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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귀여운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과 새 칩 RTX 스파크·베라 루빈, 최고가보다 12% 빠진 주가와 11월 18일 실적까지 정리

    엔비디아 귀여운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과 새 칩 RTX 스파크·베라 루빈, 최고가보다 12% 빠진 주가와 11월 18일 실적까지 정리

    요즘 엔비디아 얘기를 하면 다들 칩이랑 주가부터 떠올리시는데, 이번 주에는 좀 색다른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10월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GTC 베를린)에서 젠슨 황 대표가 손바닥만 한 오리 모양 로봇 네 마리를 무대에 불러냈거든요.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에 들어가는 새 AI 칩 ‘RTX 스파크’와 데이터센터용 ‘베라 루빈’ 이야기도 꺼냈어요. 귀여운 로봇 뒤에 엔비디아가 정말 팔고 싶은 게 뭔지, 그리고 11월 실적 발표를 앞둔 주가는 어떤지 숫자로 한 번에 정리해봤어요.

    GTC 베를린 무대 바닥에 앉은 젠슨 황 대표 옆에 작은 오리 로봇이 서 있는 모습

    10월 21일 GTC 베를린 기조연설 중 무대에 앉아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과 눈을 맞추는 젠슨 황 대표. 사진: NVIDIA 블로그

    핵심 숫자 한눈에

    항목내용
    무대에 나온 로봇오리 모양 두발 로봇 ‘마이크로덕’ 4대 (프랑스 폴른 로보틱스·허깅페이스 제작), 10월 21일 GTC 베를린
    마이크로덕키 25cm, 800g 미만, 모터 15개, 예약가 399달러, 첫 배송 올해 크리스마스 전 목표
    연구용 휴머노이드애자일 원 SN: 키 1.40m, 40kg, 관절 31개, 엔비디아 젯슨 토르 칩, 2027년 초 판매
    새 노트북 칩RTX 스파크: 블랙웰 그래픽+그레이스 CPU 한 칩, AI 1페타플롭스, 메모리 최대 128GB, 10월 16일 출시, 2,599달러부터
    데이터센터 칩베라 루빈 본격 생산 중, 컨테이너형 ‘DSX POD’ 공개 (설치 6개월→14일, 첫 제품 내년 초)
    2분기(5~7월) 매출962억 달러 (1년 전보다 106%↑), 데이터센터 890억 달러 (117%↑)
    2분기 순이익597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75.0%
    3분기(8~10월) 회사 예고매출 1,080억 달러 ±2%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 제외), 매출총이익률 74.0%
    월가 3분기 예상(평균)매출 약 1,090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2.47달러
    실적 발표미국 11월 17일(화) 장 마감 뒤 예정 → 한국 11월 18일(수) 오전 7시쯤 (정식 공지 전)
    주가 (10월 23일 종가)210.96달러, 최고 종가 239.24달러(10월 6일)보다 약 12% 낮음, 올해 약 13%↑
    몸값시가총액 약 5조 1천억 달러, 지난 12개월 이익 기준 PER 약 27배, 월가 평균 목표가 약 329달러
    자료: 엔비디아 실적 발표문·SEC 공시·보도자료, 폴른 로보틱스 보도자료, 야후 파이낸스 (10월 23일 미국 종가, 10월 24일 확인)

    표에서 앞쪽 로봇과 칩 내용은 엔비디아와 로봇 회사가 직접 낸 발표 자료에서 가져왔어요. 매출과 이익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2분기 공식 실적이고, 3분기 예고는 회사가 8월에 스스로 내놓은 숫자예요. 반면 월가 예상과 목표가는 어디까지나 증권사들의 전망이라 발표 전까지 바뀔 수 있어요. 주가는 10월 23일 금요일 미국 종가 기준이에요.

    무대에 나온 귀여운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

    무대 위에 서 있는 흰색과 회색 오리 모양 두발 로봇 두 대

    GTC 베를린 무대에 선 마이크로덕 두 대. 영상 캡처: NVIDIA Developer 「RTX Spark Brings Microducks to Life」

    화제가 된 로봇 이름은 ‘마이크로덕(Microduck)’이에요. 엔비디아가 만든 게 아니라, 프랑스 보르도의 로봇 회사 폴른 로보틱스(Pollen Robotics)가 만들었어요. 이 회사는 2025년 4월 AI 회사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들어가서 지금은 허깅페이스의 로봇 팀이에요. 키는 25cm, 무게는 800g이 안 되고, 다리와 머리에 모터가 15개 들어 있어서 뒤뚱뒤뚱 걷고 앉고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요.

    젠슨 황 대표가 “앉아”, “일어서”, “낮잠 자” 하고 말하자 네 마리가 따라 했는데, 다 말을 잘 들은 건 아니었어요. 로이터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를 보면 세 마리는 바로 드러누웠는데 한 마리는 계속 걸어 다니다가 뒤늦게 누웠어요. 엉뚱한 쪽을 보는 녀석한테 황 대표가 “집중해, 이리 와” 하고 타이르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대요.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람 같아서 더 귀엽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초록색 바닥에서 아이들 옆으로 공을 차며 노는 오리 로봇들

    공놀이를 하는 마이크로덕들. 사진: Pollen Robotics 보도자료(프레스 키트)

    마이크로덕은 장난감처럼 보여도 실제로 파는 제품이에요. 회사 보도자료를 보면 8월 27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고, 값은 세금과 배송비를 빼고 399달러, 우리 돈 50만 원대예요. 첫 배송은 올해 크리스마스 전을 목표로 하고, 처음엔 북미와 유럽에서만 팔아요. 로봇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누구나 고쳐 쓸 수 있게 공개(오픈소스)했지만, 기계 설계도까지 공개한 건 아니에요.

    엔비디아가 이 작은 로봇을 굳이 무대에 올린 이유는 따로 있어요. 오리 로봇의 걸음걸이는 엔비디아의 가상 훈련장 프로그램(아이작 심, 아이작 랩) 속에서 먼저 연습시켰고, 무거운 훈련은 클라우드의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에서 돌렸어요. 그렇게 배운 걸 새 노트북 칩 RTX 스파크로 점검한 다음 진짜 로봇에 옮겨 심었어요. 로봇 한 대를 키우는 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엔비디아 칩이 들어간다는 걸 보여준 거예요.

    진짜 큰 로봇은 따로 있어요

    같은 날 엔비디아는 사람 모양 로봇(휴머노이드)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 모델 ‘애자일 원 SN(Agile ONE SN)’도 발표했어요. 독일 로봇 회사 애자일 로봇이 만들었고, 키 1.40m, 무게 40kg에 관절이 31개, 손가락 다섯 개짜리 손이 두 개 달렸어요. 머리 역할은 엔비디아 로봇용 칩 ‘젯슨 토르’가 맡는데, 메모리가 128GB예요. 판매는 2027년 초로 예정돼 있어요.

    다음 날인 10월 22일에는 미국 로봇 회사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새 휴머노이드 ‘디짓 5’의 컴퓨터를 엔비디아 칩(IGX 토르)으로만 쓰겠다고 밝혔어요.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직접 만들지만, 다른 로봇 회사들은 엔비디아 칩과 프로그램을 사다 쓰는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어요. 테슬라 옵티머스 일정은 제가 테슬라 3분기 실적 정리에 따로 적어뒀어요. 로봇이 진짜 큰 시장이 된다면 엔비디아는 로봇 회사가 누가 이기든 칩을 파는 자리에 서 있는 셈이에요.

    새 칩 하나, 노트북에 들어간 RTX 스파크

    무대에서 노트북을 들고 있는 젠슨 황 대표와 발밑의 오리 로봇들

    RTX 스파크 노트북을 든 젠슨 황 대표와 마이크로덕들. 영상 캡처: NVIDIA Developer 「RTX Spark Brings Microducks to Life」

    “칩도 공개했다”는 건 주로 이 RTX 스파크 얘기예요. 엔비디아 그래픽 칩(블랙웰)과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CPU(그레이스)를 칩 하나에 합친 ‘슈퍼칩’이고, CPU 설계는 대만 미디어텍과 같이 했어요. 6월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처음 공개했고, 이 칩을 넣은 노트북이 10월 16일 전 세계에 나왔어요. 베를린 무대는 출시 뒤 처음 크게 자랑한 자리였어요.

    무대 위 젠슨 황 대표 뒤로 RTX 스파크 노트북들이 놓여 있는 모습

    GTC 베를린 기조연설에서 RTX 스파크 노트북을 소개하는 장면. 사진: NVIDIA 블로그

    성능은 AI 계산 능력이 최대 1페타플롭스, 메모리는 최대 128GB예요. 황 대표는 2016년 오픈AI에 직접 갖다준 슈퍼컴퓨터 ‘DGX-1’과 성능과 메모리가 똑같다면서, 그땐 두 사람이 들고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이건 한 손으로 든다고 웃었어요. 아수스, 델, HP,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MSI가 노트북을 내놨고, 값은 2,599달러(우리 돈 약 340만 원)부터예요. 인터넷에 안 붙어도 노트북 안에서 큰 AI를 돌릴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새 칩 둘, 데이터센터의 베라 루빈

    컨테이너 안에 AI 서버가 들어간 베라 루빈 DSX POD 무대 화면

    컨테이너 하나에 AI 서버를 통째로 담은 ‘베라 루빈 DSX POD’ 발표 화면. 사진: NVIDIA 블로그

    엔비디아가 진짜 돈을 버는 건 노트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칩이에요. 지금 주력은 ‘블랙웰’이고, 다음 세대가 그래픽 칩 ‘루빈’과 CPU ‘베라’를 묶은 ‘베라 루빈’이에요. 회사는 8월 실적 발표 때 베라 루빈이 본격 생산에 들어갔고 코어위브,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같은 곳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어요. 베를린에서는 이 베라 루빈을 컨테이너에 통째로 담아 공장에서 다 조립해 보내는 ‘DSX POD’을 새로 내놨어요.

    엔비디아 설명으로는 이렇게 하면 현장 설치 기간이 6개월에서 14일로 줄어든대요. 델과 HPE 등 10곳이 넘는 업체가 만들기로 했고, 첫 제품은 내년 초에 나와요. 우리나라와 관련된 소식도 있어요. 엔비디아는 8월 발표문에서 SK하이닉스와 여러 해짜리 차세대 메모리 협력을, SK텔레콤·네이버와는 한국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밝혔어요.

    돈은 얼마나 벌고 있을까

    엔비디아 분기 매출 막대그래프, 467억 달러에서 962억 달러, 3분기 예고 1,080억 달러

    직접 만든 그래프. 자료: 엔비디아 분기 실적 발표문(SEC 공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는 우리와 달라서, 지난 5~7월이 ‘2027 회계연도 2분기’예요. 이 석 달 매출이 962억 달러로 1년 전 467억 달러의 두 배가 넘었어요(106% 증가). 그중 AI 서버용 데이터센터 매출이 890억 달러로 전체의 93%쯤 되고, 매출총이익률도 75%로 아주 높아요. 순이익은 597억 달러로, 석 달 동안 우리 돈 약 79조 원(달러당 1,325원 기준)을 남긴 셈이에요.

    회사는 8~10월 매출을 1,080억 달러(위아래 2%)로 예고했고, 이 숫자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하나도 넣지 않았어요. 야후 파이낸스 기준 월가 평균 예상은 매출 약 1,090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2.47달러로 회사 예고보다 조금 높아요. 걱정거리도 있어요. 메모리 등을 미리 사두기로 한 약정이 2,790억 달러로 석 달 만에 두 배 넘게 늘었고, 손님에게 받을 돈(매출채권)이 631억 달러로 불어나 대금 받는 기간도 45일에서 60일로 길어졌어요.

    주가는 왜 힘이 빠졌을까

    엔비디아 5월부터 10월 23일까지 주가 선그래프, 10월 6일 최고 종가 239.24달러, 10월 23일 210.96달러

    직접 만든 그래프. 자료: Yahoo Finance (10월 23일 미국 종가)

    엔비디아 주가는 10월 6일 239.24달러로 최고 종가를 찍은 뒤, 10월 23일 210.96달러로 마감해서 최고가보다 약 12% 낮아요.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약 13% 올랐고, 시가총액은 5조 1천억 달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예요. GTC 베를린이 열린 10월 21일에는 2.5% 올랐지만, 다음 날 하루에 4.4% 빠졌어요.

    10월 22일 하락은 엔비디아 자체 문제라기보다 AI 투자비 걱정 때문이었어요. 메타가 AI에 돈을 더 쓰겠다며 투자 계획을 키웠고, 반도체 장비 회사 램리서치의 다음 분기 예고도 기대에 못 미쳤어요. 엔비디아 칩을 많이 사는 코어위브 같은 ‘AI 클라우드 회사’들이 빚을 내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걱정도 컸어요. 그날 반도체지수는 6.7% 빠졌는데, 자세한 얘기는 반도체지수 -6.7% 폭락한 날 정리에 있어요.

    젠슨 황 대표는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AI 클라우드 회사들의 수요는 엄청나다(off the charts)”면서도 “부족한 건 그 성장을 받쳐줄 자금”이라고 말했어요. 손님은 넘치는데 손님들 지갑 사정이 빠듯하다는 얘기예요. 몸값으로 보면 지난 12개월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7배로, PER 170배 안팎인 팔란티어보다 훨씬 낮아요. 팔란티어 얘기는 팔란티어 3분기 실적 미리보기에 정리해뒀어요.

    실적 발표는 언제 나올까

    엔비디아는 8월 26일 실적 설명회 끝에서 3분기 설명회를 미국 시간 11월 17일 화요일로 잡아뒀다고 밝혔어요. 늘 그랬듯 장 마감 뒤 오후 5시(동부 시간)라면, 미국 서머타임이 끝난 뒤라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18일 수요일 오전 7시쯤이에요. 다만 10월 24일 현재 회사가 날짜를 다시 알리는 정식 보도자료는 아직 안 나왔고, 일부 사이트는 미국 시간 11월 18일로 적어두고 있어요. 그다음 큰 일정은 12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TC 워싱턴 기조연설이에요.

    10월 23일 S&P 500 히트맵, 엔비디아 -0.59%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기준 S&P 500 히트맵 중 기술·통신 구역. 노란 테두리가 엔비디아예요. 화면 캡처: Finviz

    10월 23일 금요일 히트맵을 보면 엔비디아는 0.59% 내렸고, 같은 반도체인 마이크론(+2.46%)과 AMD(+1.74%), 인텔(+1.72%)은 올랐어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조금 올랐지만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는 빨간색이었어요. 이틀 전 크게 빠졌던 반도체 일부가 숨을 고른 날이었고, 엔비디아는 아직 힘을 못 찾은 모습이에요.

    CNN 공포와 탐욕 지수 21, 극단적 공포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뒤 CNN 공포·탐욕 지수. 화면 캡처: CNN Business

    CNN 공포·탐욕 지수는 21로 ‘극단적 공포’ 구간이에요. 1주일 전 22, 한 달 전 32였으니 시장 분위기가 계속 얼어붙어 있는 거예요. 이런 때는 좋은 소식에도 주가가 잘 안 오르고, 나쁜 소식에는 크게 흔들리기 쉬워요. 엔비디아 실적 전에 한국 시간 10월 29일 새벽 연준 금리 결정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실적이 먼저 나오는데, 큰 손님들이 AI 투자를 줄이는지 늘리는지가 엔비디아에는 제일 중요한 힌트예요.

    내 생각 정리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이에요. 오리 로봇은 귀여운 볼거리였지만, 저는 그 뒤에 숨은 그림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로봇을 가상 세계에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노트북 칩, 로봇 몸속 칩까지 전부 엔비디아 제품으로 이어 놓은 거예요. 로봇 시장이 언제 커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커진다면 엔비디아는 누가 로봇을 만들든 돈을 버는 자리에 있어요.

    주가는 숫자만 보면 비싸 보이지 않아요. 매출이 1년에 두 배씩 늘고 있는데 PER은 27배 정도라, 팔란티어나 테슬라와 비교하면 오히려 차분한 편이에요. 다만 엔비디아 실적은 결국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코어위브 같은 손님들이 계속 돈을 쓸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래서 저라면 11월 18일 새벽 발표 전에 한 번에 많이 사기보다, 10월 29일 빅테크 실적에서 AI 투자 얘기를 먼저 듣고 나눠서 담는 쪽을 고르겠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문과 SEC 공시, 각 회사 보도자료,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와 10월 24일 확인한 월가 예상 기준이고, 실제 발표 뒤에는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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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에 테슬라와 넷플릭스 성적표를 정리하고 나니, 제 머릿속에 남은 다음 숙제는 역시 팔란티어였어요. 피터 틸이 공동 창업한 회사이고, 미국 정부와 군대가 쓰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바로 그 회사예요. 팔란티어는 미국 시간 11월 2일 월요일 장이 끝난 뒤에 3분기 실적을 내놓는데,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3일 화요일 새벽이에요. 지난 8월 2분기 발표 때 다음 날 주가가 하루에 29% 넘게 뛰었던 회사라, 이번 발표도 나스닥 전체 분위기를 흔들 수 있는 큰 일정이에요. 그래서 발표 전에 회사가 미리 내놓은 숫자, 월가 예상, 주가와 몸값, 위험 요소, 그리고 피터 틸 지분 얘기까지 한 번에 정리해봤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시내에 있는 팔란티어 사무실 건물, 아치형 창문이 있는 흰색 건물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시내의 팔란티어 사무실 건물. 팔란티어는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회사예요. 사진: FASTIL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핵심 숫자 한눈에

    항목내용
    발표 일정미국 11월 2일(월) 장 마감 뒤, 한국 11월 3일(화) 오전 6시쯤 / 설명회 오전 7시
    회사 3분기 예고매출 21억 6,000만~21억 6,400만 달러 (1년 전보다 약 83%↑), 조정 영업이익 12억 9,200만~12억 9,600만 달러
    월가 3분기 예상(평균)매출 21억 8,1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0.41달러 (1년 전 0.21달러)
    2분기 실제 성적매출 19억 3,500만 달러 (93%↑), 순이익 10억 6,2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0.41달러
    미국 기업 매출(2분기)7억 6,400만 달러 (149%↑), 고객 653곳
    미국 정부 매출(2분기)8억 900만 달러 (90%↑)
    올해 전체 예고매출 81억 5,000만~81억 5,800만 달러 (82%↑), 미국 기업 매출 34억 2,400만 달러 이상
    현금·단기 국채92억 달러 (6월 말)
    주가 (10월 23일 종가)196.75달러, 사상 최고 종가 209.05달러(10월 9일)보다 약 6% 낮음, 올해 약 11%↑
    몸값지난 12개월 이익 기준 PER 약 170배, 매출 기준 PSR 약 77배, 시가총액 약 4,700억 달러
    피터 틸공동 창업자·이사회 의장, 2026년 3월 A주 200만 주(약 2억 9천만 달러) 매도
    자료: 팔란티어 실적 발표문·SEC 공시, 야후 파이낸스·마켓비트 (10월 23일 미국 종가, 10월 24일 확인)

    표에서 보시듯이 이번 글의 숫자는 크게 세 종류예요. 첫째는 이미 나온 2분기 실제 성적, 둘째는 팔란티어가 8월에 스스로 내놓은 3분기 예고(가이던스), 셋째는 월가 증권사들이 계산한 예상치예요. 앞의 두 개는 회사 공식 발표문(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 공시)에서 가져온 사실이고, 세 번째는 어디까지나 전망이라는 점을 먼저 구분해 두고 싶어요. 주가와 몸값 숫자는 10월 23일 금요일 미국 종가 기준이에요.

    발표는 언제, 몇 시에 나올까

    팔란티어는 10월 12일 보도자료에서 3분기(7~9월) 실적을 11월 2일 월요일 미국 장 마감 뒤에 발표하고, 같은 날 동부 시간 오후 5시에 설명회(웹캐스트)를 연다고 밝혔어요. 미국은 11월 1일에 서머타임이 끝나서 이때부터 한국과 14시간 차이가 나요. 그래서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3일 화요일 오전 6시쯤 장 마감 직후 숫자가 나오고, 오전 7시부터 알렉스 카프 대표가 나오는 설명회가 시작된다고 보시면 돼요. 주주들이 미리 질문을 올리고 투표하는 창구도 열어뒀더라고요.

    공교롭게도 같은 11월 3일은 미국 중간선거 날이에요. 미국 시간으로는 실적 발표 다음 날 선거가 치러지는 셈이라, 국방 예산이나 정부 지출 얘기가 많은 팔란티어에는 그 주가 특히 시끄러운 한 주가 될 수 있어요. 중간선거 쟁점은 제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미리보기에 따로 정리해뒀으니 같이 보시면 좋아요.

    지난 2분기 성적표부터 다시 보기

    팔란티어 분기 매출 추이, 2025년 2분기 10억 달러에서 2026년 2분기 19억 4천만 달러, 3분기 예고 21억 6천만 달러

    직접 만든 그래프. 자료: 팔란티어 분기 실적 발표문(SEC 공시), 3분기는 회사 예고 가운데값

    팔란티어의 2분기(4~6월) 매출은 19억 3,500만 달러로 1년 전 10억 400만 달러보다 93% 늘었어요. 1년 만에 회사 매출이 거의 두 배가 된 거예요. 위 그래프처럼 1년 전보다 늘어난 비율도 48%, 63%, 70%, 85%, 93%로 분기마다 더 커졌어요. 보통 회사는 덩치가 커질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데, 팔란티어는 반대로 빨라지고 있다는 게 시장이 이 회사를 특별하게 보는 이유예요.

    이익도 크게 늘었어요. 2분기 회계 기준 순이익은 10억 6,200만 달러로 1년 전 3억 2,7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었고, 주식 보상 비용을 뺀 조정 영업이익률은 62%였어요. 분기 순이익이 1년 전 분기 매출(10억 400만 달러)보다 많아진 거예요.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을 더한 ’40의 법칙’ 점수는 155%로, 보통 40%만 넘어도 좋은 회사로 치는 기준이라 숫자 자체가 놀라운 수준이에요.

    2분기 발표 당시 월가 예상과 비교하면 더 잘 보여요. CNBC가 전한 LSEG 집계로 매출 예상은 18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예상은 0.35달러였는데 실제는 19억 4천만 달러와 0.41달러였어요. 그 결과 발표 당일 125.65달러였던 주가가 다음 날 162.66달러로 하루에 29.5% 올랐어요. 그 전까지는 “AI 소프트웨어 열기가 식는다”는 걱정에 올해 들어 주가가 29%나 빠져 있던 상황이라 반전이 더 컸어요.

    미국 기업 매출이 진짜 주인공

    2분기 실적 발표 날 CNBC 방송 화면, 팔란티어 미국 기업 매출 7억 6,400만 달러 대 예상 7억 1,600만 달러

    8월 3일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CNBC 방송 화면. 화면 아래에 미국 기업 매출 7억 6,400만 달러, 예상 7억 1,600만 달러라고 나와요. 영상 캡처: CNBC Television 「Palantir shares spike on revenue and earnings beat」

    팔란티어 매출은 크게 미국 정부, 미국 기업, 그리고 미국 밖으로 나눠 봐요. 요즘 가장 빨리 크는 건 미국 기업 쪽이에요. 2분기 미국 기업 매출은 7억 6,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9%, 바로 전 분기보다도 28% 늘었어요. 미국 기업 고객 수도 653곳으로 35% 늘었고, 미국 기업과 새로 맺은 계약 총액은 21억 3,200만 달러로 153% 늘었어요.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고 남아 있는 미국 기업 계약 금액도 62억 3,800만 달러로 124% 늘어서, 앞으로 들어올 돈이 쌓여 있는 모습이에요.

    이 성장을 이끄는 게 팔란티어의 AI 플랫폼, 줄여서 AIP예요. 쉽게 말하면 회사 안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 묶고, 그 위에서 챗GPT 같은 AI 모델을 회사 일에 바로 써먹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카프 대표는 2분기 발표문에서 고객 회사의 경쟁력이 남의 AI 모델을 키우는 학습 재료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런 흐름을 ‘주권 AI(소버린 AI) 혁명’이라고 불렀어요. 내 데이터와 내 AI는 내가 쥐고 쓰겠다는 정부와 기업이 늘면서 팔란티어를 찾는다는 설명이에요. 2분기 설명회에서는 경쟁 입찰 끝에 연간 1,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낸 사례도 소개됐어요.

    회사는 올해 전체 미국 기업 매출을 34억 2,400만 달러 이상, 작년보다 최소 134% 늘어날 것으로 예고했어요. 올해 전체 매출 예고도 2월 처음엔 71억 8,200만~71억 9,800만 달러였는데, 5월과 8월 두 번 올려서 지금은 81억 5,000만 달러 이상이 됐어요. 카프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이런 성장이 적어도 앞으로 18개월은 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건 공식 예고가 아니라 대표의 전망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보셔야 해요.

    미국 정부 매출과 최근 계약 소식

    2026년 1월 다보스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가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왼쪽)가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오른쪽)과 악수하는 모습. 에콰도르 관세청은 밀수와 세금 탈루를 찾는 데 팔란티어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해요. 사진: Presidencia de la República del Ecuador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팔란티어의 뿌리는 역시 정부예요. 2분기 미국 정부 매출은 8억 9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0% 늘었어요. 정부 매출만 따져도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된 셈이에요. 조금 아쉬운 숫자도 있었는데, 한 정부 고객을 위해 클라우드 비용을 회사가 떠안으면서 조정 매출총이익률이 86%로 조금 내려왔어요. 회사는 이 방식이 나중에 더 많은 일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했어요.

    최근 계약 소식도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 육군은 9월 17일 팔란티어에 4,809만 달러짜리 탄약 관리 프로그램 주문을 냈어요. 낡은 프로그램 9개를 하나로 합쳐서 탄약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한눈에 보게 하는 일이고, 기본 1년에 최대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어요. 10월 19일에는 연방정부용 클라우드 회사 녹스와 손잡고 정부 기관에 프로그램을 더 빨리 넣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날 주가가 4.4% 올랐어요. 다만 녹스 건은 계약 금액이 공개되지 않아서 실적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국방부 쪽에서는 논란도 함께 나왔어요. 8월 페더럴 뉴스 네트워크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이 내년 3월까지 팔란티어 서비스에 최대 2억 4,400만 달러를 쓰라는 메모를 냈고, 2028년까지 돈을 더 쓸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대요. 이에 대해 감시 단체인 정부감독프로젝트(POGO)는 경쟁 입찰 없이 한 회사에 돈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어요. 작년에 맺은 미국 육군과의 최대 100억 달러(10년) 계약도 어디까지나 ‘최대 한도’라서, 그만큼이 다 확정된 돈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아요.

    3분기 예고와 월가 예상, 어디까지 기대할까

    팔란티어 회사 매출 예고와 실제 매출 비교, 최근 세 분기 모두 예고보다 6~7% 높았고 3분기 월가 예상은 21억 8천만 달러

    직접 만든 그래프. 자료: 팔란티어 실적 발표문(SEC 공시), 월가 예상은 야후 파이낸스 10월 24일 확인

    여기서부터는 사실과 전망을 나눠서 볼게요. 사실은 회사가 8월에 내놓은 3분기 예고예요. 매출 21억 6,000만~21억 6,400만 달러, 조정 영업이익 12억 9,200만~12억 9,600만 달러로, 매출 가운데값 기준으로 1년 전 11억 8,100만 달러보다 약 83% 늘어나는 숫자예요. 올해 전체 매출 예고도 81억 5,000만~81억 5,800만 달러(작년보다 82% 증가)로 올렸어요.

    전망은 월가 예상이에요. 야후 파이낸스 집계로 애널리스트 24명이 낸 3분기 매출 예상 평균은 21억 8,100만 달러(가장 낮게 21억 6,100만, 가장 높게 22억 6,300만 달러)이고, 조정 주당순이익 예상 평균은 0.41달러(0.38~0.48달러)예요. 마켓비트 집계도 매출 21억 8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0.41달러로 거의 같아요. 재미있는 건 월가 예상이 회사 예고 위쪽 끝보다 이미 조금 높다는 점이에요. 그래프처럼 팔란티어는 최근 세 분기 모두 자기 예고 위쪽 끝보다 6~7% 안팎 더 벌었기 때문에, 시장이 이번에도 그 정도는 넘을 거라고 미리 계산해 둔 거예요.

    CNBC 방송 화면, 팔란티어 3분기 매출 예고 21억 6천만 달러 대 당시 예상 20억 달러

    8월 3일 CNBC 방송 화면. 팔란티어가 내놓은 3분기 매출 예고가 21억 6천만 달러로, 당시 월가 예상 20억 달러를 크게 넘었다고 나와요. 영상 캡처: CNBC Television 「Palantir shares spike on revenue and earnings beat」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는 “예상을 넘었냐”보다 “얼마나 넘었냐”와 “4분기 예고를 얼마나 올렸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월가는 4분기 매출을 평균 24억 6천만 달러쯤으로 보고 있어서, 회사가 내놓을 4분기 예고가 이 숫자 위냐 아래냐에 따라 다음 날 주가가 갈릴 가능성이 커요. 또 하나 볼 건 비용이에요. 회사는 2분기 설명회에서 3분기에 비용이 꽤 크게 늘어날 거라고 미리 말해뒀어요. 2분기 조정 영업비용도 이미 7억 4,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7% 늘어난 상태예요. 매출이 잘 나와도 이익률이 예상보다 많이 내려오면 시장이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에요.

    주가와 몸값, 비싼 건 맞을까

    10월 23일 금요일 팔란티어 주가는 196.75달러로 마감했어요. 10월 9일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 209.05달러보다 약 6% 낮고, 작년 마지막 거래일 177.75달러보다는 11% 정도 올랐어요. 올해 가장 낮았던 6월 25일 종가 107.27달러와 비교하면 넉 달 만에 80% 넘게 오른 셈이에요. 골드만삭스는 10월 8일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 230달러를 냈고, CNBC가 전한 LSEG 자료로는 애널리스트 33명 중 23명이 ‘매수’ 이상이에요.

    문제는 몸값이에요. 야후 파이낸스 기준으로 지난 12개월 이익 대비 주가(PER)는 약 170배, 내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도 약 84배예요. 지난 12개월 매출 대비 시가총액(PSR)은 약 77배인데, 야후 파이낸스 기사도 팔란티어 몸값이 올해 예상 매출의 약 55배라며,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들보다 훨씬 높다고 짚었어요. 시가총액은 약 4,700억 달러(야후 파이낸스 기준)예요. 그만큼 이미 좋은 미래가 주가에 많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라,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어요.

    실제로 10월 16일에는 회사에 나쁜 소식이 없었는데도 하루에 7.2% 빠졌어요.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소프트웨어 주식 45개에서 시가총액이 2,600억 달러 넘게 날아갔고, 팔란티어도 하루에 약 340억 달러가 줄었어요. 최고가 근처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익을 챙기면서, 같은 기사에서는 160달러를 아래 지지선, 210달러를 위 저항선으로 봤어요. 팔란티어는 이런 날 다른 종목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 편이라는 걸 기억해두시면 좋아요.

    피터 틸은 아직 팔란티어에 남아 있을까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2022년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행사에서 이야기하는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2003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요. 사진: Gage Skidmore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제가 팔란티어를 계속 챙겨보는 이유 중 하나가 피터 틸이에요. 2026년 주주총회 안내서(SEC 공시)에 따르면 틸은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이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사회 의장이에요. 또 틸, 카프 대표, 스티븐 코언 사장 세 사람이 묶인 ‘창업자 의결권 신탁’의 F주는 전체 의결권의 최대 49.999999%까지 가질 수 있게 돼 있어요. 주식을 조금씩 팔아도 회사 방향을 정하는 힘은 창업자들이 계속 쥐고 있는 구조예요.

    지분 매도도 확인해봤어요. SEC 공시(Form 4)를 보면 틸은 자기 투자회사(STS Holdings II)를 통해 2026년 3월 2일 팔란티어 A주 200만 주를 평균 약 144.85달러, 모두 약 2억 9천만 달러어치 팔았어요. 이 매도는 2025년 11월 14일에 미리 정해둔 자동 매도 계획(10b5-1)에 따른 거예요. 매도 뒤에도 이 공시에 남은 A주만 약 6,887만 주로, 지금 주가로 계산하면 130억 달러가 넘어요. 2025년 6월 이후 틸 이름으로 나온 팔란티어 매도 공시는 이 한 건이 전부였어요.

    틸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어떻게 보는지는 피터 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어떻게 볼까에, 틸이 단골로 참석하는 빌더버그 회의 얘기는 빌더버그 회의 정리에 써뒀어요. 틸을 따라가다 보면 코인, 국방 기술, 정치가 한 줄로 이어지는데, 팔란티어는 그중에서 가장 실제 돈을 버는 회사라는 점이 저한테는 흥미로워요.

    이번 주 시장 분위기

    10월 23일 Finviz 빅테크 히트맵, 팔란티어 0.28% 상승 표시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기준 S&P 500 히트맵 중 기술·통신·금융·소비재 구역. 노란 테두리가 팔란티어예요. 화면 캡처: Finviz

    10월 23일 금요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25,955포인트로 마감했고, 팔란티어는 0.3% 가까이 올랐어요. 히트맵을 보면 마이크론과 AMD,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는 초록색이었지만 엔비디아와 구글·메타·아마존·테슬라는 빨간색이었어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일부만 오르고 큰 회사 상당수는 쉬어간 하루였어요. 이번 주 먼저 실적을 낸 두 회사 얘기는 테슬라 3분기 실적 정리와 넷플릭스 3분기 실적 정리에 있어요.

    CNN 공포와 탐욕 지수 21, 극단적 공포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뒤 CNN 공포·탐욕 지수. 화면 캡처: CNN Business

    CNN 공포·탐욕 지수는 21로 ‘극단적 공포’ 구간이고, 1주일 전에도 22였어요. 시장 전체가 겁을 먹은 분위기 속에서 팔란티어만 최고가 근처에 있다는 건, 좋게 보면 그만큼 믿음이 강하다는 뜻이고 나쁘게 보면 실망할 때 떨어질 자리가 크다는 뜻이에요. 실적 발표 전 주에는 한국 시간 10월 29일 새벽 연준 금리 결정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실적 발표가 먼저 나와요. 이 회사들이 AI 투자비를 어떻게 말하느냐가 팔란티어 발표 전 분위기를 미리 정할 수 있어요.

    내 생각 정리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이에요. 숫자만 보면 팔란티어는 지금 미국 주식 중에서 가장 빠르게 크는 큰 회사 중 하나가 맞아요. 정부와 기업 양쪽에서 동시에 성장하고, 이익률도 높고, 현금도 2분기 말 기준 92억 달러나 쌓여 있어요. 저는 이번 3분기에도 회사 예고는 무난히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미 월가 예상이 회사 예고보다 높게 잡혀 있어서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주가가 오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11월 3일 새벽에 챙겨볼 건 네 가지예요. 첫째, 3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 21억 8천만 달러를 얼마나 넘는지. 둘째, 미국 기업 매출 성장률이 2분기 149% 수준을 지키는지. 셋째, 4분기 매출 예고가 월가 예상 24억 6천만 달러보다 높은지. 넷째, 비용이 늘면서 조정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내려오는지예요. 몸값이 워낙 높은 주식이라, 저라면 발표 전에 한 번에 크게 사기보다는 발표 뒤 출렁임을 보고 나눠서 담는 쪽을 고르겠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는 팔란티어 실적 발표문과 SEC 공시,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와 10월 24일 확인한 월가 예상 기준이고, 실제 발표 뒤에는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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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단일화폐나 디지털 화폐 음모론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꼭 나오는 곳이 있어요. 바로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 영어 약자로 BIS예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음모론에서는 이곳이 전 세계 돈을 몰래 쥐고 있고 언젠가 하나의 디지털 화폐로 우리 지갑까지 통제할 거라고 이야기해요. 이름부터 낯설고, 본부 건물도 둥근 탑처럼 생겨서 더 신비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BIS 공식 누리집과 보도자료, 위키백과, 로이터 같은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소문인지 가려봤어요.

    특히 요즘 코인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BIS가 XRP를 골랐다”, “BIS가 비트코인을 없애려 한다” 같은 이야기도 많이 돌아요. 마침 올해 9월에 BIS 직원들이 XRP 원장을 써서 실험한 논문이 나와서 이 소문이 더 커졌어요. 또 우리나라 입장에서 눈여겨볼 소식도 있는데, 올해 4월 한국은행 총재가 된 신현송 총재가 바로 BIS에서 12년 가까이 일하던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이런 이야기까지 뒤쪽에 차례로 정리해 뒀어요.

    스위스 바젤 거리에서 올려다본 둥근 원통 모양의 국제결제은행 본부 건물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본부 건물. 둥근 탑 모양이라 흔히 “BIS 타워”라고 불러요. 사진: Michal Pleskowicz,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핵심 사실 한눈에

    항목내용
    설립1930년 5월 17일 스위스 바젤에서 문 엶 (1930년 1월 헤이그 회의에서 결정)
    처음 맡은 일1차 세계대전 독일 배상금을 받아 관리하고 나눠 주기 (영 플랜)
    주인63개 나라·지역 중앙은행, 세계 경제의 약 95% (한국은행도 회원, 러시아는 2022년부터 활동 정지)
    사무총장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2025년 7월부터 5년), 전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2017.12~2025.6)
    이사회 의장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은행 총재 (2026년 6월부터)
    한국과의 인연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2026년 4월 취임, BIS 경제보좌관 출신), 2026년 5월부터 BIS 이사
    전쟁 때 논란1939년 체코 금 약 23톤 독일 쪽으로 이전, 약탈 금 3.7톤 받았다가 1948년 반환
    디지털 화폐 실험엠브리지 2024년 10월 탈퇴, 아고라 2026년 7월 실제 돈 시험 (한국은행 참여)
    코인 규칙2026년 1월부터 은행 코인 보유 규칙 시행 (비트코인 등 대부분 위험가중치 1250%), 연말까지 재검토
    자료: BIS 공식 누리집(역사·회원·이사회·보도자료), 한국은행 누리집, 위키백과, 로이터

    시작은 독일 배상금을 받는 은행이었어요

    BIS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물어야 했던 전쟁 배상금 문제에서 태어났어요. 배상금을 얼마나, 어떻게 낼지 다툼이 10년 가까이 이어지자, 미국 은행가이자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이던 오언 D. 영이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가 1929년에 새 방안을 내놓았어요. 이것을 위원장 이름을 따서 “영 플랜”이라고 하는데, 독일이 낸 돈을 받아서 관리하고 나눠 줄 은행을 새로 만들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어요. 이 계획이 1930년 1월 20일 네덜란드 헤이그 회의에서 확정됐고, 같은 날 스위스와 유럽 여러 나라가 은행 설립 협약에 서명했어요.

    BIS 공식 누리집은 은행 이름이 바로 이 일에서 나왔다고 설명해요. “국제결제”, 즉 나라 사이의 돈 정산을 맡는 은행이라는 뜻이에요. 본부 자리는 런던, 브뤼셀, 암스테르담이 서로 반대에 부딪히다가 중립국이면서 기차 길이 좋은 스위스 바젤로 정해졌다고 위키백과는 적고 있어요. 그렇게 1930년 5월 17일, 바젤역 건너편 옛 호텔 건물에서 문을 열었어요.

    외투를 입고 모자와 지팡이를 든 미국 은행가 오언 D. 영의 흑백 사진

    BIS를 만든 “영 플랜”을 이끈 미국 은행가 오언 D. 영. 사진: Bain News Service, 미국 의회도서관,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배상금 은행으로서의 일은 금방 끝나 버렸어요. 1929년 대공황이 닥치고 1931년 독일 금융위기가 터지자 배상금은 먼저 1년 미뤄졌고, 1932년 로잔 협정으로 사실상 없던 일이 됐어요. 할 일이 사라진 BIS는 두 번째 임무였던 중앙은행끼리의 협력에 집중하게 됐어요. 각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이 바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금과 외환을 맡아 주는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이때부터 “중앙은행들이 돈을 맡기는 은행”, 즉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1929년 헤이그 회의 때 호텔 식탁에 둘러앉은 독일 대표단 흑백 사진

    1929년 8월 헤이그 배상금 회의 첫 회기를 마치며 호텔에서 아침을 먹는 독일 대표단(슈트레제만 외무장관 등). 사진: Erich Salomon,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가장 어두운 역사, 나치 금 문제

    BIS 음모론이 힘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에요. 1939년 3월 독일군이 체코 프라하를 점령한 직후, BIS는 체코슬로바키아 국립은행 이름으로 된 주문을 받아 영국 런던에 맡겨 둔 체코 금을 독일 제국은행 계좌로 옮겨 줬어요. 위키백과에 따르면 그 양이 약 23톤이었고, 영국은행과 프랑스은행에 급히 물어본 뒤 처리했다고 해요. BIS 스스로도 공식 누리집에서 이 일을 “가장 논란이 큰 결정”이라고 적고,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 주문이 강압 속에 나온 것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전쟁 중에도 BIS는 문을 닫지 않았어요. 1930년대 초에 사 둔 독일 채권 이자를 독일 제국은행에서 계속 받았는데, 그 대부분을 금으로 받았어요. 전쟁이 끝나고 조사해 보니 그 금 가운데 3.7톤은 독일이 벨기에와 네덜란드 중앙은행에서 빼앗은 금을 녹여 출처를 숨긴 것이었어요. BIS는 1948년 연합국의 금 반환 위원회에 이 3.7톤을 돌려줬다고 공식 누리집에 밝히고 있어요. 당시 이사회에 나치 경제장관 발터 풍크 같은 인물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점도 위키백과에 기록돼 있어서, 이 시절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BIS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대목이에요.

    그래서 1944년 7월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BIS를 되도록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결의까지 나왔어요. 이 회의는 지금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만든 자리였는데, 새 기구가 생기면 BIS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하지만 유럽 중앙은행 총재들이 BIS를 살려야 한다고 설득했고, 1948년 무렵 해체 결정은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어요. 없어질 뻔했던 은행이 살아남아 지금은 63개 중앙은행이 주인인 기관이 됐다는 것도 참 묘한 역사예요.

    1944년 7월 국제통화기금 협정이 이 방에서 서명됐다고 적힌 브레턴우즈 호텔 골드룸의 동판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 마운트워싱턴 호텔 “골드룸”의 동판. 1944년 7월 이곳 회의에서 IMF가 만들어졌고, 같은 회의에서 BIS를 없애자는 결의도 나왔어요. 사진: Barry Livingston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930년 바젤 설립부터 2026년 XRP 원장 실험 논문까지 국제결제은행 주요 연표 그래프

    지금 BIS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요

    오늘날 BIS의 주인은 63개 나라와 지역의 중앙은행이에요. BIS 공식 누리집은 이 나라들이 세계 경제(GDP)의 약 95%를 차지한다고 설명하고, 한국은행도 회원 명단에 들어 있어요. 미국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중국 인민은행이 모두 회원이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활동이 정지된 상태예요. 개인이 주식을 사고팔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1년 개인 주주를 정리하기 시작해 지금은 중앙은행만 주인이에요.

    BIS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째, 두 달에 한 번 바젤에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세계 경제와 금융 위험을 이야기하는 회의를 열어요. 둘째, 중앙은행들이 외화나 금을 맡기면 굴려 주는 은행 역할을 해요. 셋째, 은행 감독 기준을 만드는 “바젤 은행감독위원회” 같은 여러 위원회의 사무국을 맡고 있어요. 1974년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이 무너진 뒤 만들어진 이 위원회가 1988년 바젤 1, 2004년 바젤 2, 2017년에 마무리된 바젤 3까지 “은행은 위험한 자산을 가진 만큼 자기 돈을 더 쌓아 둬라”는 국제 기준을 만들었어요.

    여기서 꼭 알아 둘 점이 있어요. 바젤 기준은 법이 아니라 “이렇게 하자”는 약속이라서, 각 나라가 자기 법과 감독 규정으로 옮겨야 비로소 효력이 생겨요. 그래서 나라마다 시행 시기와 내용이 조금씩 달라요. 또 금리를 정하는 곳도 BIS가 아니에요.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 금리는 연준이 각자 회의를 열어 정해요.

    BIS를 이끄는 사람도 확인해 봤어요.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은 2017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출신 아구스틴 카르스텐스가 맡았고, 2025년 7월 1일부터는 스페인은행 총재를 지낸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가 5년 임기로 맡고 있어요. 이사회 의장은 2026년 6월부터 이탈리아은행 총재 파비오 파네타예요. 2026년 10월 기준 이사회 명단에는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그리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들어 있어요.

    한국은행 총재가 BIS 출신이에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이야기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예요. 한국은행 누리집에 따르면 신 총재는 2014년 5월부터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으로 일했고, 2025년 1월에는 통화경제국장을 맡았어요. 그러다 2026년 3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했고, 4월 21일 취임해 2030년 4월까지 임기를 시작했어요. 로이터는 신 총재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한 경제학자”로 소개했어요.

    그리고 2026년 5월부터는 한국은행 총재 자격으로 BIS 이사회에도 들어갔어요. BIS 사무총장은 신 총재 취임 때 성명을 내고 “2014년 BIS에 온 뒤 연구와 분석에 지적 리더십을 보여 줬다”고 축하했어요. 음모론 쪽에서는 이런 일을 두고 “BIS가 한국은행까지 접수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예요. 국제기구 출신이 자기 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서, 저는 이 부분은 경력이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회색 머리에 정장을 입은 신현송 당시 BIS 경제보좌관 얼굴 사진

    2018년 아르헨티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신현송 당시 BIS 경제보좌관. 지금은 한국은행 총재예요. 사진: G20 Argentina, CC BY 2.0 (Wikimedia Commons)

    왜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 은행”이 됐을까

    BIS가 음모론의 주인공이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2013년 영국 기자 애덤 르보어가 쓴 책 제목이 “바젤의 탑: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 은행의 어두운 역사”였어요. 이 책은 앞에서 말한 나치 금 문제와 총재들의 비공개 회의를 자세히 다뤘고,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 은행”이라는 말이 이때부터 널리 퍼졌어요. 실제로 총재들의 바젤 회의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BIS는 스위스 세금과 금융 감독을 받지 않는 국제기구 지위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비공개 회의”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BIS는 연차보고서, 연구 논문, 통계, 총재 연설을 누리집에 꾸준히 올리고, 바젤 기준도 초안을 공개해 의견을 받은 뒤 확정해요. 무엇보다 BIS에는 군대도 세금을 걷는 힘도 없고, 어느 나라 돈을 찍어 낼 권한도 없어요. 회원 중앙은행들이 합의한 것을 각자 집에 가서 자기 나라 법에 맞게 실행하는 구조라서, 힘은 결국 각 나라 정부와 중앙은행에 있어요.

    카르스텐스 “절대적 통제” 발언, 정확히 뭐라고 했나

    디지털 화폐 음모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장면은 2020년 10월 19일 IMF가 연 “국경 간 결제의 미래” 토론회예요. 이 자리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제롬 파월 당시 연준 의장, 사우디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 그리고 당시 BIS 사무총장 카르스텐스가 나왔어요. UN이 공개한 발언 기록을 보면 카르스텐스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핵심 차이는, 그 돈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규칙과 규정에 대해 중앙은행이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게 되고, 또 그것을 실제로 집행할 기술도 갖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어요.

    이 말만 떼어 놓고 보면 정말 무섭게 들려요. 그런데 앞뒤를 같이 보면 뜻이 조금 달라져요. 카르스텐스는 바로 앞에서 “현금은 지금 누가 100달러 지폐를 쓰는지 우리가 모른다”고 비교했고, 이어서 “선진국이 CBDC를 내더라도 다른 나라 사람이 그것을 쓰려면 그 사람이 사는 나라 중앙은행의 동의가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즉 다른 나라 디지털 화폐가 마구 들어와 자기 나라 돈을 밀어내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국경 간 결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그렇다고 이 발언을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니에요. 중앙은행이 돈의 쓰임새를 정하고 기술로 집행할 수 있다는 건, 설계를 잘못하면 사생활과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미국판 CBDC 추진을 막았고, 이 내용은 제가 앞서 쓴 세계단일화폐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어요. 정리하면 발언 자체는 사실이지만, “BIS가 세계 사람들의 돈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언은 아니었어요.

    넥타이를 맨 아구스틴 카르스텐스가 펜을 들고 생각에 잠긴 모습

    2007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때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2017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BIS 사무총장을 지냈어요. 사진: IMF / Stephen Jaffe,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엠브리지에서 빠지고 아고라로 간 BIS

    BIS가 디지털 화폐 실험을 하는 건 사실이에요. 2019년 “BIS 이노베이션 허브”를 만들어 홍콩, 싱가포르, 런던, 스톡홀름, 토론토 같은 곳에서 여러 중앙은행과 함께 새 기술을 시험하고 있어요. 그중 음모론에서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엠브리지(mBridge)”예요. 2021년 BIS와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이 시작했고, 2024년 6월 사우디 중앙은행도 들어왔어요. 여러 나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바로 주고받게 하는 실험이었어요.

    그런데 2024년 10월 31일, 카르스텐스는 스페인 마드리드 행사에서 BIS가 엠브리지에서 빠진다고 발표했어요.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 직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 국가끼리 비슷한 결제 체계를 만들자고 하면서 이 기술이 제재를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때였어요. 카르스텐스는 “실패해서도, 정치적 이유 때문도 아니고 참여국들이 스스로 이어 갈 수 있는 단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고, “엠브리지는 브릭스 브리지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결국 “BIS가 중국과 손잡고 세계 디지털 화폐를 만든다”는 소문과는 반대로, BIS는 그 프로젝트에서 발을 뺀 셈이에요.

    대신 BIS가 지금 힘을 쏟는 것은 “아고라(Agorá)” 프로젝트예요. 2024년에 시작해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 진행하는데, 미국 뉴욕 연준, 영국은행, 프랑스은행(유로존 대표), 일본은행, 멕시코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그리고 한국은행이 참여하고 있어요. 2026년 5월 보고서를 낸 뒤 캐나다은행이 들어와 중앙은행이 8곳이 됐어요. 2026년 7월에는 28개 기관이 실제 돈 약 80만 스위스프랑어치를 17가지 경우로 주고받는 시험을 했고, 한 번 보내는 데 평균 80초쯤 걸렸다고 BIS는 발표했어요.

    아고라에서 눈여겨볼 점은, 세계 공통 화폐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원화, 달러, 엔화 같은 각 나라 돈을 그대로 두고,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시중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한 플랫폼에서 빠르게 맞바꾸는 방식이에요. BIS 보도자료도 “각 중앙은행이 자기 나라 통화와 운영에 대한 자율성을 유지하는 구조”라고 강조했어요. 그러니 “하나의 세계단일 디지털 화폐”와는 설계부터 방향이 다르다고 봐야 해요.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에는 쓴소리, 하지만 금지할 힘은 없어요

    BIS가 코인에 우호적이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2018년 2월 카르스텐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강연에서 비트코인을 “거품과 폰지 사기, 환경 재앙이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어요. 2025년 6월 연차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돈의 세 가지 시험, 즉 어디서나 같은 값으로 바뀌는 “단일성”, 필요할 때 돈을 늘릴 수 있는 “탄력성”, 범죄에 쓰이지 않는 “건전성”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어요. 2026년 6월 연차보고서도 “돈에 대한 신뢰 지키기: 스테이블코인을 넘어선 혁신”이라는 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액면가 유지와 범죄 방지 같은 돈의 핵심 조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이어 갔어요.

    지금 사무총장인 에르난데스 데 코스도 2026년 8월 28일 미국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비슷하게 말했어요. 테더(USDT)를 가진 사람이 서클(USDC)만 받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려면 시장에서 팔고 사야 해서 늘 1달러 그대로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는 예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지금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돈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은행 예금을 토큰으로 만드는 쪽이 더 유망하다고 했어요. 다만 두 가지가 함께 쓰일 수 있다고 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없애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은행이 코인을 가질 때 적용하는 규칙도 있어요. 바젤 은행감독위원회가 2022년에 만든 코인 규칙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코인은 대부분 위험가중치 1250%가 붙어요. 쉽게 말하면 은행이 비트코인을 100만 원어치 가지면 자기 돈도 100만 원을 따로 쌓아 둬야 한다는 뜻이라, 은행이 코인을 많이 갖기 어렵게 만드는 규칙이에요. 그런데 위원회는 최근 코인 시장 변화를 이유로 이 규칙 일부를 서둘러 다시 검토하고 있고, 2026년 10월 1일 보도자료에서 “연말까지 결과를 알리겠다”고 했어요.

    정리하면 BIS는 코인에 쓴소리를 많이 하고, 은행이 코인을 갖는 데 깐깐한 기준을 만든 것도 맞아요. 하지만 BIS에는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할 권한이 없어요. 미국은 2025년 7월 스테이블코인 법(지니어스 법)을 만들어 오히려 제도 안으로 들였고, 각 나라가 바젤 규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스스로 정해요. 그래서 “BIS가 비트코인을 없애려 한다”는 말은 비판을 과장한 해석에 가깝다고 봐요.

    “BIS가 XRP를 골랐다”는 소문

    XRP 쪽에서는 BIS 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이번에 불이 붙은 계기는 2026년 9월 2일 BIS가 낸 연구 논문 1374호 “검증 가능한 공식 통계: 블록체인 방식”이에요. 중앙은행 통계가 중간에 바뀌지 않았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통계 파일의 “디지털 지문”을 XRP 원장(XRPL)에 기록하는 실험을 한 내용이에요. 다섯 저자 가운데 네 명이 BIS 통화경제국 직원이라 XRP 커뮤니티에서는 “BIS가 XRP를 쓴다”며 크게 반겼어요.

    하지만 논문을 직접 읽어 보면 한계가 분명히 적혀 있어요. 실제 업무에 쓰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념 증명”, 즉 시험용 모형이라고 했고, 논문 소개 쪽에는 “저자들의 의견이며 BIS나 회원 중앙은행의 견해가 아닐 수 있다”는 문구가 붙어 있어요. 또 원장에는 통계의 지문만 기록할 뿐, XRP로 돈을 보내거나 BIS가 XRP를 사들이는 내용은 전혀 없어요. 비트코인닷컴 보도에 따르면 BIS 대변인은 “연구나 실험은 특정 회사나 방식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고, 리플은 2023년에 들어갔던 BIS 결제 작업반에서도 이미 빠졌다고 확인했어요.

    그러니 “BIS가 XRP를 공식으로 골랐다”는 말은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근거가 없어요. 다만 BIS 직원들이 여러 블록체인 가운데 XRP 원장을 실험 대상으로 골랐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라, XRP를 가진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어요. 저는 이 논문을 “BIS가 XRP를 선택했다”가 아니라 “BIS 연구자들이 XRP 원장 기술을 한 번 시험해 봤다” 정도로 읽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국제결제은행 소문 8가지를 사실, 사실 다만, 해석일 뿐, 근거 없음으로 나눈 판정표

    소문 판정 정리

    위 판정표를 말로 다시 정리해 볼게요. “BIS는 중앙은행들의 은행”이라는 것과 “나치 약탈 금을 받았다”는 것은 BIS 스스로 공식 누리집에 밝힌 사실이에요. “카르스텐스가 절대적 통제를 말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경 간 결제에서 현금과 디지털 화폐의 차이를 설명하던 중이었다는 앞뒤 맥락을 같이 봐야 해요. “바젤 규칙이 세계 은행을 움직인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각 나라가 자기 법으로 옮겨야 효력이 생겨요.

    “BIS가 세계 금리를 몰래 정한다”와 “세계단일 디지털 화폐를 만든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어요. 금리는 나라마다 중앙은행이 따로 정하고, BIS는 중국 주도 엠브리지에서 빠졌으며, 아고라도 각 나라 돈을 그대로 두는 방식이에요. “비트코인을 없애려 한다”는 쓴소리와 깐깐한 규칙을 부풀린 해석이고, “XRP를 공식으로 골랐다”는 실험 논문 한 편을 크게 키운 이야기예요.

    내 생각 정리

    제가 자료를 다 읽고 내린 결론은 이래요. BIS는 세계 돈을 몰래 쥐고 흔드는 비밀 정부라기보다, 각 나라 중앙은행들이 모여 기준을 맞추고 서로 돈을 맡기는 “중앙은행들의 조합”에 가깝다고 봐요. 다만 나치 금 문제처럼 실제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고, 총재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 특히 카르스텐스의 “절대적 통제” 발언은 앞뒤 맥락이 있다고 해도, 디지털 화폐를 만들 때 사생활 보호를 얼마나 챙겨야 하는지 보여 주는 경고로 기억해 둘 만하다고 생각해요.

    코인 투자자로서 제가 눈여겨보는 건 소문보다 실제 일정이에요. 바젤 위원회가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한 코인 규칙 재검토 결과가 은행의 비트코인 보유를 얼마나 풀어 줄지, 그리고 아고라 같은 예금 토큰 실험이 스테이블코인과 어떻게 경쟁할지가 앞으로 더 중요해 보여요. 한국은행이 아고라에 참여하고 있고 총재도 BIS 출신이라, 우리나라 디지털 돈 정책에도 BIS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그렇다고 “BIS가 XRP를 골랐다” 같은 소식 하나로 코인을 사고팔 필요는 없고, 저는 공식 발표와 각 나라 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차분히 지켜보려고 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와 인물 정보는 BIS 공식 누리집, 한국은행 누리집,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했고, 총재 회의 안에서 오간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어요. 자료 확인 시점은 2026년 10월 24일(한국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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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이름이 있어요. 바로 “빌더버그 회의”예요. 세계의 대통령, 은행가, 기업 회장들이 해마다 몰래 모여서 세상을 어떻게 움직일지 정한다는 이야기인데, 일루미나티나 로스차일드 이야기와 늘 붙어 다녀요. 그런데 이 모임은 상상 속 단체가 아니라 1954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열리고 있는 회의라는 게 다른 음모론과 다른 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 위키백과, 영국 가디언과 BBC, 미국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소문인지 가려봤어요.

    특히 올해 4월 워싱턴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금융”이 공식 주제로 올라왔고,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 임원도 참석했어요. 또 비트코인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피터 틸은 빌더버그 운영위원인데 정작 올해는 명단에 없었어요. 코인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부분이 제일 궁금하실 것 같아서 뒤쪽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

    1954년 5월 30일 네덜란드 오스테르베이크의 빌더버그 호텔 흑백 사진

    1954년 5월 30일, 첫 회의가 열리던 날 찍힌 네덜란드 빌더버그 호텔. 회의 이름이 바로 이 호텔 이름에서 나왔어요. 사진: Anefo / 네덜란드 국립기록원, CC0 (Wikimedia Commons)

    핵심 사실 한눈에

    항목내용
    첫 회의1954년 5월 29~31일, 네덜란드 오스테르베이크 빌더버그 호텔
    만든 사람요제프 레팅거(폴란드 망명 정치인), 베른하르트 공(1976년까지 의장)
    규모해마다 120~140명 초대, 3분의 2가 유럽, 정치·정부 쪽은 4분의 1쯤
    규칙채텀하우스 규칙. 결의·투표·정책 발표 없음, 명단·주제·장소는 공개
    2025년 (71회)6월 12~15일 스웨덴 스톡홀름, 121명, 주제 11개, 피터 틸 참석
    2026년 (72회)4월 9~12일 미국 워싱턴, 128명(23개 나라·기구), 주제 14개
    2026년 코인 관련“디지털 금융” 첫 주제, 코인베이스 정책 총책임자·스트라이프 CEO 참석
    피터 틸현 운영위원(2008년부터, 가디언), 2026년 명단엔 없음
    한국 참석자2017~2026년 공식 명단에 없음 (북한은 1994·2010년 주제)
    자료: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역사·명단·주제·FAQ), 위키백과, 가디언(2026.4.14)

    1954년 네덜란드 호텔에서 시작됐어요

    첫 회의는 1954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네덜란드 동쪽 아른험 근처 오스테르베이크에 있는 “빌더버그 호텔”에서 열렸어요. 모임 이름도 따로 지은 게 아니라 그냥 첫 회의 장소인 호텔 이름을 그대로 쓴 거예요.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때 서유럽 11개 나라에서 50명, 미국에서 11명이 왔다고 해요. 공식 기록에 남은 첫 회의 주제는 공산주의와 소련에 대한 서방의 태도, 유럽 통합과 유럽방위공동체 같은 것이었어요.

    모임을 처음 떠올린 사람은 폴란드 출신 망명 정치인 요제프 레팅거예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에서 반미 감정이 커지자, 레팅거는 유럽과 미국 지도자들이 터놓고 이야기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네덜란드의 베른하르트 공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베른하르트 공이 회의를 열고 1976년까지 의장을 맡았어요. 미국 쪽에서는 당시 CIA 국장이던 월터 베델 스미스와 대통령 참모 C.D. 잭슨이 연결 역할을 했다는 기록도 있어서, 이것이 나중에 음모론의 좋은 재료가 됐어요.

    1976년 네덜란드 베른하르트 공의 얼굴 사진

    빌더버그 회의를 열고 1954년부터 1976년까지 의장을 맡은 네덜란드 베른하르트 공(1976년). 사진: Rob Mieremet / Anefo, CC BY-SA 3.0 nl (Wikimedia Commons)

    재미있는 건 1976년에 회의가 딱 한 번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베른하르트 공이 미국 항공기 회사 록히드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뇌물 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회의가 취소됐고, 그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세상을 몰래 움직인다는 모임의 창립자가 뇌물 사건 하나로 물러났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요. 또 하나 재미있는 우연은 레팅거의 2차 대전 때 별명이 “살라만드라(도롱뇽)”였는데, 2022년과 2026년 워싱턴 회의가 열린 호텔 이름도 “살라맨더”라는 거예요. 물론 이건 그냥 우연이에요.

    1954년 첫 회의부터 2026년 워싱턴 회의까지 빌더버그 주요 연표 그래프

    비밀 회의라는데, 명단은 왜 공개될까요

    빌더버그가 “비밀 회의”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채텀하우스 규칙” 때문이에요. 1927년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만든 규칙인데, 회의에서 들은 내용은 밖에서 써도 되지만 누가 그 말을 했는지는 밝히면 안 된다는 약속이에요.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도 이 규칙을 따른다고 적어 두었고, 회의에는 자세한 의제도 없고 결의도, 투표도, 정책 발표도 없다고 설명해요. 그러니까 회의장 안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밖에서 알 수 없는 구조가 맞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게 공개돼요. 공식 누리집에는 회의 직전에 참석자 명단, 주제 목록, 장소가 올라오고, 1954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의 주제도 정리돼 있어요. 해마다 초대받는 사람은 120~140명 정도이고, 그중 3분의 2쯤은 유럽, 나머지는 북미 사람이에요. 정치인과 정부 사람은 4분의 1쯤이고, 나머지는 기업, 금융, 학계, 언론 사람들이라고 해요.

    기자 출입 문제도 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공식 질문답변(FAQ)을 보면 회의는 취재 기자를 받지 않고, 1990년대까지는 해마다 기자회견을 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만뒀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참석자 명단을 보면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니 민턴 베도스, 블룸버그 편집장 존 미클스웨이트,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들이 해마다 들어가 있어요. 기사를 쓰러 가는 게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거라서, 오히려 “큰 언론사 사람들이 다 알면서 안 쓴다”는 의심을 더 키우기도 해요.

    돈은 어떻게 대는지도 공개돼 있어요. 공식 설명으로는 사무국 비용은 운영위원들이 나눠 내고, 회의가 열리는 나라의 운영위원이 숙박과 식사를 대며, 참석자는 각자 여행비를 내고 참가비는 없다고 해요. 가디언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회의는 “미국 빌더버그 친구회(American Friends of Bilderberg)”라는 단체를 통해 피터 틸과 에릭 슈미트가 상당 부분 돈을 댄다고 보도했어요.

    운영위원 명단을 보면 음모론에 단골로 나오는 이름이 정말 많아요. 공식 누리집의 전 운영위원 목록에는 헨리 키신저, 데이비드 록펠러,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그리고 다보스 포럼을 만든 클라우스 슈바프가 들어 있어요. 로스차일드와 록펠러, 다보스가 한 명단에 다 모여 있으니,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재료가 없었던 셈이에요. 로스차일드 이야기는 예전에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니 아래 함께 읽을 글에서 보시면 돼요.

    운영 방식도 공개된 범위 안에서는 꽤 단순해요. 운영위원 임기는 4년이고, 지금 공동 의장은 프랑스의 앙리 드 카스트리와 미국의 마리조제 크라비스예요. 해마다 운영위원회가 누구를 부를지와 주제를 정하고, 개최 나라의 운영위원이 손님을 맞는 구조예요. 1957년 미국 조지아주 세인트사이먼스섬 회의 때는 포드 재단이 3만 달러를 댔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요.

    2025년 스웨덴 스톡홀름 그랜드호텔 앞 철제 바리케이드와 회의를 지켜보는 시민들

    2025년 6월 12일, 71번째 회의가 열린 스톡홀름 그랜드호텔 앞. 바리케이드 너머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보여요. 사진: Frankie Fouganthin, CC BY 4.0 (Wikimedia Commons)

    2025년 스톡홀름, 2026년 워싱턴에선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작년 71번째 회의는 2025년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 그랜드호텔에서 열렸고, 공식 명단에 121명이 올라왔어요. 주제는 대서양 관계, 우크라이나, 미국 경제, 유럽, 중동,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 국방 혁신, 인공지능과 국가 안보, 핵 확산, 에너지와 핵심 광물, 인구 감소와 이민까지 11개였어요. 피터 틸은 “틸 캐피털 대표”로 이 명단에 들어 있었고, 그리스 총리, 핀란드 대통령, 나토 사무총장,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같은 이름도 보였어요.

    중앙은행 쪽 사람도 빠지지 않아요. 2025년 명단에는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차기 사무총장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가 있었고, 2026년 명단에는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와 노르웨이 국부펀드 대표 니콜라이 탕엔이 있었어요. 돈의 흐름을 다루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마다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금융 음모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거예요.

    올해 72번째 회의는 2026년 4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어요. 장소는 2022년 회의 때와 같은 살라맨더 호텔이었고, 공식 명단에는 23개 나라와 국제기구에서 온 128명이 올라왔어요. 주제는 인공지능, 북극 안보, 중국, 디지털 금융, 에너지 다변화, 유럽, 세계 무역, 중동, 러시아, 대서양 방위산업, 우크라이나, 미국, 미래의 전쟁, 서방까지 14개였어요.

    미국 워싱턴 D.C.의 살라맨더 호텔 건물 정면

    2026년 4월 72번째 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의 살라맨더 호텔. 2022년 회의도 여기서 열렸어요. 사진: ajay_suresh, CC BY 2.0 (Wikimedia Commons)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어요. 미국 정부에서는 버검 내무장관, 그리어 무역대표, 드리스콜 육군장관,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왔고, 유럽에서는 뤼터 나토 사무총장,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네덜란드 총리와 국왕 부부가 왔어요. 기술 쪽에서는 구글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팔란티어의 카프,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 메타의 알렉산더 왕이 이름을 올렸어요. 가디언은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을 포함해 정보기관 수장 세 명이 함께 있었다는 점, 그린란드 사람이 처음 참석했다는 점을 특히 짚었어요.

    2026년 처음 나온 “디지털 금융”, 코인과 무슨 상관일까

    코인 하는 분들이 눈여겨볼 대목은 여기예요. 제가 공식 누리집에 정리된 1954년부터 2026년까지의 주제 목록을 다 훑어봤는데, “디지털 금융”이라는 주제는 2026년에 처음 나왔어요. 비트코인, 암호화폐, 블록체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라는 단어는 70년 넘는 주제 목록 어디에도 없었어요. 금융 주제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라서, 2022년에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혼란”, 2023년에는 “은행 시스템”이 주제로 올라왔어요.

    올해 명단에서 디지털 금융과 바로 연결되는 사람은 두 명이에요. 한 명은 미국 최대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정책 총책임자 파야르 시르자드이고, 다른 한 명은 결제회사 스트라이프의 CEO 패트릭 콜리슨이에요. 스트라이프는 2025년 2월에 스테이블코인 회사 브리지를 11억 달러에 인수했어요. 제가 확인한 2017년부터 2026년까지의 명단에서 코인 회사 사람이 이름을 올린 건 올해 코인베이스가 처음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채텀하우스 규칙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이제 이런 자리에서도 다룰 만큼 커졌다는 신호로는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빌더버그가 CBDC로 세계단일화폐를 만들고 비트코인을 없애려 한다”는 소문까지 맞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현실은 반대 방향이에요. 이 회의에 장관들이 우르르 참석하는 미국은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금지했고, 2025년 7월에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법(지니어스 법)에 서명했어요. 디지털 유로는 유럽중앙은행이 2027년 하반기 시범 운영, 2029년 첫 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데, 이것도 빌더버그가 아니라 유럽 의회와 정부들의 법 절차로 정해지는 일이에요.

    피터 틸은 왜 빌더버그 단골이 됐을까

    피터 틸은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팔란티어를 만든 투자자예요.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의 현재 운영위원 명단에 “틸 캐피털 대표”로 이름이 올라 있고, 가디언에 따르면 2008년부터 운영위원을 맡아 왔어요. 위키백과 참석자 목록과 공식 명단을 합쳐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그리고 2019년,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거의 해마다 참석했어요. 같은 운영위원 명단에는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도 있어요.

    웃고 있는 투자자 피터 틸의 얼굴 사진

    빌더버그 운영위원인 투자자 피터 틸. 2026년 워싱턴 회의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어요. 사진: Gage Skidmor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올해 워싱턴 회의 명단에는 틸의 이름이 없었어요. 가디언의 찰리 스켈턴 기자는 워싱턴 회의 돈을 많이 대는 틸이 빠진 건 “눈에 띄는 일”이라고 썼어요. 왜 빠졌는지는 공식적으로 나온 설명이 없어서, 저도 이유를 짐작해서 쓰지는 않을게요. 다만 운영위원 명단에는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으니 “틸이 빌더버그를 떠났다”고 말할 근거도 없어요.

    틸과 코인의 관계는 예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는데, 짧게 다시 정리하면 이래요. 2021년 4월 닉슨 도서관 행사에서는 스스로를 거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라고 하면서도 비트코인이 중국의 금융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2022년 4월 마이애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는 비트코인을 싫어하는 워런 버핏을 “적 1호”라고 불렀고, 2024년에는 비트코인이 처음 10여 년 동안 너무 저평가됐다고 말했어요. 세계 엘리트 모임의 핵심 인물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트코인 편을 들어왔다는 점은 “빌더버그가 비트코인을 죽이려 한다”는 소문과 잘 맞지 않아요.

    “참석하면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

    빌더버그 음모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여기 다녀오면 출세한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빌 클린턴이에요.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미국 국립기록원) 자료를 보면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이던 1991년 독일 바덴바덴 회의에 참석했고, 이듬해인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어요. 캐나다의 마크 카니도 영국 중앙은행 총재 시절인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명단에 올랐고, 2025년 3월 캐나다 총리가 됐어요.

    연준(미국 중앙은행) 쪽 이야기도 있어요. 2008년 6월 미국 버지니아주 챈틸리 회의에는 당시 연준 의장이던 벤 버냉키가 참석했어요. 그리고 올해 5월 22일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케빈 워시는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에 전 운영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례를 이어 붙이면 “빌더버그가 대통령과 중앙은행장을 고른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리지요.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2009년 11월 빌더버그가 브뤼셀 발뒤셴 성에서 벨기에 총리 헤르만 반롬파위를 내세우는 만찬을 열었고, 반롬파위는 며칠 뒤 첫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뽑혔어요. 이 일도 “빌더버그가 유럽 대통령을 뽑았다”는 이야기로 퍼졌지만, 실제 선출은 유럽연합 27개 나라 정상들이 한 것이에요.

    2008년 빌더버그 회의장을 떠나는 검은 차 안의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

    2008년 6월 6일, 미국 버지니아 빌더버그 회의장을 떠나는 차 안의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 사진: Shepherd Johnson,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하지만 반대로 보면 해마다 130명 가까이 초대되고, 그중 상당수는 이미 장관이나 총재, 대기업 회장이에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을 미리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게 이 모임의 성격이라서, 출세한 사람 몇 명만 골라 보면 당연히 연결돼 보여요. 명단에 올랐지만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지 못한 사람은 훨씬 많은데, 그런 사람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 소문을 “사실을 이어 붙인 해석”으로 봐요.

    세계정부, 유로, 북한 이야기까지

    “세계정부”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미국에서는 1964년 필리스 슐래플리의 책 “메아리가 아닌 선택”이 숨은 실력자들이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고른다며 빌더버그를 꼽은 게 시작으로 꼽혀요. 그 뒤 2006년 다니엘 에스툴린의 책, 미국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 영국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같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크게 퍼뜨렸어요. 2010년에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에스툴린의 책을 인용하기도 했어요.

    참석자들의 말도 이 소문에 기름을 부었어요. 영국 노동당 정치인이자 운영위원이었던 데니스 힐리는 2001년 가디언 인터뷰에서 “우리가 세계정부를 만들려 했다는 건 과장이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어요. 반대로 2005년 의장이던 에티엔 다비뇽은 BBC에 “우리가 세계의 비밀 정부라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어요. 공식 누리집도 음모론에 대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적어 두었어요.

    유로 이야기도 자주 나와요. 실제로 1998년 회의 주제에 “유럽 경제통화연맹(EMU)의 결과는?”이 있었고, 1995년에는 “새로운 통화위기의 교훈”이 있었어요. 하지만 유로는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처럼 각국 정부와 의회가 서명하고 비준한 절차로 생겼어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과 결정을 내린 것은 다른 일이라서, “빌더버그가 유로를 만들었다”는 건 해석일 뿐이에요.

    한국 이야기가 궁금하실 텐데요, 제가 확인한 2017년부터 2026년까지의 공식 명단에는 한국 국적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대신 주제 목록에는 우리와 관련된 게 있어요. 1994년 핀란드 헬싱키 회의에 “핵 확산 문제, 북한”이, 2010년 스페인 시체스 회의에 “북한, 이란과 핵 확산”이 올라왔고, 1998년에는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던 때라 “아시아 위기를 보며 세계 금융 시스템을 고쳐야 하나”라는 주제가 있었어요.

    빌더버그 소문 8가지를 사실, 사실 다만, 해석일 뿐, 근거 없음으로 나눈 판정표

    소문 판정 정리

    위 판정표를 말로 다시 정리해 볼게요. “진짜 있는 비공개 모임”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명단과 주제, 장소는 공개된다는 점을 같이 알아야 해요. “피터 틸이 운영위원”이라는 것과 “2026년에 디지털 금융을 다뤘다”는 것은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이에요. “기자는 못 들어간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형 언론사 편집장들은 개인 자격으로 들어가요.

    “참석하면 대통령이 된다”와 “유로를 만들었다”는 실제 있었던 일을 이어 붙인 해석일 뿐이에요. “세계정부처럼 결정을 내린다”와 “CBDC로 코인을 없애려 한다”는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어요. 다만 2013년 영국 텔레그래프에 익명 관계자가 “명단에 없는 참석자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공개 명단이 전부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내 생각 정리

    제가 자료를 다 읽고 내린 결론은 이래요. 빌더버그는 세계를 몰래 다스리는 정부라기보다, 힘 있는 사람들이 기자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아주 비싼 사랑방에 가깝다고 봐요. 하지만 장관, 중앙은행 사람, 정보기관 수장, 거대 기술기업 대표가 기록도 남기지 않고 모인다는 것 자체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낄 만한 일이에요. 그래서 음모론이 70년 넘게 사라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코인 투자자로서 저는 2026년에 처음 나온 “디지털 금융” 주제를 가장 흥미롭게 봤어요. 코인베이스와 스트라이프 같은 회사가 이런 자리에 초대된다는 건, 스테이블코인과 코인이 이제 세계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는 뜻으로 읽혀요. 그렇다고 이런 모임 소식 하나로 코인을 사고팔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저는 앞으로도 공식 명단과 주제, 그리고 실제 각국의 법과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차분히 지켜보려고 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참석자 명단과 주제는 빌더버그 공식 누리집에 올라온 자료 기준이고, 회의 안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어요. 자료 확인 시점은 2026년 10월 24일(한국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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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질 무렵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돔

    해 질 무렵의 미국 국회의사당. 이번 중간선거로 이 건물의 주인이 바뀔지가 정해져요. 사진: Tony Hisgett (CC BY 2.0, Wikimedia Commons)

    핵심 숫자 한눈에

    항목숫자
    선거일11월 3일(미국 시간), 한국 시간 11월 4일 오전 9시쯤부터 첫 결과
    하원435석 전부 선거. 지금 공화 218, 민주 214, 빈자리 3 (과반 218)
    상원35석 선거(정기 33, 보궐 2). 지금 공화 53, 민주 47 (민주당은 4석 더 필요)
    경합 지역하원 21곳(공화 자리 16), 상원 7곳(공화 자리 5) – 쿡 폴리티컬 리포트
    트럼프 지지율찬성 36%, 반대 59% (NYT·시에나, 10/12~19)
    정당 지지민주 52%, 공화 41% (같은 조사)
    민주당 하원 다수 확률DDHQ 79% / 폴리마켓 92%
    민주당 상원 다수 확률DDHQ 57% / 폴리마켓 67.5%
    휘발유 평균값갤런당 4.29달러 (1년 전 3.07달러, AAA 10/23)
    시장 (10월 23일 종가)S&P 500 7,623.68 (올해 +11.4%), 10년물 금리 4.99%, WTI 103.27달러
    자료: Barclays, 쿡 폴리티컬 리포트, 뉴욕타임스·시에나대, Decision Desk HQ(10/23), Polymarket(10/24 오후 2시 KST), AAA, 야후 파이낸스

    무엇을 뽑나, 민주당은 몇 석이 더 필요할까

    미국 하원 공화 218 민주 214, 상원 공화 53 민주 47 의석과 민주당 다수당 확률 그래프

    하원은 2년마다 435석을 전부 새로 뽑아요. 지금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에 빈자리가 3석이라서, 민주당은 몇 석만 더 가져와도 다수당이 될 수 있어요. 초당파 선거분석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승부를 알 수 없는 하원 경합 지역을 21곳으로 보는데, 그중 16곳이 지금 공화당 자리예요. 공화당이 지켜야 할 곳이 훨씬 많다는 뜻이에요.

    상원은 100석 가운데 이번에 35석(정기 33석, 보궐 2석)을 뽑아요. 지금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민주당과 함께 움직이는 무소속 2명 포함)이라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4석을 더 얻어야 해요. 50대 50이 되면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공화당이 계속 주도권을 가져요.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35석 중 22석이 공화당 자리라 공화당이 방어해야 할 곳이 많아요.

    특히 눈여겨볼 상원 경합지는 아이오와(공화 힌슨 대 민주 투렉, 현직 없는 자리), 텍사스(민주 탈라리코 대 공화 팩스턴), 오하이오 보궐(민주 브라운 대 공화 허스테드), 메인(공화 콜린스 현직), 알래스카, 네브래스카, 미시간 같은 곳이에요. 텍사스와 아이오와처럼 원래 공화당 텃밭으로 불리던 곳에서도 여론조사가 1~4%포인트 차이로 붙어 있다는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에요.

    숫자로 된 예측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선거분석 회사 디시전데스크HQ(DDHQ)의 10월 23일 모델은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갈 확률을 79%, 상원은 57%로 봤어요. 돈을 걸고 맞히는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10월 24일 오후 2시쯤(한국 시간) 기준으로 하원 92%, 상원 67.5%까지 올라가 있었어요. 다만 예측시장은 참여자들의 베팅이지 여론조사가 아니라서, 분위기를 보여주는 참고 숫자로만 보시는 게 좋아요.

    이번 선거의 쟁점은 결국 “생활비”예요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 1년 추이, 3.02달러에서 4.28달러로 상승

    올해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기름값이 크게 뛰었어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자료로 보면 일반 휘발유 평균값은 1년 전 갤런당 3.02달러에서 지금 4.28달러로 40% 넘게 올랐고, 5월에는 4.50달러까지 갔어요. 미국자동차협회(AAA) 기준 10월 23일 평균은 4.29달러, 경유는 6.32달러예요. 미국은 차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곳이라 기름값이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와 함께 바로 표심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여론조사 숫자도 좋지 않아요.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10월 12~19일, 투표 의향 유권자 3,494명)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6%, 반대는 59%로 이 조사에서 가장 나쁜 숫자가 나왔어요. 생활비 대처는 29% 대 69%, 기름값 대처는 24% 대 73%로 반대가 훨씬 많았고, 이란 전쟁도 65%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같은 조사에서 “오늘 하원 선거를 한다면 어느 당을 찍겠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52%, 공화당 41%였어요.

    다른 조사들도 방향은 비슷해요. CNN 조사(10월 15~18일)에서는 지지율이 32%까지 나왔고, 여러 조사의 정당 지지 격차는 민주당이 적게는 6%포인트, 많게는 12%포인트 앞서 있어요. 공화당 쪽 여론조사 회사인 사이그널 조사에서도 민주당이 51% 대 42%로 앞섰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다만 2016년과 2020년처럼 여론조사가 트럼프 지지층을 덜 잡았던 적도 있어서, 실제 표는 열어봐야 알아요.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이렇게 말해요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5일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네브래스카 그랜드아일랜드로 떠나며 전용기 계단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 백악관 공식 사진(Joyce N. Boghosian), 퍼블릭 도메인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경합 지역을 직접 돌고 있어요. 10월 22일 아이오와 수시티 유세에서는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하라, 나가서 투표만 하면 크게 이긴다”고 말했고, 지금이 미국의 “황금시대”라고 강조했어요. 같은 무대에 선 공화당 상원 후보 애슐리 힌슨은 “이 자리를 잃으면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한다”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어요. 공화당 입장에서는 원래 텃밭인 아이오와까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어요.

    아이오와 수시티 유세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영상 장면

    백악관 대응팀 공식 X 계정 영상 장면. 출처: X @RapidResponse47 “.@POTUS in IOWA” (2026.10.23 한국 시간 게시)

    기름값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놨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써서 정유 시설을 늘리는 데 최대 1억 5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또 9월 말에는 아이오와 150억 달러 제철소, 한국 자금이 들어간다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같은 투자 발표를 후보들과 함께 이어갔어요. 지지자들은 “전쟁과 기름값은 잠깐이고, 공장과 일자리는 오래간다”는 논리로 대통령을 믿고 있어요.

    가장 화제가 된 건 “1인당 5,000달러 배당” 공약이에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키면 성인 국민에게 5,000달러씩 나눠주겠다는 건데,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비용이 1조 2천억 달러쯤 들고 의회가 법으로 통과시켜야 가능하다고 전했어요. 같은 공화당의 데이비드 슈와이커트 하원의원도 반대 뜻을 밝혔고, 여론조사에서는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 예전에 말했던 정부효율부(DOGE) 배당이나 관세 배당 2,000달러도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해요.

    비판하는 쪽은 이렇게 말해요

    미시간 주지사 후보 지지 영상에서 말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장면

    민주당 전국위원회 공식 X 계정 영상 장면. 출처: X @TheDemocrats “NEWS: President Obama endorses Jocelyn Benson for governor in Michigan” (2026.10.23 한국 시간 게시)

    민주당은 선거 구호를 거의 “물가”와 “전쟁” 두 가지로 모았어요. 민주당 상원선거위원회(DSCC)는 “공화당 상원이 밀어준 이란 전쟁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고, 하원선거위원회(DCCC)는 “이란 전쟁을 끝내려면 투표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시간 주지사 후보를 지지하면서 “여러분의 생활비를 덜 들게 하는 데 집중할 사람”이라는 말을 앞세웠어요. 트럼프 정부의 성과보다 내 지갑 사정을 먼저 떠올리게 하려는 전략이에요.

    5,000달러 공약에 대해서는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이 “정치적 뇌물”이라고 비판했어요. 선거 결과를 조건으로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 법적으로 괜찮은지도 논란인데, 로이터와 더힐 등은 아직 분명한 답이 없다고 정리했어요. 비판하는 쪽은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나눠주면 이미 40조 달러를 넘은 나랏빚과 높은 금리가 더 나빠질 거라고 걱정해요. 다만 민주당도 기름값을 당장 내릴 뾰족한 방법을 내놓은 건 아니라서, “반대만 한다”는 공화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볼까

    유럽은 기대를 크게 걸지 않는 분위기예요. 유럽연합(EU)은 10월 12일 역대 가장 큰 러시아 제재(1,569개 대상)를 결정했는데,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멈추면서 엇박자가 났어요. 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민주당이 의회를 가져가도 예산 심사와 청문회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을 만큼의 의석은 안 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책이 크게 바뀌긴 어렵다고 봤어요. 폴리티코도 유럽 정부들이 “민주당 의회가 우크라이나를 구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어요.

    중국 쪽에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실린 분석처럼, 민주당 의회가 들어서면 대중국 정책에 다시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와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미 투자 약속이 걸려 있어요. 트럼프 쪽은 알래스카 LNG에 한국 자금 약 540억 달러가 들어온다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합의한 범위를 훨씬 넘는다”며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어요. 일본도 5,500억 달러 약속 중 발표된 건 1,090억 달러쯤이라, 선거용 발표와 실제 투자는 구분해서 봐야 해요.

    시장은 어떻게 볼까

    1950년 이후 중간선거 뒤 1년 S&P 500 상승률, 19번 모두 상승 평균 15.1%

    역사적으로 보면 중간선거 뒤 주식시장은 괜찮았어요. 제가 1950년부터 2022년까지 19번의 중간선거일 종가와 1년 뒤 종가를 직접 비교해봤더니, S&P 500은 19번 모두 올랐고 평균 15.1% 상승했어요. 가장 낮았던 1986년도 1.1% 올랐어요. 선거 전에는 결과를 몰라서 불안하다가, 결과가 나오면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 일반적이에요.

    큰 투자은행들의 시각은 대체로 “정치로 매매하지 말라”예요. 모건스탠리는 공화당 대통령에 의회가 갈라졌을 때 다음 1년 S&P 500이 평균 23% 올랐다는 과거 자료를 소개했고, 정책은 어차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많이 움직인다고 봤어요. 바클레이즈 프라이빗뱅크는 민주당 하원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고, 오히려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지키는 경우가 “진짜 깜짝 결과”라서 나랏빚 걱정에 채권금리가 튈 수 있다고 했어요. JP모건은 의회가 갈라지면 건강보험 관련주가 유리하고, 민주당이 힘을 얻으면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어요.

    지금 시장 상황도 같이 보셔야 해요.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 기준 S&P 500은 7,623.68로 올해 11.4% 올라 있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5%를 넘나들었고(23일 4.99%),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103달러예요. 선거보다 기름값과 금리가 주가에 더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라, 선거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건 위험해요. 이번 글은 정치 쪽 글이라 공포·탐욕 지수는 따로 넣지 않았어요.

    결과는 언제 나오고, 무엇을 봐야 할까

    미국 투표소에서 나눠주는 I Voted 스티커 더미

    미국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사람에게 나눠주는 “I Voted(투표했어요)” 스티커. 사진: Funknendai (CC0, Wikimedia Commons)

    미국 동부 투표소가 저녁 7시에 닫히니,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4일 수요일 오전 9시쯤부터 첫 결과가 나오기 시작해요. 다만 우편투표가 많은 주나 표 차이가 아주 적은 곳은 개표가 며칠씩 걸릴 수 있어서, 상원 다수당이 당일에 안 정해질 수도 있어요. 제가 아침에 가장 먼저 볼 곳은 아이오와, 오하이오, 텍사스 상원 결과예요. 이 세 곳 중 민주당이 두 곳 이상 가져가면 상원도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돼요.

    선거 뒤 일정도 있어요. 새 의회는 내년 1월 3일에 시작하고, 그 전까지는 지금 의원들이 일하는 기간이에요. 그사이 12월 11일에는 정부 예산 시한이 있어서, 결과에 따라 예산 협상이 거칠어지면 정부 일부가 멈추는 셧다운 얘기가 다시 나올 수 있어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같이 지켜볼 만해요.

    내 생각 정리

    지금 숫자만 보면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고, 상원은 아직 반반에 가까운 싸움이에요. 저는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이 간신히 지키는 “갈라진 의회”를 가장 그럴듯한 그림으로 봐요.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5,000달러 배당 같은 큰 돈이 드는 법은 통과시키기 어려워지고, 대신 행정명령과 관세, 외교로 더 많은 걸 하려고 할 거예요. 민주당은 청문회와 예산으로 이란 전쟁과 러시아 제재 문제를 계속 따질 거고요.

    투자하는 입장에서 저는 선거 결과를 맞히려고 미리 크게 사거나 파는 건 안 하려고 해요. 과거 기록처럼 선거가 끝나면 불확실성이 걷히는 효과는 기대하지만, 올해는 기름값 100달러와 국채금리 5%라는 더 큰 변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선거 다음 날 결과를 확인한 뒤, 기름값과 금리가 내려오는지를 보면서 나스닥 종목을 조금씩 나눠 담는 쪽을 고르겠어요. 한국 투자자라면 알래스카 LNG처럼 우리 기업이 걸린 발표가 선거 뒤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도 꼭 챙겨보시면 좋겠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여론조사와 예측 확률은 2026년 10월 24일(한국 시간)까지 나온 자료 기준이고, 선거 결과를 보장하지 않아요. 주가와 금리는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 기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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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나스닥에서 제가 제일 오래 붙잡고 본 회사는 역시 테슬라였어요. 10월 21일(미국 시간) 장 마감 뒤에 3분기 실적이 나왔는데, 매출도 주당순이익도 월가 예상을 조금씩 넘었어요. 그런데 정작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넘게 밀렸고, 다음 날 정규장에서도 3.1% 빠졌어요. 하루 전에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 실적 발표 자리에서 “테슬라와 합치는 건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서 시장이 한 번 들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테슬라 성적표를 숫자로 차근차근 풀어보고, 이익이 왜 줄었는지, 로보택시와 옵티머스, 합병 얘기 중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나눠서 정리해봤어요.

    테슬라 무인 택시 사이버캡 전시 차량

    테슬라의 2인승 무인 택시 ‘사이버캡’ 전시 차량(2026년 9월). 테슬라는 9월 3일부터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이 차로 손님을 태우기 시작했어요. 사진: JustAnotherCarDesigner (CC0, Wikimedia Commons)

    핵심 숫자 한눈에

    항목숫자
    3분기 매출280억 5천만 달러 (1년 전 280억 9천만, 예상 279억)
    조정 주당순이익0.48달러 (예상 0.43~0.45달러)
    영업이익7억 1,800만 달러 (1년 전 16억 2,400만, -56%)
    영업이익률2.6% (1년 전 5.8%)
    순이익(회계 기준)7억 8,700만 달러 (1년 전 13억 7,300만, -43%)
    차량 인도량48만 6,532대 (-2%)
    FSD 유료 이용자174만 명 (+67%)
    설비투자분기 47억 3천만 달러, 올해 계획 약 200억 달러로 하향
    현금·단기투자454억 달러
    주가 (10월 23일 종가)372.22달러, 최고가 대비 -24%, 올해 -17%
    자료: 테슬라 3분기 실적 자료(SEC 8-K), LSEG·CNBC 예상치, 야후 파이낸스 주가

    매출은 제자리, 영업이익은 반토막

    테슬라 분기 매출 구성과 영업이익 추이, 영업이익률 5.8%에서 2.6%로 하락

    먼저 매출부터 보면, 3분기 매출은 280억 5천만 달러로 1년 전 280억 9천만 달러와 거의 똑같았어요. 월가 예상치 279억 달러보다는 살짝 높았지만,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숫자예요. 그 안을 쪼개 보면 자동차 매출이 205억 6천만 달러로 3% 줄었고, 에너지 매출은 28억 8천만 달러로 16%나 줄었어요. 대신 충전, 보험, 로보택시 같은 서비스 매출이 46억 1천만 달러로 33% 늘어서 빈자리를 메웠어요.

    자동차 쪽은 수요가 없어서 줄어든 게 아니라는 게 회사 설명이에요. 3분기 인도량은 48만 6,532대로 1년 전보다 2% 적었는데, 테슬라는 공장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서 더 팔지 못했고, 주문 대기 물량은 4년 만에 가장 많다고 했어요. 머스크도 “수요가 생산량을 크게 넘어선다”고 말했어요. 반가운 소식도 있었는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예비 집계 기준으로 모델Y가 3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 1위, 한국에서는 승용차 전체 판매 1위였다고 말했어요.

    문제는 이익이에요. 영업이익은 7억 1,800만 달러로 1년 전 16억 2,400만 달러에서 56%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5.8%에서 2.6%로 떨어졌어요. 회계 기준 순이익도 7억 8,700만 달러로 1년 전 13억 7,300만 달러보다 43% 줄었어요. 다만 일회성 항목을 뺀 조정 주당순이익은 0.48달러로 예상치 0.43~0.45달러를 넘었고, 차량 총이익률(규제 크레딧 제외)도 2분기 16.3%에서 18.1%로 오히려 좋아졌어요. 차를 팔아서 남기는 돈은 나아졌는데, 미래 사업에 쓰는 돈이 그보다 훨씬 빨리 늘어난 거예요.

    그 많던 이익은 어디로 갔을까

    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연구개발비예요. 3분기 영업비용은 47억 7,600만 달러로 1년 전 34억 3,000만 달러보다 39% 늘었어요. CFO는 AI 학습용 컴퓨터 감가상각, 자체 칩 개발, 옵티머스와 새 메가팩, 세미 트럭 양산 준비 비용이 한꺼번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이런 비용 증가는 새 제품을 실제로 팔기 시작할 때까지 계속될 거라고 미리 못을 박았어요.

    설비투자(공장과 장비에 쓰는 돈)도 커요. 3분기에만 47억 3천만 달러를 써서 1년 전의 두 배가 넘었어요. 그래도 테슬라는 올해 전체 설비투자 계획을 250억 달러 이상에서 약 200억 달러로 낮췄고, 필요하면 최대 300억 달러까지 빌릴 수 있는 한도도 마련해뒀다고 했어요. 잉여현금흐름은 15억 3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2% 줄었지만, 2분기 마이너스에서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고 현금과 단기투자는 454억 달러로 오히려 늘었어요.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갈 곳도 분명해요. 스페이스X와 함께 텍사스 오스틴에 짓는 반도체 공장 ‘테라팹’은 내년 5~6월쯤 첫 시험 칩을 만들고, 2028년 3분기쯤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해요. 머스크는 이 공장에 2028년 초까지 수백억 달러, 길게 보면 1,000억 달러 넘게 들어갈 거라고 했어요. 칩을 직접 만들겠다는 건 엔비디아나 TSMC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뜻이라 멋있긴 한데, 그만큼 당분간 이익은 눌릴 수밖에 없어요.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매장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2025년 11월). 사진: Sikande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옵티머스 얘기는 이번에 머스크가 평소보다 조심스러웠어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대량 생산 라인에서 초기 생산을 시작했지만, 연간 100만 대 규모 라인이 제 속도를 내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고 했어요. 특히 사람 손처럼 섬세하면서도 오래 버티는 로봇 손이 제일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외부 회사에 옵티머스를 넘기는 건 내년 말쯤으로 보고, 미리 짜놓은 동작이 아닌 영상을 한두 달 안에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지구에서 가장 큰 제품이 될 거라는 확신은 그대로”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장 일을 24시간 맡기고, 나중에는 집에서도 쓰게 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저는 이 대목에서 머스크가 기대를 일부러 낮추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장은 바로 이 “1년 더 걸린다”는 말을 실망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로보택시와 FSD, 숫자로 보면

    오스틴 시내에서 운전자 없이 달리는 테슬라 로보택시 영상 장면

    테슬라 로보택시 공식 계정이 10월 21일 올린 영상의 한 장면. 오스틴 시내에서 운전자 없이 주행 중이에요. 영상 캡처: X @robotaxi(Tesla) “Robotaxi makes the roads safer for everyone”

    로보택시는 숫자가 빠르게 크고 있어요. 운전자 없이 달린 누적 거리가 분기 말 기준 약 200만 마일로, 한 분기 만에 8배가 됐어요. 텍사스 차량국 자료로는 무인 운행 허가를 받은 차가 모델Y 362대, 사이버캡 449대예요. 지금은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다음 달에는 댈러스로 넓히고 연말까지 24시간 운행을 목표로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돈으로 보면 아직 작아요. 머스크 본인도 “이번 분기에는 실적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라며, 내년 2분기쯤 눈에 띄기 시작하고 3~4분기에 크게 보일 거라고 했어요. 1마일당 비용을 0.30달러까지 낮추는 목표도 아직은 못 미친다고 CFO가 인정했어요. 사이버캡은 개인 판매보다 테슬라가 직접 굴리는 택시 서비스 위주로 간다는 것도 이번에 분명해졌어요.

    대신 자율주행 보조 기능 FSD는 이미 돈이 되고 있어요. FSD 유료 이용자는 1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67% 늘었고, 북미에서 새 차를 받는 사람의 75% 이상이 인도 시점에 FSD 유료 구독을 신청했어요. 차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달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점점 커지는 거예요. 운전자가 손을 떼도 되는 ‘감독 없는 FSD’를 일반 고객 차에 켜주는 건 내년 2분기쯤이 목표라고 했어요.

    스페이스X 합병,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번 주 테슬라 주가를 흔든 또 하나의 재료가 스페이스X와의 합병 얘기예요. 확인된 사실부터 말하면, 머스크는 10월 20일 스페이스X 실적 발표에서 두 회사 이사회가 각각 독립 이사들로 ‘특별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어요. 머스크는 합병이 “좋은 생각”이라고 했지만, 위원회가 아직 어떤 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고 합의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직접 말했어요. 테슬라 쪽은 투표에 참여한 주식이 아니라 전체 주식의 50% 찬성이 필요해서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고요.

    여기서부터는 전망이나 추측이에요.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2027년 말까지 두 회사가 합칠 확률을 80~90%로 봤고, 바클레이즈는 12월 3일 테슬라 주주총회 전에 발표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어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증권사 의견이고, 합병 비율이나 방식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요. 머스크는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는 “어제 할 말은 다 했다”, “지뢰밭에서 탭댄스 추는 기분”이라며 더 말을 아꼈어요.

    테슬라가 10월 공개한 새 로드스터 시연 영상 장면

    10월 15일 공개된 새 로드스터 시연 영상의 한 장면. 테슬라는 이 차를 스페이스X 팀과 함께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영상 캡처: X @Tesla “Real life, baby” (2026.10.16)

    합병 얘기가 계속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두 회사는 이미 반도체 공장 테라팹을 같이 짓고 있고, 10월 15일 공개한 새 로드스터도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팀의 작품”이라고 소개했어요. 테슬라는 스페이스X 주식도 갖고 있는데, 9월 말 기준 평가액이 28억 6,500만 달러였고 3분기에는 이 지분 가격이 내려서 1억 4,200만 달러 평가손실이 났어요. 스페이스X 첫 흑자 실적은 제가 스페이스X 3분기 글에서 따로 정리했으니 같이 보시면 흐름이 더 잘 보여요.

    테슬라 금고 속 비트코인

    코인 좋아하시는 분들이 궁금해할 부분도 하나 있어요. 테슬라 재무제표의 ‘디지털 자산’은 9월 말 기준 9억 6,200만 달러로, 6월 말 6억 7,400만 달러에서 43% 늘었어요. 그런데 코인을 더 산 게 아니라 비트코인 값이 올라서 생긴 평가이익 2억 8,800만 달러 덕분이에요. 테슬라는 9월 말 분기 보고서 기준 비트코인 11,509개를 보유하고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이 글에서 볼 수 있어요. 머스크와 코인의 6년 역사는 머스크와 코인 6년 기록에 정리해뒀어요.

    월가의 엇갈린 시선

    실적 다음 날 월가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어요. 전기차 전문 매체 집계로는 9곳 중 7곳이 목표주가를 올렸고 내린 곳은 없었어요. 웨드부시는 목표가 500달러를 유지했고, 파이퍼샌들러는 475달러, 미즈호는 460달러, 캐나코드는 442달러, JP모건은 430달러, UBS는 425달러로 올렸어요. CLSA는 투자의견을 ‘보유’로 올리면서 목표가를 310달러에서 400달러로 크게 높였어요.

    반대쪽 목소리도 분명히 있어요. 골드만삭스는 ‘중립’과 목표가 360달러를 유지하면서, 지금 주가에는 이미 기대가 충분히 들어가 있다고 봤어요. HSBC는 ‘비중 축소’에 목표가 157달러로, 지금 주가에서 60%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장 비관적인 시각이에요. 트루이스트도 ‘보유’에 목표가 370달러로, 지금 주가 근처에서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쪽이에요.

    테슬라 주가 추이, 최고 종가 489.88달러 대비 24% 하락

    주가 흐름을 보면 테슬라는 2025년 12월 16일 489.88달러로 최고 종가를 찍은 뒤 올해 7월 29일 298.32달러까지 밀렸어요. 그 뒤로 다시 올라오다가 실적 발표 날 386.47달러로 3.4% 올랐고, 다음 날 374.58달러, 10월 23일에는 372.22달러로 마감했어요. 최고가 대비로는 24% 아래, 올해 들어서는 17% 내린 상태예요. 그래도 시가총액은 약 1조 5천억 달러 안팎으로 여전히 어마어마한 회사예요.

    이번 주 시장 분위기

    10월 23일 Finviz 빅테크 히트맵, 테슬라 -0.63% 표시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기준 S&P 500 히트맵 중 기술·통신·소비재 구역. 노란 테두리가 테슬라예요. 화면 캡처: Finviz

    10월 23일 금요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25,955포인트로 마감했고, 테슬라는 0.63% 내렸어요. 히트맵을 보면 마이크론과 AMD, 인텔 같은 반도체 일부는 초록색이었지만, 구글·메타·아마존 쪽은 붉은색이 많았어요. 이번 주 초에는 나스닥이 하루에 2.6% 빠진 날도 있었는데, 그날 얘기는 10월 22일 미국증시 정리에 적어뒀어요.

    CNN 공포와 탐욕 지수 21, 극단적 공포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뒤 CNN 공포·탐욕 지수. 화면 캡처: CNN Business

    CNN 공포·탐욕 지수는 21로 ‘극단적 공포’ 구간이고, 1주일 전에도 22였어요. 사람들이 잔뜩 겁을 먹은 시장이라, 실적이 좋아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한마디에 주가가 쉽게 흔들리는 분위기예요. 다음 주에는 한국 시간 10월 29일 새벽에 연준 금리 결정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실적이 나오고, 30일 새벽에는 인텔과 아마존 실적이 이어져요. 빅테크 전체 분위기가 바뀌면 테슬라도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커서, 저는 이 일정을 먼저 챙겨볼 생각이에요.

    내 생각 정리

    저는 이번 실적을 “자동차 회사의 성적표가 아니라 AI·로봇 회사로 넘어가는 중간 성적표”로 봐요. 차를 팔아서 남기는 돈은 나아졌고, FSD 구독과 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새 돈줄도 커지고 있어요. 다만 그 돈을 칩 공장, 로봇, AI 컴퓨터에 거의 다 다시 쏟아붓고 있어서 당분간 이익 숫자는 예쁘게 안 나올 거예요. 머스크 회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런 과감한 베팅이 멋있지만, 투자자로서는 시간이 꽤 걸리는 이야기라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챙겨볼 건 네 가지예요. 첫째, 다음 달 댈러스를 시작으로 로보택시가 정말 여러 도시로 늘어나는지. 둘째, 머스크가 약속한 미리 짜지 않은 옵티머스 영상이 한두 달 안에 나오는지. 셋째, 12월 3일 주주총회 전후로 스페이스X 합병에 구체적인 조건이 나오는지. 넷째, 내년 초 4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률이 다시 올라오는지예요. 저라면 한 번에 크게 사기보다는, 이런 약속들이 하나씩 지켜지는 걸 확인하면서 조금씩 나눠 담는 쪽을 고르겠어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는 테슬라 3분기 실적 자료와 SEC 분기보고서(10-Q),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 기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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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루미나티도 XRP도 왜 하필 부엉이일까? 1달러 지폐부터 머스크 게시물까지, 부엉이 소문의 진짜와 가짜를 가려봤어요

    어제 머스크와 XRP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이상하게 부엉이가 자꾸 나왔어요. 예언한다는 목사의 환상 속에도 부엉이, 머스크 어머니 사진 속에도 부엉이, XRP 커뮤니티에서 돌던 수수께끼 그림 속에도 부엉이가 있더라고요.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일루미나티 글에서 다룬 비밀 모임 이야기에도, 1달러 지폐 소문에도 부엉이가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아예 부엉이 하나만 붙잡고 국내외 자료, 박물관 기록, 1929년 기록 필름, X 게시물까지 두루 찾아봤어요. 늘 하던 대로 확인되는 사실과 그냥 소문을 나눠서 정리해 볼게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엉이가 비밀 모임의 상징으로 쓰인 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하지만 그 뜻은 무시무시한 암호가 아니라 ‘지혜’와 ‘배움’이었고, 1달러 지폐 속 숨은 부엉이처럼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요즘 XRP 주변의 부엉이들도 하나씩 따져 보면 책 표지, 책 홍보 사진, 개인 신앙 이야기처럼 출처가 다 따로 있었고요. 아래에서 원래 뜻부터 비밀 모임, 지폐, 코인 순서로 차근차근 보겠습니다.

    부엉이는 원래 ‘지혜의 새’였어요

    부엉이가 상징이 된 역사는 2,500년이 넘어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은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모셨는데, 그 여신의 새가 바로 부엉이였어요. 기원전 5세기 아테네가 만든 은화 앞면에는 아테나 여신의 얼굴이, 뒷면에는 커다란 눈의 부엉이가 새겨져 있었죠. 이 동전이 지중해 곳곳에서 쓰이면서 그냥 ‘부엉이’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해요. 지금도 그리스의 1유로 동전 뒷면에는 이 옛날 은화의 부엉이가 그대로 들어가 있으니, 따지고 보면 지금 유럽 돈에도 부엉이가 있는 셈이에요.

    로마 사람들은 아테나를 ‘미네르바’라고 불렀고, 그래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말이 생겼어요. 독일 철학자 헤겔은 1820년에 낸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 질 녘에야 날기 시작한다”고 썼어요. 하루가 다 끝나야 그날 일이 제대로 보이듯, 지혜는 일이 다 벌어진 뒤에야 찾아온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 말이 음모론을 볼 때도 딱 맞는다고 느꼈어요. 일이 터진 뒤에 점들을 이어 “미리 알려줬다”고 하기는 쉬워도, 미리 알아맞히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부엉이는 나쁜 새가 아니었어요. 국어사전에 ‘부엉이 살림’이라는 말이 있는데, 부엉이가 먹이를 둥지에 잔뜩 모아두는 습성에서 나와 모르는 사이에 살림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뜻해요. 그래서 예전부터 부엉이 장식을 집에 두면 재물이 들어온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았죠. 서양에서는 지혜, 우리나라에서는 재물, 어느 쪽이든 원래는 좋은 뜻이었던 거예요. 이 점을 먼저 알고 나면 뒤에 나오는 소문들이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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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은화(4드라크마) 뒷면의 부엉이. 지금 그리스 1유로 동전에도 이 그림이 들어가 있어요. 사진: 클리블랜드 미술관 (CC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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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만 표로 정리했어요

    이야기판정확인된 내용
    일루미나티 상징이 부엉이사실1776년 창립 때부터 ‘미네르바의 부엉이’ 사용, 1788년 책에 휘장 그림
    보헤미안 그로브 부엉이 상사실높이 약 12m, 1929년 완성, 매년 7월 ‘근심의 화장’ 의식
    프리메이슨 공식 상징이 부엉이근거 없음대표 상징은 컴퍼스와 직각자
    1달러 지폐 속 숨은 부엉이근거 없음미국 조폐 당국 확인 없음, 무늬가 우연히 닮아 보이는 것
    머스크의 부엉이 게시물사실, 다만10월 4일 AI 책 『슈퍼인텔리전스』 표지를 올린 것
    메이 머스크와 부엉이사실, 다만10월 15일 새 책 홍보로 스코틀랜드 화보 사진 공개
    빅스 목사의 부엉이 환상개인 신앙본인도 “합병한다는 말 아니다, 투자 조언 아니다”
    XRP 그림 속 부엉이커뮤니티 해석그린 익명 계정은 뜻을 밝힌 적 없음
    리플 공식 부엉이 상징찾지 못함리플 공식 로고·자료에 부엉이 없음
    자료: 위키백과, 프리메이슨 자료실(bcy.ca), 머스크·메이 머스크 X 게시물, 코인 매체 보도 (2026.10.24 기준)

    일루미나티의 부엉이, 이건 진짜예요

    일루미나티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원조 일루미나티는 1776년 5월 1일 독일 바이에른의 법학 교수 아담 바이스하우프트가 학생 네 명과 만든 계몽주의 비밀 모임이에요. 이들이 처음부터 고른 상징이 바로 ‘미네르바의 부엉이’였어요. 회원들은 ‘미네르발’이라는 등급을 거쳤는데, 이 등급의 휘장이 펼친 책 위에 부엉이가 앉아 있는 모양이었죠. 휘장에는 라틴어로 “나를 통해 눈먼 자가 본다”는 뜻의 글자 머리글이 새겨졌다고 해요. 교회와 왕이 생각을 통제하던 시절에 “배워서 눈을 뜨자”는 뜻이었던 셈이에요.

    이 휘장 그림은 1788년 바이스하우프트 이름으로 나온 책 『개선된 일루미나티 체계』 표지에도 실려 있어요. 실물 휘장은 지금 세 개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중 하나는 독일 바이로이트의 프리메이슨 박물관에 있다고 해요. 다만 일루미나티는 1784~1785년 바이에른 정부의 금지령으로 10년도 못 가서 사실상 사라졌어요. 그러니 “부엉이는 일루미나티 상징”이라는 말은 맞지만, 그 일루미나티가 지금까지 살아서 세상을 움직인다는 증거는 없어요. 오히려 이 부엉이 그림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부엉이만 보이면 일루미나티라고 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1788년 책 개선된 일루미나티 체계 표지, 가운데 펼친 책 위에 앉은 부엉이 휘장

    1788년에 나온 『개선된 일루미나티 체계』 표지. 가운데 동그란 휘장에 펼친 책 위의 부엉이가 그려져 있어요. 자료: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보헤미안 그로브의 12m 부엉이

    부엉이 음모론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보헤미안 그로브’예요. 1872년 샌프란시스코 신문기자와 예술가들이 만든 남성 전용 사교 모임 ‘보헤미안 클럽’이 갖고 있는 삼나무 숲 야영지인데, 매년 7월 2주 동안 회원들이 모여요. 후버, 닉슨, 레이건, 아버지 부시 같은 미국 대통령들도 회원이었다고 알려져서 “세계 권력자들의 비밀 모임”이라는 말이 붙었어요. 이 클럽의 상징이 원래 부엉이이고, 모토는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에서 따온 “거미줄 짜는 자들(일 꾸미는 사람들)은 여기 오지 말라”예요. 바깥의 사업 이야기는 숲에 가지고 오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요.

    숲속 호숫가에는 높이 약 12m의 부엉이 상이 서 있어요. 클럽 회장을 두 번 지낸 조각가 하이그 파티지언이 디자인했고, 속이 빈 콘크리트와 철골로 이끼 낀 바위처럼 보이게 만들어 1929년에 완성됐어요. 그 앞에서 매년 야영 첫날 밤에 ‘근심의 화장’이라는 연극 같은 의식을 하는데, 1881년부터 이어진 전통이에요. 두건 쓴 사람들이 ‘근심’을 뜻하는 인형을 배에 싣고 와서 불태우며, 2주 동안 세상 걱정을 잊자는 의미라고 해요. 2000년에 미국의 한 음모론 방송인이 몰래 들어가 이 의식을 찍어 공개하면서 “부엉이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소문이 크게 퍼졌는데, 클럽 쪽 기록으로는 원래 반쯤 장난스러운 연극으로 시작한 행사예요.

    보헤미안 그로브 삼나무 숲 호숫가에 서 있는 이끼 낀 바위 모양의 큰 부엉이 상

    보헤미안 그로브 호숫가의 부엉이 상(왼쪽 가운데 이끼 낀 바위 모양). 사진: Aarkwilde, 2004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929년 흑백 기록영화 장면, 조각가가 이젤에 부엉이 상을 그리는 모습과 숲속에 선 부엉이 상

    1929년 기록영화 속 장면. 위는 하이그 파티지언이 새 부엉이 상을 그리는 모습, 아래는 영상에 담긴 부엉이 상. 영상: 「Bohemian Grove 1929」, Earle C. Anthony·Arthur Kales 제작 (Internet Archive, California Revealed 소장)

    1달러 지폐 속 숨은 부엉이와 프리메이슨

    “1달러 지폐 앞면에 아주 작은 부엉이가 숨어 있다”는 말, 들어보신 분 많으실 거예요. 앞면 오른쪽 위 큰 숫자 ‘1’을 둘러싼 테두리의 왼쪽 위 모서리, 나뭇잎 무늬와 만나는 곳에 부엉이처럼 보이는 작은 점이 있다는 거예요. 제가 고해상도 지폐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직접 봤더니, 동그란 덩어리 안에 눈처럼 보이는 밝은 점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미국 재무부나 조폐국이 이걸 부엉이라고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 부엉이로도, 거미로도 보이는데, 이렇게 아무 무늬에서 얼굴이나 동물을 찾아내는 걸 ‘파레이돌리아’라고 하는데, 위조를 막으려고 촘촘하게 새긴 무늬라 더 그렇게 보이기 쉬워요..

    이 부엉이를 프리메이슨이 숨겨 놓았다는 이야기도 따라붙어요. 하지만 프리메이슨의 대표 상징은 컴퍼스와 직각자이고, 부엉이를 공식 상징으로 쓴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어요. 일부 지부나 장식품에 지혜의 뜻으로 부엉이 그림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보니, 그게 “프리메이슨 상징”으로 부풀려진 것으로 보여요. 지난번 일루미나티 글에서 1달러 뒷면의 ‘피라미드 위 눈’도 원래 기독교 상징이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부엉이도 비슷한 경우예요. 지폐 무늬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붙는 건, 그만큼 돈을 만드는 쪽을 믿기 어려워하는 마음이 크다는 뜻이기도 해요.

    1달러 지폐 앞면 오른쪽 위 숫자 1 부분을 확대하고 숨은 부엉이라 불리는 자리에 빨간 원을 친 그림

    1달러 지폐 앞면 오른쪽 위를 크게 확대한 모습. 빨간 원 안이 ‘숨은 부엉이’라고 불리는 자리예요. 원본: 미국 1달러 지폐 앞면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직접 확대·표시

    가수 로고, 회사 마스코트에도 부엉이가

    음모론 글들을 보면 유명한 회사나 연예인의 부엉이 로고도 단골로 나와요.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의 의류·음반 브랜드 ‘OVO’는 부엉이 로고를 쓰고, 미국 식당 체인 ‘후터스’도 부엉이 얼굴이 로고예요. 외국어 공부 앱 ‘듀오링고’의 초록색 부엉이 캐릭터도 많이들 아실 거예요. 하지만 OVO는 밤에 작업하는 ‘올빼미족’ 이미지, 후터스는 부엉이 울음소리 ‘후트’에서 따온 말장난, 듀오링고는 공부와 지혜라는 뜻으로 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부엉이는 눈이 크고 귀여워서 로고로 쓰기 좋은 새라, 많이 보인다는 것만으로 무슨 비밀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그럼 XRP와 머스크 주변의 부엉이는요?

    이번 달 XRP 커뮤니티에서는 부엉이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어요. 출발점은 오래된 그림이에요. 2017~2020년쯤 ‘베어러블가이123’이라는 익명 계정이 곰 캐릭터가 나오는 수수께끼 그림을 XRP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림 곳곳에 부엉이가 등장했거든요. 커뮤니티 사람들은 이 부엉이를 “앞일을 내다보는 존재”라거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라고 풀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린 사람은 그림의 뜻을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서, 모든 해석은 커뮤니티의 추측이에요.

    여기에 이번 달 세 가지가 겹쳤어요. 10월 4일 머스크가 X에 “늘 그래왔다”는 글과 함께 부엉이가 그려진 책 표지를 올렸는데, 이건 2014년 닉 보스트롬의 AI 책 『슈퍼인텔리전스』 표지예요. 책 첫머리에 참새들이 자기들을 도와줄 부엉이를 키우려다가 정작 부엉이를 어떻게 다룰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우화가 있어서, 부엉이는 사람이 통제하기 어려운 초지능 AI를 뜻해요. 머스크는 2014년에도 이 책을 추천했고, 책 감사의 글에 이름이 나오기도 해요. 10월 15일에는 머스크 어머니 메이 머스크가 새 책 홍보 글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부엉이를 안고 찍은 화보 사진을 올렸고요.

    그리고 미국 오클라호마의 브랜든 빅스 목사가 “머스크 어깨에 별 달린 마법사 모자를 쓴 부엉이가 내려앉고, X와 XRP 기호가 겹쳐 보였다”는 환상을 이야기한 내용이 비슷한 시기에 코인 매체들을 통해 퍼졌어요. 정작 빅스 목사는 그 부엉이를 불길한 존재로 봤고, “합병한다는 말이 아니다, 투자 조언이 아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 리플의 공식 로고나 자료에서도 부엉이 상징은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이 틈을 타서 XRP 장부와 다른 코인 장부 위에 부엉이 이름을 단 밈코인들이 생겨나 홍보 글을 쏟아내고 있으니, 이런 건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정리하면 AI 책 표지, 책 홍보 사진, 개인 신앙 이야기가 우연히 같은 달에 모인 것이지, 머스크와 리플이 부엉이로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증거는 없어요.

    부엉이 관련 소문 8가지를 사실, 사실 다만, 해석일 뿐, 근거 없음으로 판정한 표

    자주 나오는 부엉이 이야기 8가지 판정. 자료: 위키백과, 프리메이슨 자료실, 머스크·메이 머스크 X 게시물, 코인 매체 보도. 직접 정리

    제 생각은 이래요

    부엉이를 따라가 보니, 이 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혜’를 뜻하고 있었어요. 아테네 동전의 부엉이도, 일루미나티의 부엉이도, 보스트롬 책의 부엉이도 결국은 “더 많이 알고, 더 멀리 보자”는 상징이었죠. 그런데 그 상징이 비밀 모임이나 권력자들과 엮이면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표식처럼 바뀌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코인 가격이 힘이 없을 때마다 “부엉이가 신호를 줬다”는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요. 저는 부엉이가 무서운 게 아니라, 확인 안 된 이야기를 확인된 것처럼 믿게 되는 게 더 무섭다고 느꼈어요.

    어제 머스크 XRP 글과 프리비 글에서도 결국 믿을 만한 건 부엉이 사진이 아니라 회사 보도자료와 공시였어요. 헤겔 말처럼 지혜는 해 질 녘에, 그러니까 일이 다 지나고 확인이 끝난 뒤에야 오는 거라 성급하게 점을 이을 필요가 없어요. 비트코인 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믿지 말고 확인하라”가 있는데, 누구나 장부를 직접 열어볼 수 있게 만든 비트코인의 출발점이 바로 이 생각이에요. 부엉이처럼 모르는 사이에 살림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저도 같지만, 그 방법은 소문이 아니라 확인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 또 “부엉이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시면, 먼저 그 사진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 보세요.

  • 북한이 남침하는 미국 게임 ‘콜 오브 듀티’, 일루미나티의 전쟁 예고일까? 게임 속 이야기와 진짜 뉴스를 하나씩 맞춰봤어요

    북한이 남침하는 미국 게임 ‘콜 오브 듀티’, 일루미나티의 전쟁 예고일까? 게임 속 이야기와 진짜 뉴스를 하나씩 맞춰봤어요

    요즘 주변에서 “콜옵4 해봤어?”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미국 게임 회사가 만든 전쟁 게임 ‘콜 오브 듀티’ 새 편이 지난 10월 23일 나왔는데, 이번 이야기가 하필 북한이 남한을 전면 침공하는 내용이거든요. 저는 미국 IT 소식은 좋아해도 정치나 안보 얘기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처음엔 그냥 게임이 하나 나왔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일루미나티가 게임으로 전쟁을 미리 알려준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게임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서 제대로 찾아봤어요. 국내외 기사, 게임 전문 사이트, 미국 커뮤니티 레딧과 X(옛 트위터) 글까지 두루 보고 사실과 소문을 나눠서 정리해 볼게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이 전쟁을 “예언”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어요. 게임 줄거리는 이미 지난 5월에 공개됐고, 사람들이 꼽는 우연의 일치들도 하나씩 따져 보면 날짜나 내용이 꽤 달라요. 그래도 이런 소문이 왜 이렇게 빨리 퍼지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고 느꼈어요. 아래에서 게임 내용, 음모론, 예전 사례, 정치권 반응, 실제 북한 위협 순서로 차근차근 보겠습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로고, 숫자 4가 한글 사 모양으로 그려진 출시 안내 화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로고. 숫자 4가 한글 ‘사’처럼 디자인돼 있어요. 영상 캡처: Call of Duty 공식 채널 「Call of Duty: Modern Warfare 4 | Campaign Trailer」 (보도·비평 목적 인용)

    어떤 게임인가요? ‘콜옵4’의 정식 이름부터

    사람들이 흔히 ‘콜옵4’나 ‘콜오브듀티4’라고 부르는데, 정식 이름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예요. 헷갈리기 쉬운 게, 2007년에 나온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라는 전혀 다른 옛날 게임이 따로 있어요. 이번 게임은 미국 인피니티 워드가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 계열인 액티비전이 판매하며, 지난 5월 28일 처음 공개된 뒤 10월 23일 전 세계에 나왔어요.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PC, 닌텐도 스위치2로 할 수 있고, 한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가격은 88,900원이에요. 재미있는 건 로고의 숫자 ‘4’를 한글 ‘사’처럼 그려 넣었다는 점인데, 그만큼 한국이 이야기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죠.

    공식 소개 문구는 “북한이 전면 침공을 시작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예요. 게이머는 한국군 박현준 이병이 되어 한국군과 미 해병대가 섞인 부대와 함께 싸우는데, 이 역할은 한국계 미국 배우 영 마지노가 맡았어요. 첫 임무는 ‘하진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시작하고, 예고편에는 서울 거리에 북한 낙하산 부대가 내려오는 장면도 나와요. 제작진은 한국 직원들에게 자문을 받고 간판이나 편의점 같은 거리 모습까지 신경 썼다고 해요. 이야기 담당자 제프 네거스는 미국 엑스박스 공식 블로그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영감을 받아 허구로 만든다”고 설명했어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예고편 속 가상의 북한 지도자가 월계수 문장 앞 연단에 선 모습

    게임 속 가상의 북한 지도자. 실존 인물이 아니라 게임이 만든 인물이에요. 영상 캡처: Call of Duty 공식 채널 「Call of Duty: Modern Warfare 4 | Campaign Trailer」 (보도·비평 목적 인용)

    줄거리를 조금만 말씀드리면(가벼운 스포일러예요), 게임 속 북한 지도자는 김씨가 아니라 ‘리승호’라는 가상 인물이에요. 침공 하루 전 이 지도자가 여동생이 일으킨 쿠데타로 제거되고, 전자기파 공격인 EMP로 남쪽 전기와 통신이 끊기면서 침공이 시작돼요. 같은 시기 영국군 프라이스 대위가 뉴욕, 파리, 인도 뭄바이를 오가는 이야기도 함께 펼쳐지고,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이 정체를 숨긴 악당으로 나와요. 미국 게임 매체 IGN은 10점 만점에 8점을 주며 “2019년 이후 최고의 모던 워페어”라고 했고, 게임스팟은 7점을 줬어요. 공식 캠페인 예고편 조회수는 약 9,700만 회에 이르고, 출시 첫날 PC 게임 장터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가 약 19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핵심만 표로 정리했어요

    항목내용
    정식 이름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2007년작 ‘콜 오브 듀티 4’와 다른 게임)
    만든 곳 / 판매인피니티 워드 / 액티비전 (마이크로소프트 계열)
    공개 / 출시2026년 5월 28일 공개 / 10월 23일 전 세계 출시
    줄거리북한의 전면 남침, 한국군 박현준 이병이 주인공
    평가IGN 8점, 게임스팟 7점 (10점 만점)
    정부 입장문체부 장관 “사전 검열 안 한다” (10.23 국정감사)
    김정은 사망설국정원 “사실 아님” (10.23 국회 정보위)
    북한 인터넷 장애10.20부터 약 32시간, 원인은 디도스 공격 추정(공격자 미상)
    “게임이 예언” 주장근거 없음. 줄거리는 출시 5개월 전에 공개됨
    자료: 액티비전 공식 발표, 연합뉴스, 중앙일보, 로이터, IGN, 게임스팟 (2026.10.24 기준)

    음모론: ‘고지의 의무’가 뭐길래

    음모론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는 ‘고지의 의무’라는 말이 있어요. 세상을 몰래 움직인다는 일루미나티 같은 세력이 큰일을 벌이기 전에 영화나 만화, 잡지 표지 같은 데에 미리 슬쩍 알려준다는 주장이에요. 미리 알렸으니 나중에 책임은 모른 척한 대중에게 있다는 식의 논리죠. 영어로는 비슷한 생각을 ‘예측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이 충격적인 일을 미리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인다는 뜻이에요. 일루미나티가 어떤 조직이었고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커졌는지는 예전에 쓴 일루미나티 글에 자세히 적어 뒀어요.

    이번에도 X에는 “프랑스 시위 일주일 뒤에 북한이 남침하는 내용이다, 그들은 언제나 미리 계획을 떠들어댄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매년 미래를 맞혔다는 말이 도는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 표지와 이 게임을 나란히 놓는 글도 있었고요. 영어권에서도 김정은 혼수상태설 기사를 퍼 나르며 “모던 워페어 4의 예측 프로그래밍이 제대로 터지겠다”는 글이 돌았어요. 마침 이번 달에 김정은 사망설, 북한 인터넷 마비, 프랑스 시위가 한꺼번에 겹치다 보니 그럴듯하게 들린 것 같아요. 그럼 정말 맞아떨어지는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어두운 방 탁자 위 게임 컨트롤러와 한반도 전쟁 지도가 뜬 TV, 위쪽에 피라미드 눈 문양이 희미하게 보이는 AI 그림

    게임이 전쟁을 미리 알려준다는 음모론을 표현한 그림. AI로 만든 이미지예요.

    우연의 일치, 하나씩 따져봤어요

    첫째, 지도자 문제예요. 게임에서는 지도자가 여동생의 쿠데타로 제거되는데, 현실에서도 10월 19일 무렵부터 “김정은이 뇌출혈로 베이징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이 소문은 미국에 사는 중국 반체제 인사가 X에 올린 글에서 시작돼 영국 더선, 미국 뉴욕포스트 같은 매체로 번졌어요. 하지만 북한 매체는 10월 19일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옷·신발 전시회를 둘러보는 모습을 내보냈고, 국정원도 10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어요. 미국 팩트체크 사이트 스놉스도 근거가 없다고 봤으니, 이 부분은 소문으로 보는 게 맞아요.

    둘째, 통신 마비예요. 게임 속 침공은 EMP로 남쪽 전기와 통신이 끊기며 시작되는데, 현실에서는 반대로 북한 쪽 인터넷이 멈췄어요. 10월 20일 오전 11시쯤부터 약 32시간 동안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등 북한 사이트 40여 곳이 들쭉날쭉 접속이 안 됐다고 해요. 미국 인터넷 분석회사 켄틱의 더그 마도리는 로이터에 베트남, 필리핀, 베네수엘라 등에서 몰려든 디도스 공격, 즉 접속을 한꺼번에 퍼부어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공격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누가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남쪽이 아니라 북쪽이 멈췄다는 점에서 게임 내용과도 방향이 달라요.

    셋째, 프랑스 시위예요. 실제로 프랑스는 10월 들어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온 큰 시위가 이어졌고, AP통신은 “수년 만에 가장 격렬한 소요”라고 표현했어요. 그런데 공략 사이트들을 보면 게임 속 파리 임무는 “침공 3일 전” 폭동 진압 경찰 사이를 차로 쫓는 장면이지, 프랑스 전국 시위를 그린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 이 게임의 줄거리와 예고편은 이미 5월과 9월에 공개됐고, 게임은 몇 년에 걸쳐 만들어져요. 이번 달 사건들을 미리 알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이야기에 이번 달 뉴스가 겹쳐 보인 거라고 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게임 속 이야기와 2026년 10월 실제 뉴스를 지도자, 통신, 파리, 남침 네 항목으로 비교한 표

    게임 속 이야기와 2026년 10월 실제 뉴스 비교. 자료: 액티비전, 연합뉴스, 중앙일보, 로이터(켄틱), BBC, AP, 게임 공략 사이트. 직접 정리

    예전에도 ‘게임 예언’은 있었어요

    북한이 쳐들어오는 게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2011년 미국 THQ라는 회사가 ‘홈프론트’라는 게임을 냈는데, 김정은이 2013년 한반도를 통일하고 ‘대조선 공화국’이 2025년 EMP 공격으로 미국을 침공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원래는 중국이 적이었는데 나중에 북한으로 바뀌었다는 뒷이야기도 있고, 한국에서는 정식으로 나오지 않았고 일본판은 국가 이름을 ‘북쪽의 어느 나라’로 고쳐서 냈어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직후에 광고가 나와서 당시에도 꽤 시끄러웠죠. 당연히 2013년 통일도, 2025년 미국 침공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건 예언이 빗나간 사례예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도 사람들이 자주 꺼내는 예가 있어요. 2007년작에 ‘알아사드’라는 중동 독재자가 나와서 2013년 시리아 사태를 맞혔다는 말이 있는데, 아사드는 2000년부터 이미 시리아 대통령이었어요. 2012년 ‘블랙 옵스 2’는 2025년을 배경으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와 드론 전쟁을 그렸는데, 중국은 2010년에 이미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막은 적이 있어요. 2022년 ‘모던 워페어 2’에는 이란 장군 제거 작전과 닮은 임무가 나오지만, 실제 솔레이마니 사건은 2020년으로 게임보다 먼저였어요. 결국 대부분은 이미 나온 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거나, 아예 맞히지 못한 경우였어요.

    2010년 E3 게임 전시회 홈프론트 전시관, 위대한 지도자에게 복종하라는 간판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임 전시회 E3의 ‘홈프론트’ 전시관. 북한이 미국을 점령했다는 설정에 맞춰 “위대한 지도자에게 복종하라”는 간판을 세웠어요. 사진: Pop Culture Geek (CC BY 2.0, Wikimedia Commons)

    2007년부터 2026년까지 게임이 예언했다는 사례 여섯 가지와 실제 사정을 정리한 표

    ‘게임이 예언했다’는 대표 사례와 실제 사정. 자료: 각 게임 공식 설명, 위키백과, 포린폴리시, 뉴욕타임스, BBC. 직접 정리

    한국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이번 게임은 국회까지 갔어요.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이 이 게임을 언급했는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을 사전 검열하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라며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다른 법으로 다룰 수 있다고 답했어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0월 20일 페이스북에 “북한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으면 게임 ‘콜옵4’라도 해보십시오”라고 썼고, 무소속 한동훈 전 대표도 “대통령도 이 게임을 해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어요.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게임 내용을 규제하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을 냈어요. 방송인 이상민 씨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게임을 보내겠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고요.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씨는 지난 9월 한겨레 칼럼에서 전쟁의 상처를 오락으로 만들고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어요. 시민단체 쪽에서는 “미국의 심리전”이라며 분단된 나라에서 살상 게임을 상품으로 파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도 나왔어요. 영국 BBC도 지난 5월 셰필드대 새라 손 교수의 말을 빌려 끝나지 않은 전쟁을 오락거리로 만든다는 지적을 전했어요. 온라인에서는 “정훈교육(군대 안보 교육)을 미국 게임 회사가 해준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는데, 아직 북한의 공식 반응은 찾지 못했어요.

    실제 북한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요

    게임은 게임이지만, 배경이 되는 현실도 알아둘 만해요. BBC 코리아에 따르면 김정은은 2024년 1월 통일을 목표에서 지우고 남한을 ‘제1의 적대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병력은 남한 약 45만 명, 북한 약 120만 명이고, 국방비는 남한이 약 430억 달러로 북한 약 16억 달러보다 훨씬 많아요. 주한미군도 약 2만 8,500명이 있고, 서울은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40~50km 떨어져 있어요. 1950년 6월 25일 시작돼 1953년 7월 27일 정전으로 멈춘 6·25 전쟁은 최소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전쟁이에요.

    그렇다고 당장 전쟁이 난다는 신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미국 정보당국은 2023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전면 침공보다는 정권을 지키는 억지용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고 봤어요. 다만 김여정이 10월 20일 남쪽 국경 요새화 공사를 둘러봤다는 보도처럼, 북한은 오히려 남북 사이에 벽을 높이 쌓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게임 속 남침 장면보다 이런 차분한 사실들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겁을 먹을 필요도, 아예 남의 일로 넘길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에요.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백악관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제 생각은 이래요

    정리하면, 북한이 남침하는 게임이 나온 건 사실이고, 이번 달에 김정은 사망설과 북한 인터넷 마비, 프랑스 시위가 겹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망설은 국정원이 부인했고, 인터넷 마비는 원인 미상의 디도스로 보이며, 게임 줄거리는 이미 몇 달 전에 공개된 이야기예요. 전쟁 게임은 늘 그 시대 뉴스에서 소재를 가져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닮은 장면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고지의 의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불안할 때 점들을 이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만든 이야기라고 봐요.

    그래도 이런 음모론이 자꾸 나오는 이유는 생각해 볼 만해요. 정부 발표, 언론 보도, SNS 소문이 서로 다른 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하는 거죠. 비트코인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 “믿지 말고 확인하라”는 말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 이유예요. 누구 한 명을 믿는 대신 누구나 장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게 비트코인의 출발점이었거든요. 소문을 들으면 바로 믿거나 무시하기보다, 날짜와 출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제일 좋은 백신 같아요.

  • 트럼프는 왜 러시아 제재를 멈췄을까? 디젤 거래, 미국인 석방, 우크라 평화회담 재개 정리

    트럼프는 왜 러시아 제재를 멈췄을까? 디젤 거래, 미국인 석방, 우크라 평화회담 재개 정리

    이번 주에 제일 머리를 싸매고 들여다본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외교였어요. 10월 16일에 트럼프가 의회가 만든 강력한 러시아 제재법을 시행 직전에 사실상 멈춰 세웠고, 닷새 뒤에는 러시아 감옥에 4년 넘게 갇혀 있던 미국인이 풀려났거든요. 그리고 같은 날 푸틴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3자 회담을 11월에 다시 하겠다고 원칙적으로 동의했어요. 트럼프는 “지금이 종전에 가장 가까이 온 때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새벽 키이우에는 탄도미사일이 쏟아졌고요. 저도 정치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이번에도 한쪽 얘기만 듣지 말고 여러 시선을 나란히 놓고 정리해봤어요.

    2025년 8월 알래스카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미 국방부, Benjamin D. Applebaum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핵심 숫자 한눈에

    항목내용
    그레이엄 제재법 통과상원 86:11, 하원 262:159 (9월 18일 서명)
    법에 들어 있던 관세러시아산 최대 500%, 러시아 원유·가스 큰손 5개국 최대 100%
    트럼프의 유예 (10월 16일)새 관세·제재 적용 보류, 기존 대러 제재는 유지
    러시아 디젤 거래 (10월 9일)즉시 30만 톤, 11월 50만 톤 등 총 400만 톤 이상
    디젤 제재 예외2027년 4월까지 한시 허용 (미 재무부)
    미국 디젤 평균가격 (10월 19일)갤런당 6.28달러, 1년 전보다 +2.66달러 (+73%)
    석방된 미국인스티븐 허버드(74세), 4년 넘게 수감
    3자 회담 재개11월 10일 이후, 올해 2월 이후 처음
    회담 다음 날 키이우 공격탄도미사일 21발 (우크라이나 발표)
    미국 중간선거11월 3일
    자료: 백악관 행정명령(2026.10.16), 미 하원 표결 기록, CNBC, NBC/로이터, CBS, 가디언, 미 에너지정보청(EIA)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레이엄 제재법 서명부터 3자 회담 재개까지 타임라인

    시작은 9월이에요. 미국 의회가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상원 86 대 11, 하원 262 대 159라는 큰 표차로 통과시켰고, 트럼프가 9월 18일에 서명했어요. 이 법은 세상을 떠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오래 밀어온 법이라 그 이름이 붙었어요. 핵심은 러시아산 물건에 최대 500% 관세를 매기고, 러시아 원유와 가스를 제일 많이 사는 5개 나라 물건에도 최대 100%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리고 대통령은 서명 후 30일 안에 이 조치들을 시행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 사이 10월 9일에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깜짝 발표를 했어요. 푸틴과 통화해서 러시아가 디젤을 당장 30만 톤 넘게, 11월에 50만 톤, 그 뒤에 100만 톤을 내놓고, 정유 시설 상태를 봐서 300만 톤을 더 공급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2027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어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정유소를 계속 때리면서 러시아가 디젤 수출을 막았고, 이란 전쟁까지 겹쳐서 전 세계 디젤값이 크게 뛴 상황이었거든요.

    그리고 시행 기한 이틀 전인 10월 16일, 트럼프는 그레이엄법을 시행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같은 명령 안에서 관세와 새 제재를 전부 유예해버렸어요. 서류상으로는 500%와 100% 관세가 정해졌지만, “미국의 국익”을 이유로 적용을 멈춘 거예요. 다만 이 법 이전부터 있던 기존 대러 제재는 그대로 둔다고 명시했어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에너지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 이 조치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60일 동안 분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번 주에는 외교 일정이 몰아쳤어요. 10월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젤렌스키 대통령, 노르웨이 총리, 핀란드 대통령을 만났고,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화상으로 참여했어요. 바로 다음 날인 21일에는 윗코프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푸틴을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러시아는 4년 넘게 수감돼 있던 74세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를 풀어줬고, 푸틴 쪽은 11월 10일 이후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3자 회담을 다시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악수하는 윗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

    10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는 스티브 윗코프 특사. 화면: CBS Detroit 유튜브 채널, “Trump speaks on Stephen Hubbard’s release from Russian prison”

    지지하는 쪽: 협상 중에 제재는 독이다

    트럼프 쪽 논리는 꽤 분명해요. 트럼프는 허버드가 풀려난 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협상 중인데 왜 러시아에 제재를 안 거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제재를 했다면 허버드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처음엔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대가로 준 게 하나도 없고 “맞교환도 필요 없었다”고 썼다가, 나중에는 제재 유예와 석방을 직접 연결한 거예요. 허버드는 미국 정부가 ‘부당 구금’으로 공식 지정한 사람 중 러시아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국인이었어요. 미국인을 집에 데려왔다는 건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확실한 성과예요.

    또 하나는 기름값이에요.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보면 10월 19일 기준 미국 디젤 평균가격은 갤런당 6.28달러로, 1년 전 3.62달러보다 73%나 올랐어요. 디젤은 트럭이랑 농기계를 움직이는 연료라서 물류비와 장바구니 물가에 바로 번져요. CNBC는 아이오와처럼 공화당 텃밭인 곳에서도 농민들이 디젤값 때문에 힘들어하고,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름값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짚었어요. 지지하는 쪽은 러시아 디젤이 시장에 풀리면 미국 서민 부담이 줄어든다고 봐요.

    미국 디젤 평균 소매가격 1년 추이, 73% 상승

    평화 협상 쪽에서도 트럼프는 자신감을 보였어요. 트럼프는 21일 기자들에게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아마 가장 가까이 온 때일 것”이라고 말했어요. 윗코프 특사도 푸틴과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면서도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고 했고요. JD 밴스 부통령은 윗코프가 푸틴을 ‘인도주의자’라고 부른 걸 두고 “미국인 인질을 풀어준 사람한테 좋은 말 한마디 한 것”이라며 감쌌어요. 지지하는 쪽에서 보면 일단 대화의 문을 다시 연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에요.

    비판하는 쪽: 푸틴에게 준 선물이다

    비판은 민주당만이 아니라 공화당 안에서도 크게 나왔어요.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제재 유예를 두고 “상원에서 86 대 11로 통과된 법을 집행하라는 게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냐”고 했고, 기름값을 잡고 싶으면 이란 문제를 풀어야지 푸틴 편의를 봐줄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실수”라고 했고,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늘리고 있다”고 썼어요.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푸틴에게 아부하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었어요. 윗코프는 푸틴에게 “당신은 우리 대통령이 인도주의자라고 자주 말하는데, 당신도 인도주의자다”라고 말했거든요. 틸리스는 X에 “WTF, 스티브? 인도주의자라는 단어 뜻부터 찾아봐라”라고 올렸고, 존 코닌 상원의원은 “아니다, 푸틴은 냉혹한 살인자”라고 짧게 받아쳤어요. 트럼프 본인은 이 표현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말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어요.

    윗코프 발언을 비판한 존 코닌, 톰 틸리스 상원의원의 X 게시물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을 비판한 공화당 존 코닌, 톰 틸리스 상원의원의 X 게시물. 화면: CBS Detroit 유튜브 채널, “Trump speaks on Stephen Hubbard’s release from Russian prison”

    이게 선거 쟁점이 됐다는 것도 눈에 띄어요. 박빙 지역구의 공화당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은 기름값을 내려야 하는 건 알지만 그 돈이 푸틴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안 된다고 했고,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도 유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오빠의 이름을 딴 이 법을 공동 발의한 달린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인데도 “푸틴도 러시아도 믿지 않는다, 나라면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했어요. 중간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같은 당 안에서도 목소리가 갈리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은 어떻게 봤나

    우크라이나는 대놓고 불만이에요. 젤렌스키는 제재 유예를 두고 “푸틴에게 주는 금전적 보상”이라고 했고, 연료 다음엔 은행, 특정 인물, 화학 산업 쪽 제재까지 줄줄이 풀릴 거라고 걱정했어요. 게다가 이번 달엔 미국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정보가 끊겼다는 주장까지 나왔어요. 젤렌스키는 NBC 인터뷰에서 “탄도미사일 공격 때 사흘 동안 받지 못했다”고 했고, 루비오 장관은 일부러 끊은 적은 없고 “소프트웨어 문제”였다고 반박했어요. 오슬로 회담 뒤에 젤렌스키는 “이제는 작동한다, 미국 측에 감사하다”고 했어요.

    러시아는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반겼어요. 푸틴의 경제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제재 유예를 “중요하고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깐깐했어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보좌관은 오슬로에서 나온 우크라이나·유럽 제안에 “새로운 뉘앙스는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다”고 했고, 회담은 종전 뒤 안보 체제를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어요.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정치적 양보는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어요.

    유럽은 조심스러운 낙관과 걱정이 섞여 있어요. 핀란드 스투브 대통령은 오슬로에서 “진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고, 노르웨이 스퇴레 총리는 종전 논의에 유럽이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독일 메르츠 총리는 미국에서 “엇갈린 그림과 메시지”가 나온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미국은 2025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방어 비용을 내지 않고 있고, 그 부담을 유럽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시장과 다른 나라들 시선

    시장 쪽에서 제일 직접적인 건 기름이에요. 러시아 디젤이 다시 풀리면 공급이 늘어나니까 가격을 누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위 그래프처럼 디젤 거래 발표 뒤에도 10월 19일 주간 가격은 6.28달러로 오히려 한 주 전보다 올랐어요. 약속된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지, 이란 쪽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가 함께 움직이니까 효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인도 같은 나라들도 이번 결정의 숨은 수혜자예요. 법무법인 킹앤스폴딩 분석을 보면, 100% 관세 대상이 될 러시아 에너지 큰손 5개국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지만 무역 통계상 중국, 인도, 튀르키예가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유예가 계속되는 동안은 이 나라들이 러시아 원유를 사도 미국 관세 폭탄을 맞지 않는 거죠.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가 계속 감시하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어서, 언제든 유예를 거둘 수 있는 카드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전쟁은 회담 합의와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어요. 푸틴이 회담 재개에 동의한 바로 그날 밤부터 러시아는 키이우에 탄도미사일 21발을 세 차례에 나눠 쐈고, 젤렌스키는 X에 “러시아 ‘인도주의자’들이 쏜 미사일”이라고 비꼬았어요. 우크라이나도 모스크바 쪽으로 드론 630대를 날렸다고 모스크바 시장이 밝혔어요. 협상 테이블과 전장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이에요.

    제 생각

    솔직히 저는 트럼프가 미국인을 데려온 건 진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74세 전직 교사가 4년 넘게 러시아 감옥에 있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는 건 정치 성향을 떠나 반가운 일이에요. 기름값 때문에 힘든 미국 사람들 사정을 챙기려는 것도 이해가 가요. 트럼프 스타일이 원래 압박 카드를 쥐고 거래하는 방식이라, 제재를 없앤 게 아니라 ‘유예’로 남겨둔 것도 나중에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걸리는 부분은 있어요. 의회가 86 대 11이라는 압도적인 표로 만든 법을 시행 직전에 멈춘 건, 트럼프를 좋아하는 제가 봐도 공화당 의원들이 화날 만하다 싶어요. 그리고 회담 동의 몇 시간 만에 키이우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걸 보면, 러시아가 실제로 양보할 생각이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예요. 윗코프의 ‘인도주의자’ 발언도 협상용 립서비스였다고 해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고요.

    결국 이번 제재 유예가 ‘평화를 위한 지렛대’였는지 ‘그냥 푸틴에게 준 선물’이었는지는 11월 3자 회담에서 판가름 날 것 같아요. 회담에서 휴전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같은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트럼프 방식이 맞았다는 말이 나올 거고, 아무것도 안 나오면 비판이 훨씬 커질 거예요. 저는 일단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고 해요. 트럼프가 “하루 만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벌써 4년 반을 넘겼으니, 이번만큼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볼 것

    첫째는 11월 3일 중간선거예요. 기름값과 러시아 정책이 실제로 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보일 거예요. 둘째는 11월 10일 이후로 잡힌 3자 회담이에요. 올해 2월 아부다비·제네바 회담 이후 처음이라,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는지부터 봐야 해요. 셋째는 루비오 장관이 말한 60일 분석 결과와, 러시아 디젤이 약속대로 시장에 들어오는지예요. 이 세 가지가 이번 트럼프 러시아 외교의 성적표가 될 것 같아서, 새 소식이 나오면 또 정리해볼게요.

  • 넷플릭스 3분기 실적, 이익은 좋았는데 주가는 왜 반토막일까? 감원·광고·시청 시간 숫자로 정리

    넷플릭스 3분기 실적, 이익은 좋았는데 주가는 왜 반토막일까? 감원·광고·시청 시간 숫자로 정리

    이번 주 나스닥에서 제가 제일 오래 들여다본 종목은 넷플릭스였어요. 10월 20일(미국 시간)에 3분기 실적을 냈는데, 순이익은 예상보다 잘 나왔는데도 주가는 다음 날 장중에 7% 가까이 빠졌거든요. 그 전 주에는 직원 1,000명 감원 발표에 콘텐츠 총괄 교체 소식까지 있었고요. 한때 FAANG의 N으로 불리던 회사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는 게 좀 충격이라, 숫자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정리해봤어요.

    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 넷플릭스 본사 건물

    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 캠퍼스 건물(101 Albright Way). 사진: Coolcaesa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숫자부터 먼저 볼게요

    항목숫자
    3분기 매출128.7억 달러 (+11.8%, 예상과 같음)
    3분기 주당순이익(EPS)0.87달러 (예상 0.82달러)
    3분기 순이익 / 영업이익률36.6억 달러 / 34.6%
    4분기 매출 전망134.4억 달러 (시장 예상 135.1억 달러)
    4분기 영업이익률 전망26.0% (감원 비용 약 1.2%p 포함)
    2026년 연간 매출 전망511억 달러 (+13%, 기존 510~514억 달러)
    2026년 광고 매출 전망약 27억 달러 (기존 약 30억 달러)
    3분기 자사주 매입48억 달러 (6,390만 주, 역대 최대)
    감원 (10월 14일 발표)약 1,000명 (전체 직원의 6%)
    주가 (10월 23일 종가)65.85달러, 올해 -30%, 최고가 대비 -51%
    자료: 넷플릭스 3분기 주주서한(SEC 8-K, 2026.10.20), CNBC·LSEG 예상치, Yahoo Finance(액면분할 반영)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먼저 3분기 성적표만 놓고 보면 꽤 괜찮아요. 매출은 128.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1.8% 늘었고, 월가 예상치와 딱 맞았어요. 주당순이익은 0.87달러로 예상 0.82달러를 넘었고, 순이익은 36.6억 달러로 작년 같은 분기 25.5억 달러보다 44%나 많아요. 영업이익률도 34.6%로 작년 28.2%에서 크게 올라갔어요. 다만 회사 스스로 “비용이 나가는 시점이 뒤로 밀린 덕”이라고 밝혀서, 이 이익률을 그대로 믿기는 좀 애매해요.

    좋은 소식도 있었어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해지율이 작년보다 낮아졌고, 3월에 올린 요금에도 회원들 반응이 예상대로였대요. 인도에서는 첫 일일 리얼리티 쇼가 대박이 나면서 시청 시간이 24% 늘고, 분기 최대 유료 가입자 순증을 찍었어요. 한국 작품도 3분기 인기작 목록에 두 편이 올라 있었고요. 연말에는 추수감사절 전날과 크리스마스 NFL 경기, 타이슨 퓨리와 앤서니 조슈아의 복싱 경기까지 역대 가장 큰 라이브 라인업이 잡혀 있어요.

    넷플릭스 분기 매출과 매출 증가율 추이

    그런데 왜 주가는 빠졌을까요

    문제는 앞으로의 숫자였어요. 4분기 매출 전망이 134.4억 달러로 시장 예상 135.1억 달러에 못 미쳤고, 연간 매출 전망도 511억 달러로 기존 범위(510~514억 달러)의 아래쪽으로 좁혔어요. 위 차트처럼 매출 증가율이 작년 4분기 17.6%에서 이번 4분기 전망 11.5%까지 분기마다 한 칸씩 내려오고 있어요. 매출 덩치는 계속 커지는데 커지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라, 성장주로 보던 사람들한테는 이게 제일 아픈 대목이에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시청 시간 걱정이 결국 매출 성장률로 번지고 있다”고 했어요.

    또 하나는 광고예요. 넷플릭스는 싼 광고 요금제를 앞세워 올해 광고 매출을 약 30억 달러까지 키우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전망을 약 27억 달러로 낮췄어요.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는 “광고 기능을 내놓는 속도가 공격적으로 잡은 목표보다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어요. 2027년 3월부터 광고 요금제를 15개 나라에 새로 내놓는다는 계획은 그대로라, 저는 방향이 틀렸다기보다 속도 조절에 가깝다고 봐요. 그래도 시장은 “약속한 숫자를 못 지켰다”는 쪽에 더 크게 반응했어요.

    가장 근본적인 걱정은 시청 시간이에요. 넷플릭스가 주주서한에 “시청 시간 증가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안다”고 직접 적을 정도로,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예전만큼 안 늘고 있어요. 요즘은 TV 앞보다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을 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잖아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같은 숏폼과 무료 플랫폼이 사람들의 저녁 시간을 같이 나눠 먹는 셈이에요. 넷플릭스가 경쟁하는 상대가 다른 OTT가 아니라 사람들의 하루 24시간 전체라는 얘기가 실감 나는 대목이에요.

    실적 직전에 감원과 콘텐츠 수장 교체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랜도스(2024년 12월, 워싱턴 D.C. 주미 영국대사관). 사진: UKinUSA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실적 발표 일주일 전인 10월 14일, 넷플릭스는 직원의 6%인 약 1,0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어요. 2022년 이후 가장 큰 감원이고, 제품·기술·법무·인사 쪽이 제일 많이 줄었대요. 테드 사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는 “사업은 탄탄하지만 어디에 사람을 둘지 더 철저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어요. 이 감원 비용 때문에 4분기 영업이익률이 1.2%포인트쯤 깎여서 26.0%로 전망됐어요. 대신 그만큼 아낀 돈을 콘텐츠랑 기술에 더 공격적으로 쓰겠다는 게 회사 설명이에요.

    바로 다음 날엔 10년 가까이 콘텐츠를 이끈 벨라 바자리아 최고콘텐츠책임자가 물러나고, 디즈니 TV 부문 회장을 지낸 피터 라이스가 10월 26일부터 그 자리를 맡는다고 발표했어요. 라이스는 디즈니에서 ABC, FX, 훌루 같은 채널을 맡으면서 「더 베어」, 「쇼군」 같은 히트작을 냈고, 슈퍼볼이나 월드컵 결승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도 다뤄본 사람이에요. 시청 시간을 다시 끌어올릴 히트작과 라이브 이벤트를 만들라는 숙제를 받은 셈이죠. 다만 콘텐츠는 기획부터 공개까지 1~2년은 걸리니까, 라이스 효과가 숫자로 보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해요.

    주가는 왜 반토막이 났나

    넷플릭스 주가 추이, 최고가 대비 반토막

    넷플릭스는 작년 11월에 주식을 10대 1로 쪼갰어요. 그래서 지금 주가가 60달러대로 싸 보이지만, 분할 전 가격으로 치면 600달러대예요. 분할을 반영한 최고가는 2025년 6월 30일의 133.9달러였고, 10월 23일 종가는 65.85달러라 최고가보다 51% 낮아요. 올해만 -30%라서, 같은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가 1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져요. 이번 주 실적 발표 다음 날 장중 7% 가까이 빠진 것도 이 하락 흐름 위에 하나 더 얹힌 거예요.

    중간에 큰 사건도 있었어요. 넷플릭스는 2025년 12월에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스튜디오와 HBO맥스를 사겠다는 계약을 했는데,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값을 부르면서 올해 2월 27일 계약이 깨졌어요. 대신 넷플릭스는 위약금 28억 달러를 받았고, 이 돈이 1분기 순이익을 크게 부풀렸어요. 인수를 못 한 게 다행인지 아쉬운지는 지금도 의견이 갈려요. 저는 덩치 큰 인수로 빚을 지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남는 현금으로 자사주를 사는 쪽이 주주한테는 더 낫다고 봐요.

    참고로 작년 10월에는 일론 머스크가 X에 어린이 프로그램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넷플릭스 해지하라”는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된 적도 있어요. 그 주 넷플릭스 주가가 4월 이후 가장 크게 빠졌지만, 실제 가입자 숫자에 큰 영향은 없었다는 게 대부분의 분석이었어요. 저는 머스크를 좋아하지만, 이건 주가 흐름보다는 분위기에 가까운 사건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주가를 끌어내린 건 시청 시간과 성장률이라는 숫자 쪽이었어요.

    월가는 “너무 많이 빠졌다”는 쪽

    재미있는 건 실적 다음 날 월가 증권사 상당수가 “싸게 살 기회”라는 의견을 냈다는 거예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익의 20배도 안 되는 가격이면 유료 회원 3억 명이 넘는 회사치고 비싸지 않다”며 매수 의견에 목표가 90달러를 유지했어요. 바클레이스는 시장 반응이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광고가 올해 3억 달러쯤 덜 나오겠지만 “늦어지는 건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수준”이라고 봤어요. JP모건은 미국·캐나다 매출 성장이 오히려 빨라지고 해지율이 좋아진 점을 짚었어요. 물론 증권사 목표가는 자주 틀리니까 참고만 하는 게 좋아요.

    현금 흐름은 확실히 튼튼해요. 3분기에만 자사주를 48억 달러어치, 6,390만 주를 사들였는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예요. 아직 남은 자사주 매입 한도도 223억 달러나 되고, 올해 잉여현금흐름은 부동산 거래 영향으로 약 120억 달러로 조금 낮췄지만 여전히 큰 규모예요. 성장은 느려져도 돈은 잘 버는 회사가 주식 수를 계속 줄이고 있다는 건 장기 주주한테는 좋은 신호예요.

    이번 주 시장 분위기

    10월 23일 Finviz 빅테크 히트맵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기준 S&P 500 히트맵, 기술·통신 구역. 화면 캡처: Finviz

    10월 23일 금요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0.2% 내린 25,955포인트로 마감했고, 넷플릭스는 -1.8%로 끝났어요. 히트맵을 보면 빅테크도 종목마다 색깔이 갈렸고, 넷플릭스가 있는 통신서비스 구역은 붉은색이 많았어요. CNN 공포·탐욕 지수는 21로 “극단적 공포” 구간이에요.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을 때라 실적에 조금만 실망해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예요.

    다음 주가 진짜 큰 주예요. 한국 시간으로 10월 29일 새벽 3시에 연준 금리 결정이 나오고, 같은 날 새벽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실적이 연달아 나와요. 10월 30일 새벽에는 인텔과 아마존 실적이 이어져요. 넷플릭스 혼자 움직이기보다는 이 일정들에 따라 기술주 전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커서, 저도 다음 주는 일정표를 옆에 두고 볼 생각이에요.

    CNN 공포와 탐욕 지수

    10월 23일(미국 시간) 장 마감 무렵 CNN 공포·탐욕 지수. 화면 캡처: CNN Business

    내 생각 정리

    저는 넷플릭스를 “성장주에서 현금 많이 버는 미디어 회사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봐요. 매출이 매년 10% 넘게 늘고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 회사가 이익의 20배 아래에서 거래되는 건, 예전 넷플릭스를 생각하면 꽤 싼 편이에요. 반대로 시청 시간이 계속 정체되면 요금 인상도 언젠가 막히고, 그때는 지금 가격도 싸지 않을 수 있어요. 결국 피터 라이스가 히트작으로 시청 시간을 다시 끌어올리는지, 광고 매출이 내년에 약속한 속도를 되찾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라면 한 번에 크게 담기보다는 나눠서 조금씩 담는 쪽을 고르겠어요. 연말 NFL 경기와 복싱 같은 라이브 이벤트 성적, 그리고 내년 1월 4분기 실적에서 시청 시간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비중을 정할 생각이에요. 다음 주 빅테크 실적과 금리 결정에서 시장이 한 번 더 흔들리면, 그때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고요. 공포 지수가 이렇게 낮을 때는 서두르지 않는 게 제 원칙이에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에요. 숫자는 넷플릭스 주주서한과 SEC 공시, 10월 23일(미국 시간) 종가 기준이에요.