사업과는 다른 사업이라는 점이에요. 오히려 두 사업은 같은 북쪽 가스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예요. 다만 같은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특사 위트코프, 쿠슈너와 만난 자리에서도 알래스카 LNG 얘기가 나왔다고 하니, 앞으로 이 판이 더 복잡해질 수는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멈춘 배경은 예전 글에 정리해뒀어요.
트럼프는 왜 러시아 제재를 멈췄을까? 디젤 거래, 미국인 석방, 우크라 평화회담 재개 정리
사실과 주장, 이렇게 나눠봤어요

사실과 주장 판정표. 자료: 미 상무부 팩트시트, 산업통상부, 알래스카뉴스, 연합뉴스·뉴시스, 대만 경제부, 미 에너지부 보고서. 직접 만든 표
정리하면 이래요. 두 나라가 문서로 합의한 건 “상업성이 있고 우리 법 절차를 지키면 검토를 시작한다”는 것까지예요. 10월 1일 미국 에너지부 보고서에도 장기 LNG 수출 계약이나 공급 계약은 아직 없다고 적혀 있어요. 최종 투자 결정도 아직 안 났고,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건설사 작업은 2027년에야 시작돼요. “한국이 500억 달러를 낸다”는 건 지금으로선 미국 쪽 주장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알래스카 LNG와 한국 투자, 2년 흐름. 자료: 미 에너지부 보고서(10.1), 산업통상부, 미 상무부, 트루스소셜, 연합뉴스·뉴시스, 뉴욕타임스. 직접 만든 연표
발표 시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8일 아이오와 150억 달러 제철소, 9월 30일 알래스카 발표를 접전 지역 공화당 상원 후보와 나란히 했다고 짚었어요. 이 매체는 선거가 이 사업들을 만든 건 아니지만,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맹국 투자 약속이 ‘당장의 성과’처럼 발표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한미, 미일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약정이고, 실제 돈은 사업 통보 뒤 최소 45영업일이 지나야 나간다는 점도 짚었어요. 중간선거 쟁점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어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트럼프 성적표와 내 주식은? 기름값·이란 전쟁·5천 달러 공약까지 쟁점 정리
제 생각은 이래요
저는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이 일을 “계약서에 적힌 것만 내 약속”이라는 눈으로 보게 돼요. 지금 계약서에 적힌 건 세 문장이고, 그 세 문장에는 금액이 없어요. 그러니 정부가 “결정된 것 없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 문서 그대로의 얘기예요. 미국이 말하는 500억 달러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선거용 홍보가 섞인 숫자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알래스카를 무조건 나쁜 사업으로 볼 생각도 없어요. 뱃길이 짧고 중동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진짜 장점이고, 우리 철강·조선 회사에 일감이 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장점은 “가스를 시장보다 비싸지 않게 살 수 있을 때” 얘기예요. 전문가들 말처럼 시장 가격의 두 배를 내야 한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관세를 피하려고 내는 비싼 통행료가 되는 셈이에요.
앞으로 제가 챙겨볼 건 네 가지예요. 첫째, 미국이 약속한 사업성 개선 자료가 실제로 오는지와 우리 정부의 현지 실사 결과예요. 둘째, 글렌파른이 가스관 최종 투자 결정을 올해 안에 내는지예요. 셋째, ‘연방정부 사업’이 연방 지분인지 대출 보증인지 문서로 나오는지예요. 넷째, 11월 3일 중간선거와 11월 18~19일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미일 사이에 새 발표가 나오는지예요.
주식 하시는 분들은 “알래스카 수혜주” 같은 말에 급하게 따라가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직 투자 결정도, 장기 판매 계약도 없는 사업이라, 뉴스 한 줄에 주가가 출렁이기 쉬워요. 저는 실제 계약서가 나오고 우리 기업 이름과 금액이 적힐 때까지는 지켜보기만 하려고 해요. 새 소식이 나오면 이 글에 이어서 다시 정리해볼게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와 발언은 2026년 10월 25일 새벽 6시(한국 시간)까지 나온 공식 문서와 보도 기준이고, 원화 환산은 1달러=1,325.4원(10월 24일)으로 했어요. 미국 쪽 숫자 가운데 공식 문서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주장’으로 따로 표시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