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마당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난 4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입니다. 오늘은 이 집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무너져 내린 뒷돌담을 직접 다시 쌓아 올리고, 지금 조금씩 완성해 가고 있는 우리 집 정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집을 만나다, 그리고 시작된 돌담과의 사투
처음 이 집을 구입했을 때, 뒷돌담은 이미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이 집의 역사를 간직한 돌담이 무너진 채 방치된 모습이 못내 아쉬워, 2년 전부터 직접 다시 쌓기로 마음먹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돌담 쌓기는 생각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돌담 사이를 얽히고설켜 자라난 ‘마삭줄’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닥나무’였습니다. 사실 닥나무와 마삭줄이 무성하게 돌담을 뒤덮고 있었을 때는, 그 나름의 나무 그늘 덕분에 뒷마당이 참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돌담을 다시 쌓기 위해 모든 나무와 풀을 정리하고 나니, 뜨거운 태양 아래 돌담이 그대로 노출되더군요. 뙤약볕에 달궈진 돌담 때문에 집 전체가 후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연의 그늘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닥나무의 번식력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한지를 만드는 원재료라 그런지 줄기의 강인함도 남달랐죠. 신기하게도 세로 결로는 잘 찢어지는데, 가로 결로는 도무지 찢어지지 않을 만큼 질겼습니다. 옆집 어르신께서 “어릴 적에 이 집 닥나무를 몰래 베어다가 팽이 채를 만들어 썼지”라며 추억을 들려주신 덕분에 잠시 남겨둘까 고민도 했지만, 마치 대나무처럼 무섭게 번져 나가는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돌 하나를 옮길 때마다 뿌리를 일일이 잘라내야 했던 고단한 시간이 지금의 정원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야외 이끼정원을 위한 긴 기다림, 그리고 대피처
돌담을 정리하고 나니 뜨거워진 집 안을 보며, 저는 돌담에 이끼를 키워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시도는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일일이 물을 주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결국 그 고된 물주기를 견디지 못해 많은 이끼가 말라 죽고 말았죠.


지금 제가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제주애기모람, 솔이끼, 우산이끼, 양지이끼, 초롱이끼들은 단순한 관상용이 아닙니다. 야외 이끼 정원으로 나가기 전까지 잠시 머무는 ‘대피처’이자 ‘보육원’인 셈이죠. 실내에서 플라스틱 통에 임시로 키우며 어떻게든 소중한 종자들을 살려내고 있는 것은, 언젠가 이 아이들을 돌담으로 옮겨 심어 완벽한 야외 테라리움으로 꾸미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입니다. 실내 환경을 활용해 강인하게 키워낸 이끼들이 하루빨리 척박한 야외 돌담으로 나가, 멋진 이끼돌이 되고 웅장한 이끼정원으로 자라나길 매일 꿈꾸고 있습니다.
더 완벽한 자동화, 야외 테라리움으로의 도약

얼마 전 포스팅했던 것처럼, 저는 이번에 PB 수도관을 연장하여 ‘미스트 관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급수 타이머를 설치해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출 계획입니다. 현재는 기본적인 배관을 설치했지만, 앞으로 미스트 관수 라인을 더욱 확장하여 돌담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야외 테라리움을 만들 생각입니다. 기계적인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만, 결국 돌담에 자연이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초록으로 덮여가기를 기다리는 아주 느린 기다림의 작업입니다.

오늘 아침,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는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은 또다시 뒷마당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본격적인 이끼 정원 조성을 앞두고 다시 한번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여름 내내 돌담 주변을 파고든 잡초들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새로 준비한 미스트 수도 배관을 돌담 아래로 깔끔하게 매립하기 위한 정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노출된 배관 없이 이끼와 돌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흙을 파내고 배관을 묻으며, 이 작은 수도관 하나가 내년 봄 우리 집 뒷마당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상상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더군요.

정원 가꾸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지난 2년 동안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고 정원을 일구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자연은 서두른다고 해서 빨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손길을 더하면 그에 보답하듯 조금씩 생기를 찾아간다는 사실 말이죠.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번에 준비 중인 자동화 관수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해준다면 내년 봄에는 돌담이 푸릇한 이끼로 완전히 뒤덮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저의 야외 테라리움 프로젝트, 이 과정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저도 무척 설레는데요. 앞으로의 진행 상황과 돌담이 변화하는 모습들을 이곳에서 구독자 여러분과 하나하나 공유해 나가고 싶습니다. 땀 흘려 가꾸는 이 공간이 푸른 이끼로 덮이는 그날까지, 저의 새로운 도전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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